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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프렌드십 포커스]'적자 부담' 남양유업, 밸류업 액션 재무 여력은②이익잉여금 6683억 활용해 자사주 정책 추진, 저평가 해소 의지 부각

정유현 기자공개 2024-09-13 07:53:57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0일 16:2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남양유업이 적자 지속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관련 정책을 전개할 수 있는 것은 탄탄한 재무 상태 덕분이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식품 기업 특성상 외부 유출을 최소화하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보수적 경영을 실천한 영향에 적자 누적에도 6600억원이 넘는 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다. 6월 말 연결 기준 자본 여력을 나타내는 유보율도 1만5000%가 넘는다.

이에 따라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주가 부양책을 동시다발적으로 구사해도 재무적 영향은 미미한 편이다. 향후에도 저배당 정책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쌓아둔 곳간을 전략적으로 열며 주가 저평가 상황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6월 말 연결 기준 이익잉여금 6517억, '주가 부양' 의지 확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6월 말 연결기준 이익잉여금은 6683억1176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익잉여금은 2019년 9293억원을 찍은 후 계정과 직결되는 당기순손실폭이 확대되면서 우하향 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동종업계 대비 절대적인 규모는 넉넉한 편이지만 남양유업의 최근 10년간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현재 이익잉여금 규모는 최저치다.

그동안 남양유업은 '짠물 배당' 기업이라는 오명에도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배당 정책을 유지했다. 자린고비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무차입 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근간이 됐다. IMF 시절 남양유업은 차입금을 한꺼번에 상환하면서 무차입 경영을 시작했다.

문어발식 확장을 지양하고 알짜배기 경영을 통해 재무 구조를 튼튼하게 구축한 결과였다. 당시 남양유업의 차입금 일시 상환에는 당시 자본금의 2000% 수준이었던 사내유보금이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업종 특성상 사내 유보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경영 구조를 구축하며 기업가치를 높여왔다.

하지만 펀더멘탈과 무관하게 악재에 휘말리며 주가가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주가 부양을 위한 정책에 소극적인 편이었으나 최근 대주주 변경과 함께 오랜 기간 지속된 주가 저평가 상황 타개를 위해 곳간을 열기로 했다.

신탁 계약 체결 방식으로 2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이익잉여금으로 기업이 자기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자본을 감액하는 요인이어서 자사주가 쌓이는 만큼 자본이 줄어든다.

자본의 변동을 야기하지 않는 자사주 소각도 추진하기로 했다. 기취득해서 보유중인 자사주 4만269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회계상 자사주를 소각할때 이익잉여금을 활용한다. 특히 주가가 쌀 때 자사주 소각을 실시하면 주당순이익(EPS)이 좋아지고 EPS가 오르면 주가 부양 효과를 볼 수 있다.

사실 주주 입장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남양유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다. 그만큼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가 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비용 절감 및 포트폴리오 재편 효과 가시화, 경영 정상화 총력

남양유업의 주주 정책에 주주들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10일 전일 보다 5만4500원(11.49%) 오른 52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달 만에 주가가 50만원 선을 회복했다.

주주 환원 정책으로 상승 모멘텀을 만든만큼 실적 개선을 통해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남양유업은 기업 이미지 회복에 중점을 두면서 내실 다지기를 통해 수익성 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주주 변경과 함께 내부 승진 인사를 통해 본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김승언 경영지배인 체제 속에서 비용 절감과 수익성 중심 포트폴리오 개편 등의 노력을 통해 실적 반등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2020년 적자전환 이후 2021년 779억원, 2022년 86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지난해부터 적자폭이 감소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17% 줄어든 약 724억원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연결 기준 상반기 매출은 4786억5738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지만 당기순손실폭은 줄였다. 작년 반기 기준 당기순손실은 약 211억원 규모였지만 2024년 상반기 190억원 규모로 개선됐다.

남양유업 측은 "2분기 사업군 및 제품 포트폴리오 선제적 조정으로 인한 일회성 비용이 증가했지만 무형자산 처분 등으로 당기손익 줄였다"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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