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현장 in]제놀루션 "침체기 끝났다, 주력 3개 사업 2025년 변곡점"②김상훈 CFO 부사장 "6개월간 개선작업, 신시장 개척 및 제품 업그레이드 성과 자신"
김진호 기자공개 2024-11-25 11:32:42
[편집자주]
신약 그리고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는 '현장'이 있다. 연구소이기도 하고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앞다퉈 '기지 건립'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인프라 확보가 핵심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미래가 달린 '현장'을 찾아가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2일 08: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놀루션은 코로나19 수혜가 사라진 후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수백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단숨에 적자로 전환하고 차입금 의존도 급증했다.올해 초 부임한 최고재무책임자(CFO) 김상훈 부사장(사진)에게 막중한 책임감이 부여될 수밖에 없었다. 재무흐름을 개선하는 역할 뿐 아니라 오너일가이자 주요 경영진 중 한 명으로서 제놀루션의 신규 매출원 창출 방안에도 힘써야 했다.
약 6개월에 걸친 개선작업 끝에 제놀루션은 내년 분자진단·RNAi·뷰티 전 사업부문에서 새로운 모멘텀을 선보이게 된다. 더벨은 인천 송도에 위치한 제놀루션 제2사옥에서 김 부사장을 만나 사업 확장 전략을 들었다.
◇적자전환 후 부임한지 반년, 재무적 흐름 개선 노력
2006년 설립된 제놀루션은 분자 진단 사업을 필두로 동물의약품 개발을 위한 그린바이오 사업, 뷰티 사업 등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분자 진단 수요가 폭증하면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약 1100억원의 영업이익도 실현했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관련 매출이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71억원을 기록하며 2020년 상장한 이후 처음으로 적자전환했다.
김 부사장은 올해 3월 CFO로 합류했다. 그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재무구조 개선. 영업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비용절감이 필요했다.
가장 먼저 본 건은 인건비 절감이었다. 그가 합류한 직후인 3월 말 기준 회사의 정직원 및 기간제 근로자 수는 95명이었지만 9월 말에는 그 수가 84명으로 줄었다.
바이오텍의 특성대로 회사의 근속연수도 2~3년으로 짧아 그사이 퇴사를 선택한 직원이 많았다. 글로벌 영업망을 가동해야하는 만큼 판매비 및 관리비(판관비)는 줄이지 않았다. 연결기준 올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판관비는 84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엇비슷했다.
동시에 그는 C레벨 임원으로서 신규 매출원 창출 방안도 고심했다. 적자 속에서도 핵심 사업부문에 대한 연구개발(R&D) 비용 만큼은 아끼지 않았던 배경이다.
지난해 제놀루션은 매출의 31%에 달하는 30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38억원을 투입하며 R&D 비용을 늘렸다. 매출액의 78%에 달하는 비중이다.
올해 약 69억원 규모의 국책과제를 수주한 효과로 R&D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과제들이 제놀루션의 연구개발 작업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내년부터 4년간 매년 18억원 상당의 연구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게 된다"며 "매출액 대비 비중이 높은 R&D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분자진단 신제품 2종 출시, 클리아랩·NGS 기업으로 외연 확장 시도
제놀루션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의 51.2%인 25억1000만원을 핵산추출시약과 핵산추출 장비 등을 포함한 분자진단 사업을 통해 벌었다. 김 부사장은 이 부문에서 내년 가시적인 성과를 자신한다. 신제품 개발과 신시장 개척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어서다.
분자진단 사업을 본궤도에 오른 건 회사 설립 후 8년이 지난 2014년 대량으로 핵산추출장비 ‘NX-48’을 출시하면서다. 이 역시 업그레이드를 거듭했다. 현시점에서 제놀루션의 주력 장비는 2022년 3분기에 출시한 ‘NX-Duo’다. 이 제품은 30분 내로 최대 96개의 샘플에서 핵산을 얻을 수 있다.
내년에는 NX-Duo를 능가하는 핵산 추출장비 신제품 ‘Geno-X’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단순히 핵산을 추출하데 그치지 않고 다음 작업인 ‘중합효소 연쇄반응’(PCR)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 준다.
유전자 증폭하는 PCR은 유전자 검사의 핵심 과정 중 하나다. 코로나 19 검사에서도 극소량의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증폭해서 그 존재 유무를 확인해야 했다. Geno-X는 PCR을 수행하기 위해 해야했던 수작업을 자동화하는 기능이 추가된 셈이다. 90분 안에 최대 192개의 샘플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경쟁사의 제품 대비 최소 2배 이상 빠른 속도다.
NX-Duo나 Geno-X의 신규 고객으로 미국 내 2만여 개의 클리아랩을 정조준하고 있다. 제놀루션은 파트너사인 엔젠바이오가 확보한 클리아랩에서 기존 제품인 NX-Duo를 시범적으로 셋팅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당 클리아랩에서 자사 장비의 성능을 입증한 다음 클리아랩을 대상으로 영업망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분자진단 분야 외연 확장을 위해 차세대 염기서열 시퀀싱(NGS)을 보조하는 장비 ‘Geno-N’도 내놓는다. NGS는 유전체 염기 서열 분석하는 대표적인 분석법이다.
미국 일루미나나 중국 BGI 등이 해당 장비를 개발해 세계 각국의 기업이나 연구소 등에 공급한다. 그런데 NGS 검사를 실시하기전 10여가지 이상의 전처리 과정을 사람이 직접해야 했다. 이런 작업을 자동화해주는 장비가 Geno-N이다.
김 부사장은 “2종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클리아랩 및 NGS 관련 기업들로부터 다양한 계약을 수주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 낭충봉아부패병약 ‘허디가드-R액’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
제놀루션은 분자진단 위한 장비나 재료를 판매 개발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최근 리보핵산간섭(RNAi) 기술을 바탕으로 동물의 질병을 막을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른바 그린바이오라 명명한 동물의약품 개발 사업에서 신규 매출을 낼 예정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6월 낭봉충아부패병 치료제 ‘허니가드-R액’을 허가했다. 이 병은 이른바 꿀벌에이즈병이라 불리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여기에 감염된 꿀벌은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유충 단계에서 죽게 된다.
허니가드-R액은 이중가닥리보핵산(dsRNA) 기반 유전자 치료제이며 제놀루션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해당 질환 대상 세계 최초의 약물이다.
제놀루션은 농축산부와 논의를 통해 사계절 동안 벌의 생태 변화에 따른 약물의 효능을 보기 위해 1년간의 임상을 거쳐 효능을 입증했다.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를 완료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해외 진출 전략도 마련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동물의약품 개발은 그 모든 과정을 규제당국과 새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며 “이 때문에 허가 이후 시판까지 시일이 더 걸리고 있지만 그렇더라도 내년 상반기에는 국내 출시를 완료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그린바이오 사업의 일환으로 신규 의약품 개발도 활발하다. 꿀벌의 3대 질병 중 하나인 노제마병 치료제나 소나무재선충 치료제 등 신규 후보물질을 발굴해 효력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또 1㎏ 규모의 dsRNA 대량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관련 위탁생산(CMO) 서비스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사업무문 중 가장 늦게 뛰어든 미용 뷰티 사업은 플라즈마 기반 미용(뷰티)기기과 고기능성 화장품을 내놓으며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제놀루션은 2023년 10월 비앙블바이오텍을 설립하며 미용 뷰티 사업에 뛰어들었다. 올해 1분기 출시한 '앙블쁘리띠'는 여드름 치료나 주름 개선 등에 쓰인다. 해당 제품을 포함한 상품군 매출이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13억 9000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28%로 올라섰다.
김 부사장은 “올해 우즈베키스탄, 튀르키예, 베트남, 홍콩 등 전시회에 참여해 앙블쁘리띠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며 “내년 1월 홈쇼핑을 통한 판매 등 매출 확대를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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