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02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살면서 해도 해도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몸만들기'다. 재수할 때 1년 만에 몸무게가 급격하게 불어난 적이 있다. 수능이 끝나고 모아놓은 돈을 전부 털어 비싼 보조제를 먹고 트레이너에게 집중 관리도 받았다. 당장 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차근차근 뺄 시간이 없었다. 빠르게 몸을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이 과정에서 ‘보식’이라는 메커니즘을 알았다. 전문가가 말하길 다이어트는 보식 기간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란다. 단기간 변신에 성공하더라도 한동안은 관리와 회복 기간을 거쳐야 진짜 내 몸이 된다는 뜻이다. 특히 몸무게 변화가 클수록 그 기간은 더욱 길어진다. 그 당시 한동안 최애음식 빵도 끊고 식단을 하나하나 조절해 가며 눈물의 시간을 보낸 경험을 잊을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체질 개선의 핵심인 ‘보식’ 과정은 기업을 성장시키고 운영하는 데도 적용되는 듯싶다. 특히 돈으로 시간을 사는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반드시 수반되는 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평생을 다르게 살아온 두 회사가 하나가 된다고 해서 곧바로 성과를 내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IT시스템부터 사업장, 물류 등 통합하고 효율화할 게 산더미다. 영업권 상각도 발목을 잡는다.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고 웃돈을 주고 투자하지만 단기적으로 현금창출력이 기대에 못 미치면 가차 없이 실적을 잠식하는 구조다.
올해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 롯데그룹도 몸만들기 과정에서 보면 고통스러운(?) 관리·회복 기간을 거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롯데는 화학부문에서 2차전지 사업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고 바이오 부문은 후발주자 핸디캡을 벗기 위해 미국 제약사의 공장을 연달아 품었다.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차입이 늘고 이자부담이 커졌다. 개별기준 롯데지주가 지난해 지출한 이자비용은 148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올 상반기에는 1500억원에 육박했다. 설상가상 외부 환경 악화로 현금흐름도 우호적인 수준은 아니다. 롯데지주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대내외적인 위기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기업의 생태계에서 빅딜에 대한 후폭풍은 필수 불가결이다. 빚 부담이 커지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양한 자구책을 실행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그러나 관리 기간이 힘들다고 몸만들기 프로젝트가 실패한 건 아니지 않나.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균형 있고 건강한 신체를 가질 수 없는 건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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