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타당성 쫓은 4년, EC능선 넘은 대한항공…남은 절차는가장 높은 벽 넘었다…2년간 화학적 결합 집중, 항공업 경쟁력 강화 '기대'
허인혜 기자공개 2024-12-03 09:13:10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9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최대 관문으로 여겨졌던 유럽연합(EU) 경쟁당국 EU 집행위원회(EC)의 기업결합 승인이 완료되면서 '메가캐리어'라는 결승선 문턱에 다달았다. 미국 법무부(DOJ) 심사와 신주 인수 등의 절차를 거치면 내달 20일 이전 두 항공사는 한 비행기를 타고 날게 된다.합병을 결심한 지 4년이 흘렀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필수 신고국 14개국에 합병의 당위성을 설득하는 데에 총력을 다했다. 유럽과 미국 노선을 국내 항공사에 배분하는 등이다. 항공사 합병의 과업을 달성한 뒤에도 과제들은 남아있다. 이제부터는 합병의 효과를 보여줘야할 증명의 시간이다.
◇20년 11월 시작한 절차, 딱 4년 걸린 합병 타임라인
EC는 28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최종 승인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결정문을 받아 미국 법무부(DOJ)에 보고했다. EC는 이날 "EC의 합병 규정에 따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제안한 매각 사업의 적격 구매자로 에어인천을 승인했다"고 했다. 마지막 우려가 종식됐다는 선언이다.
합병 타임라인은 만으로 4년을 꽉 채웠다. 2019년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입찰 공고를 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같은 해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했지만 이듬해 무산됐다. 정부와 산업은행의 주도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 계획을 밝히고 지분인수 계약을 체결한 때가 2020년 11월이다. 산고 끝에 합병 결정이 내려지면서 첫 해까지만 해도 메가캐리어 탄생은 금방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필수신고국 14개국의 허들이 만만치 않았다. 일단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의 문턱부터 높았다. 한해를 꼬박 보내고 2021년 연말 공정위의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을 받는다. 이후 튀르키예와 대만·태국·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한국과 싱가포르, 호주, 중국과 영국, 일본이 순차적으로 결합을 승인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서는 국내선 14개와 국제선 26개 노선을 대상으로 구조적·행정적 조치가 내려졌다. 슬롯 반납과 신규 항공사 진입 등이다. 중국에서는 여객 9개 노선에 대해 진입희망 항공사가 있으면 슬롯을 지원하도록 했다. 영국과 일본도 슬롯 지원이 필요했고 아시아나항공 화물 부문에 대한 협의도 있었다.
유럽과 미국은 협상 단계가 지난했지만 요약하자면 신규 진입항공사(Remedy Taker)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유럽 4개 노선과 미국 5개 노선을 이관 받았고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사업부문은 매각했다.
여러 난관 중에서도 EC의 경쟁제한 우려가 가장 큰 복병이었기 때문에 이번 최종 승인의 의미도 크다. 지난해 5월 EC가 대한항공에 경쟁제한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예비조사 결과를 담은 심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를 발송하며 어려움이 있었다. EC는 인천발 프랑크푸르트와 파리, 바르셀로나, 로마 등의 4개 노선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남은 절차는…신주인수 후 '화학적 결합'
절차는 아직 남았다. 우선 DOJ의 결정은 아직 공식적으로 통보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EC가 승인 결정을 내린 만큼 DOJ도 별도의 소송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사실상의 승인을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DOJ는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공표하지 않고 독과점 소송을 통해 반대 의사를 표한다.
심사 절차를 모두 마친 뒤에는 내달 신주 인수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편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신주 인수를 통해 확보하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63.9%다. 총 1조5000억원의 인수 대금 중 계약금과 중도금을 제외한 잔금 8천억원을 추가 투입해 거래를 매듭짓게 된다.
합병 후 최우선 과제는 조직문화 통합과 인력 조정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수 정리부터 조직 개편, 조직 내의 문화까지 손볼 부분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합병 항공사의 기업 이미지(CI)와 기체·유니폼 디자인도 진행 중이다.
마일리지도 관심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에 따라 대한항공은 기업 결합일부터 여섯 달 내에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후 승인을 거쳐야 시행할 수 있다.
한편 필수신고국의 승인을 거치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로와 슬롯, 화물부문 사업에 변화가 생기자 국내 항공업계의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한항공은 경쟁력 약화가 아닌 강화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알짜 항로인 유럽과 미국의 신규 진입항공사는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다. 모두 국적 항공사를 지정해 해외로의 이전을 막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중국과 일본 등 이용이 잦은 노선도 슬롯과 운수권 반납에 대한 기준만 정했고 대상 항공사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해외 항공사들이 해당 항로에 진입할 지 여부도 경제성 등을 고려하면 불투명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티웨이항공이 유럽노선에, 에어프레미아가 미국노선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며 "향후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소비자 선택권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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