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IB투자 50돌, 새로운 시작]민간 품에 안긴 공공 VC, 대형사 도약 원동력은②아주그룹, 금융 영토 확장 위해 기보캐피탈 인수…출자 참여로 '빅 점프'
이기정 기자공개 2024-09-06 07:15:48
[편집자주]
아주IB투자는 1974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벤처캐피탈(VC)이다. 한국기술진흥주식회사로 시작해 기보캐피탈을 거쳐 아주그룹의 품에 안겼다. 회사는 50년 동안 대형화, 기업공개(IPO) 등에 성공하며 국내 VC업계 성장의 역사를 함께 써왔다. 최초의 VC로 시작해 국내를 대표하는 최고의 하우스로 자리잡은 아주IB투자의 눈길은 이제 글로벌을 향하고 있다. 더벨은 아주IB투자의 역사와 성장 과정을 돌아보고 향후 성장 전략을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4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주그룹이 아주IB투자의 전신인 기보캐피탈을 인수한 이유는 금융업으로 영토를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를 시작으로 아주IB투자는 기존 공공 목적의 기관에서 민간 벤처캐피탈(VC)로 변신에 성공할 수 있었다.인수 당시만 해도 운용자산(AUM) 3000억원 수준이었던 기보캐피탈이 현재 국내 한 손가락 안에 드는 자금을 굴리는 하우스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아주그룹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VC 업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독립적인 투자를 보장했고 출자자(LP)로서 펀드레이징에 도움을 줬다.
현재 아주IB투자는 그룹 내에서 금융과 투자 부문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 중 한 곳으로 자리 잡았다. 회사는 일반적인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과 달리 순수하게 벤처투자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미래 기술을 남들보다 한 발 앞서 파악하는 첨병 역할을 하며 그룹 성장 전략을 그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2008년 '금융 인프라 확장' 목적으로 인수 경쟁 참여
아주그룹의 아주IB투자 인수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당시 기술보증기금은 기보캐피탈의 실적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추가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공공 기관의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아주그룹의 품에 안기게 됐다.
기보캐피탈 매각은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아주그룹뿐 아니라 NH투자증권, 신영기업 등이 인수전에 뛰어 들었다. 아주그룹은 이들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변수 없이 기보캐피탈을 인수했다.
아주그룹이 기보캐피탈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는 금융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었다. 이에 앞서 아주그룹은 2004년 아주오토리스를 설립해 금융업에 진출했고 이듬해 대우캐피탈(현재 우리금융캐피탈)을 인수하면서 금융전문그룹으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었다.
특히 아주그룹은 기보캐피탈 인수로 금융 영토 확장에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했다. 구체적으로 벤처·사모 투자를 시작으로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기업구조조정(CRC) 등을 맡겨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출신 대표 선임, 전문성 강화…대형 펀드 결성 과정서 LP로 합류
아주그룹에 인수된 후 현재의 사명으로 이름을 바꿔 단 아주IB투자는 본격적인 외형 확장에 나선다. 인수 당시 AUM 3075억원에서 현재 더벨 리그테이블 기준 2조2273억원(VC+PE)을 굴리는 국내 대표 하우스 중 한 곳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아주그룹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 먼저 심사역 출신의 대표를 선임하면서 독립성을 보장했다. 실제 1대 대표인 양정규 대표는 KTB네트워크(현재 우리벤처파트너스) 출신의 1세대 벤처캐피탈리스트다. 이어 현재 김지원 대표 역시 아주IB투자에서 수십년 동안 투자경력을 쌓은 심사역 출신이다.
펀드레이징에서도 아주그룹의 지원사격이 이어졌다. 아주그룹은 금융지주들이 계열 VC에 출자를 늘려가는 모습을 보며 펀딩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시장에서도 VC가 급증해 펀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주IB투자의 경쟁력 유지와 지속 성장 차원에서 그룹 출자가 진행됐다.
대표적으로 아주그룹은 2021년 아주IB투자가 결성한 2940억원 규모의 '아주좋은벤처펀드 2.0'의 출자자로 합류했다. 해당 펀드는 아주IB투자가 결성한 가장 큰 규모의 펀드이기도 하다. 이 펀드를 계기로 아주IB투자는 AUM 2조원을 돌파했다.
아주그룹은 2022년 1130억원 규모 해외투자 전용 펀드 ‘아주-Solasta Life Science 4.0펀드’에도 출자했다. 이 펀드는 정책 자금 없이 민간 LP만으로 결성된 펀드다. 아주그룹 외에도 셀트리온과 여러 캐피탈사가 출자를 함께했다.
◇그룹 내 알토란 계열사로 도약, CVC 모범사례로도 주목
아주IB투자는 그룹 내 금융·투자 전문 계열사로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실제 올해 주식회사 아주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아주IB투자의 영업수익은 약 565억원으로 아주산업(매출 2496억원), 아주네트웍스(721억원), 아주오토리움(697억원)에 이어 네번째로 많다.
아주IB투자의 사례는 다른 CVC들이 참고할 만한 우수 사례로도 볼 수 있다. 통상 그룹과의 시너지 창출을 목표로 하는 CVC는 투자업만 전문으로 하는 아주IB투자와 분명 차이가 있다. 다만 수익률 극대화라는 본업 목표를 이루기 위해 투자 전문성을 보장하는 구조를 만든 것은 충분히 참고할만한 선례다.
한 CVC 관계자는 "CVC라고 하면 모기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회사 입장에서 가장 큰 목표는 높은 수익을 기록하는 것"이라며 "투자부터 회수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벤처투자 특성을 모회사에서 이해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투자 활동에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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