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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지허 "비전 글라스로 더 풍성한 와인 경험 제공할 것"스테판 리차드 "기계로 나올 수 없는 디자인, 프리미엄 시장 공략"

김지원 기자공개 2024-11-25 09:01:42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5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허(Zieher)는 '이 와인은 이 글라스에 드세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와인에게 스스로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이 각자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 글라스를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죠."

지허의 리테일 수장을 맡고 있는 스테판 리차드(Stefan Richard)는 지난 21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서울 종로구 소재 레스토랑 '엘 꾸비또'에서 직접 두 종류의 지허 와인 글라스를 소개했다. 지허의 와인 글라스를 독점 수입해 공급하고 있는 금양인터내셔날이 자리를 마련했다.

지허는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 프리미엄 테이블웨어 브랜드다. 1986년 가족기업으로 시작해 현재 전 세계 9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크리스탈을 가공해 호텔과 레스토랑에 납품하는 사업에서 출발했으나 독일의 유명 소믈리에 실비오 니체(Silvio Nitzche)가 와인을 위한 특별한 디자인의 글라스를 만들 것을 제안하며 10년 전부터 와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허는 와인의 품종별로 맞춤 글라스를 만들기보다는 글라스의 종류를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와인은 누구에게나 쉽고 즐거운 경험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 하에, 소비자들이 와인의 스타일에 따라 보다 자유롭게 글라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탄생한 와인 글라스 콜렉션이 비전(Vision) 시리즈다. 비전 시리즈는 와인의 특성을 부각하는 방식에 따라 스트레이트(Straight), 프레시(Fresh), 인텐스(Intense), 밸런스(Balanced) 등 총 4종류의 글라스로 나뉜다. 각각의 지름과 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와인으로도 글라스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다.

모든 와인 글라스는 마우스 블로운(Mouth Blown) 방식으로 제작된다. 10여 명의 숙련된 장인들이 헝가리에서 작업한다. 기계로 스템(Stem)을 별도 제작해 접착하는 대신, 수작업으로 모든 부분이 이어진 '일체형 스템'으로 만들기 때문에 탄성과 유연성,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식기세척기 사용도 가능하다.

스테판 리차드는 "지허 글라스의 웨이브는 기계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디자인"이라며 "와인이 산소와 닿는 면적을 넓혀 아로마를 한층 더 풍성하게 끌어내 디캔팅(decanting)이 글라스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핸드 메이드 방식을 활용했기 때문에 무게가 굉장히 가벼울뿐만 아니라 림(Rim)이 굉장히 얇아 입술과 글라스가 닿았을 때의 감촉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차례로 레스토랑 기본 글라스, 인텐스, 발란스
이날 스테판 리차드가 소개한 글라스는 비전 시리즈의 인텐스와 발란스다. 시음 와인은 금양인터내셔날의 '엠 샤푸티에 지공다스 아티스트 레이블', '셀바흐 오스터 리슬링 트로켄'이었다.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일반 글라스, 인텐스, 발란스에 똑같은 와인을 따른 뒤 글라스에 따라 향과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설명하는 방식으로 인터뷰가 진행됐다.

처음 소개한 인텐스는 입구가 좁아 와인의 향을 집약적이고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글라스다. 보르도와 같은 블랜딩 와인, 디캔팅이 필요한 와인과 특히 더 잘 어울린다. 지허는 잔을 잡았을 때의 균형감을 고려해 긴 스템의 디자인을 택했다. 인텐스의 높이는 28cm에 달한다. 비전 시리즈 제품 가운데 판매율도 가장 높다.

두 번째로 소개한 발란스는 보울이 굉장히 넓어 인텐스와 비교했을 때 와인이 산소와 더 많이 맞닿는다. 지름 12cm로 림의 크기도 커 다양한 아로마를 섬세하게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복잡하고 세밀한 화이트·레드 와인, 올드 빈티지 샴페인과 잘 어울린다.

스테판 리차드 지허 리테일 수장
스테판 리차드는 "사람에 따라 특정 와인과 잘 맞다고 느끼는 글라스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글라스에 와인을 따라보고 각자의 취향에 따라 와인을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지허는 금양인터내셔날이 다양한 소비자층을 보유하고 있고, 지허의 역사와 스토리를 가장 잘 풀어낼 수 있는 곳이라 판단해 금양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금양인터내셔날은 지난해 9월 지허와 독점 계약을 체결해 국내에 글라스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스테판 리차드는 "한국의 와인 시장은 프리미엄화되어 있고 소비자들의 취향도 굉장히 고급화되어 있으나 글라스 시장은 와인만큼 발전돼 있지 않다"며 "지허는 높은 퀄리티의 프리미엄 글라스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시장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시장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홍보·판매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호텔과 소믈리에에게 지허의 글라스를 직접 설명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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