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20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년간 첨단산업(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을 취재하면서 이 분야 트렌드가 빠르게 변한다는 것을 절감한다. 2021년 처음 반도체 산업 취재를 맡았을 때만 해도 D램과 낸드플래시 같은 범용 반도체 호황기였는데, 이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인공지능(AI)용 첨단 반도체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특히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을 취재하면 진화하는 기술에 맞춰 생태계도 새롭게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는 '차세대' 반도체 유리기판 밸류체인이라는 'K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기둥이 구축되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 SKC 자회사 앱솔릭스가 세계 최초로 유리기판 양산 공장을 건설하면서 국내에도 관련 소부장 생태계에 활기가 돌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와 함께 국가 첨단전략산업의 다른 한축인 이차전지 산업도 마찬가지다. 4년 전만 해도 업계 화두는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캐파(생산능력) 확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기자동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트럼프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전기차 수요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기차 배터리가 아닌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사업이 제조사의 먹거리 대안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ESS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열폭주 방지 기술도 과거보다 진화했고, 배터리 안전 관련 기업들이 양산 체제로 들어가면서 생태계가 커지고 있다.
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세계적 기류가 더 강해지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뿐만 아니라 재사용 분야를 연구해온 중소·중견기업들이 세계 무대로 나갈 길이 열리고 있다.
반도체, 이차전지로 대표되는 국가 첨단전략산업은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밖에선 '트럼프 리스크', 내부에선 내란과 탄핵이란 변수가 불거졌다. 그러나 현장에선 어느 때보다 '기회'와 '기대'를 말하는 기업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미래 기술에 투자해온 곳들이 그렇다.
첨단산업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기술 전환 사이클이 반드시 도래한다. 이에 대비해 '대체불가능한' 기술을 준비하고 때맞춰 새 시장을 여는 게 국가 먹거리를 지키고,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이라는 생각이다. 미래 기술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온 소부장 생태계가 지금 이 순간 'K첨단산업'을 지탱하고 미래를 지킬 것이다. 물론 대규모 R&D 투자가 필요한 기업에 대한 정부의 촘촘한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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