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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대해부]26년째 이어지는 굳건한 생명력③[강점]연매출 1000억 육박, 이용자 유대감 강해…락인효과도 눈길

황선중 기자공개 2024-09-25 08:10:22

[편집자주]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 <리니지>가 출시 26주년을 맞이했다. 1998년 9월 출시 이래 장기 흥행을 이어오고 있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이용자의 경쟁을 부추기는 특유의 게임 구조 탓에 기존 이용자는 피로감을, 신규 이용자는 거부감을 느끼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리니지>가 엔씨소프트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과연 <리니지>는 엔씨소프트의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9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리니지>가 출시 30년이 가까워진 최근까지 수백억원대 연매출을 자랑할 만큼 강한 생명력을 유지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리니지>의 특징은 무엇보다 게임에서 다른 이용자의 캐릭터를 죽이는 행위(PK)를 허용한다는 점이다. 1998년 출시 당시만 하더라도 PK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PK를 허용하면 게임을 시작하는 초보자는 상대적으로 생존에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초보자의 원활한 유입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었다.

하지만 세간의 예상은 빗나갔다. 실제 <리니지>에서는 PK로 인해 게임을 포기하는 이용자보다 PK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캐릭터를 필사적으로 육성하는 이용자가 많았다. 이용사 사이에서는 '억울하면 강해져라'라는 말까지 유행했다. 나아가 이용자끼리 실제 현금을 주고받으며 게임 아이템을 매매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용자 입장에서 현금으로 아이템을 구매하면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지 않아도 단기간에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 수 있었다. 엔씨소프트는 이용자의 이런 심리를 파악하고 유료 아이템 판매도 도입했다. 최근 국내 게임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였던 '페이투윈(P2W·돈을 써야 이기는)' 수익구조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리니지> 속 혈맹 간의 전투

◇생존 위해 맺은 '혈맹'…이용자 이탈 방지 효과

다른 생존법은 마음이 맞는 다른 이용자와 '혈맹'을 맺는 것이었다. 여러 이용자가 뭉쳐 다니면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그때부터는 혈맹 간의 경쟁이 벌어졌다. 경쟁의 범위가 개인에서 집단으로 확장된 것이다. 엔씨소프트 역시 발맞춰 세계 최초로 하나의 성을 두고 혈맹끼리 전쟁을 벌이는 '공성전' 콘텐츠를 도입하며 혈맹 간의 경쟁을 부추겼다.

혈맹 입장에서 공성전은 중요한 이벤트였다. 공성전에서 승리하면 다채로운 보상과 혜택을 챙길 수 있었다. 가령 성을 이용하는 다른 혈맹으로부터 세금을 거둘 수 있었다. 그만큼 공성전을 치를 때마다 각종 무기와 장비, 물품을 사들이며 승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다시 말해 공성전이 벌어질 때마다 <리니지> 매출은 늘어났다.

나아가 혈맹은 일종의 배타적인 공동체였다. 같은 혈맹원끼리는 가족처럼 상부상조했다. 게임을 넘어 현실에서까지 교류하는 이른바 '정모' 문화까지 등장했다. 혈맹은 이용자 간의 유대감을 한층 끈끈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이용자의 게임 이탈을 방지하는 순기능으로 이어졌다.

<리니지> 최대 매력 '공성전' 콘텐츠

◇선두주자 입지 덕분에 '락인 효과'도 누려

게다가 <리니지>는 일종의 '락인(Lock-in)' 효과도 누리고 있다. 락인 효과는 기존 제품보다 더 뛰어난 것이 등장해도 이미 투자한 비용, 습관, 혹은 귀찮음 때문에 기존 제품을 계속 이용하는 현상을 뜻한다. 실제로 <리니지> 성공 이후 이른바 '리니지 문법'을 따르는 경쟁 게임이 우후죽순 등장했지만 이용자는 국내 대표 MMORPG인 <리니지>를 쉽사리 떠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이용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요소는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하면 그간 쏟았던 열정과 현금이 한순간에 물거품 된다는 사실"이라면서 "이용자 사이에서는 어차피 MMORPG 장르 게임을 시작한다면 가장 잘나가는 <리니지>를 하는 것이 낫다는 심리가 존재했다"라고 부연했다.

결과적으로 <리니지>는 최근까지 분기마다 매출 200억원 이상을 창출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상반기는 매출 48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965억원이었다. 무려 26년 전에 모습을 드러냈던 이른바 '장수' 게임이 최근까지 연간 1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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