[매니저 프로파일]"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데이터 전문가 황영진 미래에셋 상무퀀트 애널로 출발, '글라이드패스' 국내 최초 개발
이명관 기자공개 2024-09-04 08:03:18
이 기사는 2024년 08월 30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TDF(Target Date Fund)란 펀드매니저가 근로자의 은퇴 날짜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하여 운용하는 펀드다. 보통 펀드의 이름에 타겟데이트가 명시되어 있다. 타겟데이트는 목돈이 필요한 시점, 즉 은퇴년도다. TDF는 투자자의 생애주기에 맞춰 글로벌 자산배분과 함께 주기적인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이뤄진다. 여기서 핵심은 자산배분이다. 수익률에 영향을 주는 외부 요소들의 변동에 따라 자산배분이 탄력적으로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대게 여기서 정성적인 평가를 기반으로 자산배분이 이뤄지곤 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 같은 정성적인 요소는 물론 정량적인 기법까지 동원해 자산배분에 집중한다. 계량화된 수치로 자산배분의 명확한 근거를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앞세워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DF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체 시장의 절반 가까이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몫일 정도다. 수익률도 우수한 편이다. 시장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나갈 수 있는 데는 황영진 상무(사진)의 역할이 컸다. 데이터 전문가로 통하는 그는 업계에서는 찾기 어려운 통계에 일가견에 있는 펀드매니저로 통한다.
◇성장 스토리: 시작은 퀀트 애널리스트…10년 뒤 펀드매니저 목표
1974년생인 황 상무는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학부를 마치고 곧바로 대학원에서 계량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이 결정이 황 상무의 커리어가 미래에셋증권의 퀀트 애널리스트부터 출발하게 된 연결고리가 됐다. 당시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리서치 센터장(현재 부회장)과 연이 닿으면서다.
황 상무는 계량경제학 석사를 취득한 이후 자연스레 미래에셋증권 리서치 센터로 합류했다. 사실 황 상무가 리서치센터를 선택했던 것은 이 부회장과의 인연 외에도 그가 그려 놓은 로드맵의 일환이었다. 황 상무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산운용으로 향해 있었다. 단 그는 리서치가 기반이 돼야 제대로 펀드 운용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미래에셋증권 리서치 센터에서부터 커리어를 쌓아갔다.
황 상무는 2001년 2월 리서치 센터에 합류한 이후 퀀트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다. 수학이나 통계학을 활용해 계량적인 과거 데이터를 분석, 투자 전략을 찾아내고 알고리즘을 개발해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쉽게 황 상무는 전공을 살려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 및 예측을 하는 역할을 했다고 보면 된다.
퀀트 애널리스트로 8년여를 지내고 2008년 9월 홍콩지사로 발령이 났다. 그간 애널리스트 역할을 해왔다면 홍콩에선 2012년 10월까지 리서치와 보유 중인 고유자금을 운용하는 역할을 맡았다. 애널리스트로서 10년 정도를 했던 상황이라 운용업계로 넘어오는 과도기 정도였다.
홍콩에서 돌아온 그는 그간의 경험을 살려 글로벌 자산배분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특히2008년 홍콩에서 경험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큰 자산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손실회복기간이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수익자의 니즈에 맞게 설계하는 식이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데이터' 기반 자체 자산배분 모델 개발
황 상무가 미래에셋자산운용에 합류한 시기는 2016년이다. 증권사에서의 이 같은 이력을 기반으로 황 상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이동해 멀티에셋리서치본부 소속으로 TDF 대표 운용역으로 활동 중이다.
황 상무는 다수의 미래엣세자산운용의 TDF를 운용 중인데, 기본적으로 전략의 중심은 글라이드패스(Glide path)다. TDF는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한다. 이 점에서는 일종의 자산 배분형 펀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의 생애 주기에 맞춰 자산 배분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 준다는 점에서 통상의 자산 배분 펀드와 다르다.
투자자의 생애 주기에 맞춰 자산 배분 비중을 조정하려면 몇 가지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투자자를 목표 시점에 따라 그룹화하고, 각 그룹의 생애 주기에 맞는 자산 배분 전략을 표준화해야 한다. 이를 판단하는 핵심이 바로 글라이드패스다. 글라이드패스는 생애 주기에 따라 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정성적인 요소외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량적인 검증까지 동시에 이뤄진다.
이 지점에서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황 상무의 이력이 빛을 냈다. 실제 여타 국내 운용사와는 달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체 개발한 글라이드패스를 기반으로 TDF를 운용하고 있다. 해당 개발작업을 진두지휘한 게 황 상무다. 여타 국내 운용사들은 미국 운용사들의 글라이드패스를 차용해 사용하다 최근에 자체개발을 통해 도입했다.
그만큼 황 상무는 통계를 통해 나온 결과물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하다. 연장선에서 황 상무가 소속된 리서치본부는 접근방식이 비슷한 AI금융공학부문에 속해있다. 황 상무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원래대로라면 멀티전략부문에 속해있어야 하는데 통계를 기반으로 하다보니 AI와 접목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라 조직 편제를 갖췄다.
자산배분의 경우엔 시장 상황에 적절하게 맞춰서 탄력적으로 하고 있다. 황 상무는 "지난 주가 폭락 사태처럼 시장 상황이 급변하기도 하는 만큼 자산배분이 확정되고 고정되면 리스크가 커진다"며 "큰 줄기는 정해져 있다고 보면 되고, 세부적인 디테일을 보통 3개월에서 길면 12개월 정도의 기간을 두고 수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간별로 전략 수정을 탄력적으로 하고 있는 이유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다.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리스크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더욱이 주력인 연금펀드의 경우 노후자산을 관리하는 펀드이기도 하다. 퇴직연금을 보면 거의 90%가 원금 보전형에 자산 배분이 이뤄져 있다. 연금 가입자들의 경우 원금을 지키려는 니즈가 강한 측면이 있다. 황 상무가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황 상무는 수익률과 리스크 관리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취한다"며 "반면 단기적으로는 리스크 관리에 주안점을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 : 2017년부터 시작한 'TDF' 시장 톱티어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DF를 선보인 시기는 2017년이다. 황 상무가 미래에셋자산운용에 합류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DF의 수탁고와 수익률은 정비례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TDF 시장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톱티어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 상무가 개발한 글라이드패스가 효자노릇을 한 셈이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DF는 6개다. 성과를 보면 초기에는 약간의 시행착오로 인해 벤치마크 대비 하회하기도 했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벤치마크 대비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황 상무가 언급했던 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전략이 주효했다.
최근 5년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TDF의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을 보면 모두 두 자릿 수 이상 격차를 내고 있다. 평균적으로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 차이는 16%포인트 정도다.
수익률과 함께 수탁고도 가파르게 늘어났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운용 TDF 수탁고는 3조8000억원 선으로 국내 전체 TDF 수탁고에서 44%의 비중을 차지했다. 운용사 19곳이 TDF 시장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단연 돋보이는 성과다. 2위와의 격차도 상당하다. 미래에셋운용 뒤를 잇는 삼성운용의 TDF 수탁고는 1조6850억원 정도로 19% 정도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황 상무는 ETF로 자산배분을 하고 있다. 안정성과 회복 탄력성에서 우수하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서 편입되는 ETF는 모두 패시브 ETF다. 황 상무는 "액티브에 비해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패시브로 자산을 구성하고 있다"며 "수치적으로 볼 때 하락장에서 우수한 방어력을 갖고 있고, 상승장에서도 돋보이는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실제 2022년 글로벌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했을 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DF는 대부분의 운용사가 15%를 넘어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을 때 -10%를 조금 넘어선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대로 최근 반등장에선 유일하게 30%가 넘어선 수익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기관 자금 '공모'로 배분 확대
황 상무는 향후 TRF(Target Risk Fund)도 주목하고 있다. TRF는 위험 수준을 타겟팅하는 펀드다. 펀드 설정 초기에 투자자의 위험 성향에 맞게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정하고 그대로 유지하는 자산배분형 펀드다. 보통 주식과 채권 등으로 자산 배분을 한다.
황 상무는 "공모펀드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연금 분야로 자금이 향하고 있는 추세"라며 "자금 유입이 거의 없었던 TRF에도 최근 수익자들의 관심이 생기면서 유의미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형 상품에 관심이 있는 기관들이 있어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TRF 컨셉으로 몇몇 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위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기존에 해왔던 펀드 운용도 지속해서 이어나갈 예정이다. 우선 자산배분형 펀드에 조금 더 힘을 줄 계획이다. 지난해 7월 론칭한 미래에셋글로벌 자산배분밸러스형 펀드가 주력이 될 예정이다. 해당 자산배분형 펀드는 KB국민은행에서만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7월 론칭이후 지난해 말까지 5%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동일한 유형의 펀드들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수익률과는 별개로 설정액은 크게 불어나지는 않았다. 그러다 차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올해 들어 설정액이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펀드 설정 1년만에 500억원을 넘어섰고, 최근 700억원을 돌파했다. 설정 이후 수익률도 15%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연초 이후 동일 유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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