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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통신소부장 기업들]삼지전자, 흐릿해진 통신장비업 '배보다 커진 배꼽'②SAMT 인수로 매출 하락세 탈출, 본업 경쟁력은 약화

최현서 기자공개 2024-11-11 09:27:31

[편집자주]

통신사와 소부장기업은 실과 바늘 같은 존재다. 매년 조단위 CAPEX 투자를 집행하는 통신 업계에서 소재, 부품, 장비를 제공하는 협력사들의 역할도 막중하다. 상용화 5년이 지난 5G는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통신사들은 다가올 6G 시대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부장 기업들이 얻을 낙수효과도 분명 존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더해 통신사들이 IT 분야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면서 소부장기업들도 발맞춰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주요 통신 소부장 기업들의 사업 현황과 재도약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신사업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7일 11: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지전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로 SAMT가 꼽힌다. SAMT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에 메모리 반도체를 유통하는 업체다. 2015년 초 삼지전자가 536억원을 들여 지분 50%를 취득했다.

통신 소부장 기업 '원조'격인 삼지전자가 본업에서 쓴맛을 봤던 게 인수 이유가 됐다. LTE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면서 통신장비 수요가 줄자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연간 매출 2조원을 넘긴 SAMT 인수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다만 근본 먹거리였던 통신 장비 부문의 약화는 우려되는 부분이다.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6G 시대 도래로 통신 장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삼지전자 통신 장비 부문의 성장세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려 컸던 SAMT 인수전…결과물은 '잭팟'

삼지전자와 SAMT의 인연은 2015년 1월 맺어졌다. 우리은행, 씨티은행 등 8개 은행(당시 지분율 87.5%)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50%를 삼지전자에 매각하기로 했다.

'배보다 배꼽이 큰' 거래로 유명세를 탔다. 삼지전자가 대규모 M&A에 나선 게 처음이기도 했지만 덩치 차이가 너무 컸다. 2014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당시 삼지전자의 자산 총계는 906억원, SAMT의 자산 총계는 2392억원이었다.

인수를 무리라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 2014년 말 기준 삼지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322억원에 불과했다. 정작 이기남 전 대표를 비롯한 삼지전자 경영진은 차입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SAMT가 매력없는 매물로 평가된 점도 문제였다. SAMT는 2009년 통화옵션 상품 '키코(KIKO)'로 인해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곳이다. 채권단은 2013년에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관심을 보이는 원매자가 없었다. 이런 와중에 2년 뒤 사업적 연관성도 적었던 삼지전자가 돌연 인수자로 나섰다.

삼지전자가 당시 SAMT 인수에 나선 이유는 본업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지전자의 핵심 먹거리는 통신 장비다. LTE가 국내에 보급된 2011년 전후로 삼지전자의 성적표는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정점을 찍은 2012년 이후로 LTE 인프라 구축 수요가 줄어들자 실적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2년 매출 715억원, 영업이익 24억원이었던 실적은 2014년 매출 343억원, 영업적자 39억원으로 나빠졌다. 같은 기간 39억원이던 순이익은 27억원 순손실로 전환됐다.

◇효자로 거듭난 SAMT, 존재감 옅어진 통신장비

결론적으로 삼지전자의 SAMT 인수 우려는 '기우'였다. SAMT를 통해 반도체 유통이라는 또 다른 엔진을 장착한 삼지전자는 폭발적인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인수 첫 해인 2015년 연결 기준 매출은 8318억원으로 전년 대비 2362.2%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5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 기간 순이익은 269억원으로 역시 흑자 전환했다.

삼지전자의 침체된 성적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SAMT 1년 실적이 완전히 반영된 2016년 삼지전자는 창립 이래 첫 연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303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후 2021년 SAMT가 홍콩에 위치한 전자제품 유통업체 투탑 일렉트로닉스를 100% 자회사로 인수하면서 연간 매출 2조원을 넘겼다. 국내에 한정됐던 먹거리를 해외로 확장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그야말로 '잭팟'이 됐다.

다만 근본 사업이었던 통신장비 부문의 설 자리는 조금씩 줄어드는 모양새란 점이 우려를 산다. SAMT 인수 원년 전체 매출의 3%(253억원)를 차지했던 통신장비 매출은 2018년 1.4%(203억원)까지 감소했다. 전자제품 유통 부문만 빛을 발하면서 삼지전자는 통신장비 업체란 본모습을 조금씩 잃어하고 있다.

5G 보급이 활발하게 이뤄지던 2019년 인프라 구축 수요 증가로 해당 부문 매출은 274억원까지 늘었지만 여전히 1%대 비중을 벗어나지 못했다. 6G 보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2028년 무렵 다시 통신장비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1%대 비율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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