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06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너 경영인의 뚝심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새로운 분야에 진출에 성공하기까지 가장 필요한 요소일지도 모른다. 대기업 간판 사업은 대부분 오너의 결단과 의지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삼성과 SK의 반도체, LG의 배터리, 한화의 태양광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굳세게 버티거나 감당해 내는 힘' 사전에 나온 뚝심의 정의는 이렇다. 때문에 뚝심경영의 완성은 내부적인 반대 의견을 이겨내는 일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려고 했을 때도, 최태원 회장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려고 했을 때도 임원들의 반대 의견이 거셌다고 한다. LG그룹에서는 연이은 적자에 배터리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한화그룹의 큐셀 인수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뚝심을 '고집'이라는 단어로 대체해도 되겠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였다는 점만 놓고 보면 고집이라고 표현해도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단 그 고집이 성공적인 결과를 불러온 경우 긍정적인 뉘앙스를 담아 표현한 단어가 뚝심이다. 결국 고집과 뚝심을 가르는 차이는 결과에 있는 셈이다. 지금 뚝심이라고 불린다고 해서 미래에 고집, 고집을 넘어 아집으로 평가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최근 오너 경영인의 고집이 엿보이는 분야는 SK그룹의 배터리 사업이다. SK온이 설립된 2021년 10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자본적지출(CAPEX)만 따져도 20조원이 넘는다. 분사 전부터 배터리 사업을 지속했으니 실질적인 투자금은 20조원을 훌쩍 웃돈다. 최태원 회장이 외신 인터뷰에서 "그 숫자를 보면 정말 두렵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막대한 투자가 이뤄졌다.
단순히 지출 규모가 크다는 우려에서 나아가 재무 위기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SK온이 2026년 기업공개(IPO)에 실패할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리수'로도 보이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의 합병이 추진된 배경이다.
끊임없는 재무적 자원 소모에 내외부적 반대를 무릅쓴 계열사 합병까지, 그간 SK그룹은 배터리 사업을 위해 파격적인 결정을 내려왔다. 미래에 이런 경영활동이 최 회장의 뚝심경영으로 평가될 수 있을까. 뚝심과 고집을 오가는 SK그룹의 배터리 사업이 올 3분기 SK온의 분사 이후 첫 흑자를 낸 일은 내부적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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