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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트리아논 빌딩, 이지스운용 '손' 떠났다 SPC 도산 절차 스타트…이지스229호 전액 손실 유력

이명관 기자공개 2024-12-19 11:07:36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8일 15: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독일 트리아논 빌딩이 결국 이지스자산운용의 손을 떠났다. 대주단과 협의를 통해 시간을 벌면서 매각을 타진했지만, 결국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대주단으로 의사결정 권한이 넘어왔고 결국 도산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공매 혹은 회생으로 진행될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사실상 에쿼티는 원본 전액 손실이 불가피해진 모양새다. 연장선에서 선순위 대주단 역시 원본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이 인수 비히클로 삼은 독일 트리아논 빌딩의 현지 특수목적법인(SPC)의 도산절차가 개시됐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8년 10월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를 설정하고, 독일 트리아논 빌딩을 인수했다. 이때 현지 SPC를 설립해 인수 주체로 내세웠다. 그렇게 설립된 현지 SPC가 'Geschaftshaus am Gendarmenmarkt GmbH'다.

투자 당시 이지스자산운용은 공모펀드(1865억원) 외에도 사모펀드(1836억원) 등 총 3700억원의 에쿼티 자금을 트리아논빌딩에 투입했다. 키움증권은 사모펀드에 380억원을 출자했다. 이외 나머지 5000억원 가량은 담보대출로 마련했다.

도산절차는 담보대출의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가운데 이지스자산운용이 치유를 하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대출금이 자산가치의 70%를 넘게 되면 EOD 사유가 발생하고, 대주단이 자산 처분 권한을 갖는다.

트리아논 빌딩(사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그 여파로 자산가치가 급락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적극적으로 기업들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오피스 빌딩의 임대차 리스크가 함께 불거졌다. 트리아논 빌딩의 경우엔 핵심 임차인이었던 데카뱅크가 계약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사옥 이전을 결정하면서 이 같은 리스크가 더욱 크게 전달됐다. 데카뱅크는 전체 임대면적의 60% 정도를 활용하고 있었다.


이 같은 이슈가 겹치면서 트리아논 빌딩의 자산가치는 30% 이상 하락했다. 인수당시 6억7500만유로(약 8700억원)였던 감정평가액은 지난해 8월 4억5300만유로(약 6600억원)로 32.9%나 떨어졌다. 자산가치 하락으로 자연스레 LTV 비율은 기존 60% 정도에서 75% 수준으로 상승했다. 동시에 EOD 트리거도 발동됐다.

이에 이지스자산운용은 수익자를 통해 추가 출자, LTV 비율을 낮추려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공모펀드의 특성상 수익자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이 같은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그나마 지난해 12월 대주단과 스탠드스틸 계약을 체결하면서 수 개월 정도 시간을 버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 기간 리파이낸싱과 매각을 동시에 추진했다.

하지만 워낙 시장 상황이 나빴던 터라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EOD 발동요건을 치유하는 데 실패했다. 지난 5월 EOD 스탠드스틸 기간이 끝났고 대주단으로 자산처분 권한이 넘어갔다. 이후 독일 소재 SPC의 관리회사가 현지 법원에 도산절차 개시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도산 절차가 개시됐고, 관련 도산관재인을 선임한 상태다. 향후 실사 등을 거쳐 공매로 갈지, 회생으로 갈지 결정되게 된다.

현지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펀드 원본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전액 손실 가능성마저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해외에선 대주단에서 최대한 도산에 넣지 않고, 치유하려는 노력을 한다"며 "도산까지 이르렀다는 것은 대주단으로서도 원본 손실까지 감안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도산에 이르기 전 대주단에서 선제적으로 치유 가능성을 타진한다. 에쿼티를 전액 상각한다고 했을 때 대출원금 정도 선에서 해당 자산을 인수할 경우 그만큼의 업사이드가 생길 수 있어서다. 이 같은 가능성이 전혀 없을 경우 가장 마지막에 도산을 택한다. 선순위 채권단의 원본 손실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그만큼 빌딩에 대한 전망도 좋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이지스자산운용이 펀드 원본 전액 손실을 막고 일부라고 챙기기 위해선 빌딩 가치가 5000억원 이상 인정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구체적인 답변은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수익자에게 상황을 알리는 것 정도가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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