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남은 고개 미·일, 조금 더 쉬워지는 셈법EU의 조건 '아시아나 화물 매각', 미국 허들 넘기 수월…항공동맹 의견차 '관건'
허인혜 기자공개 2024-01-17 07:23:33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5일 1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대형 항공사(FSC) 합병 승인은 미국과 일본의 결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회(EC)가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며 승인 결정을 심사숙고한 만큼 대한항공도 긴 시간동안 큰 결정들을 내려왔고, 덕분에 미국과 일본의 조건을 맞추기는 보다 수월할 것으로 전망된다.EC에 맞춰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를 분리매각하기로 하면서 미국도 여객 경쟁제한 외에는 반대할 근거가 사라졌다. 유럽 노선은 운수권이 필수이지만 미국과 일본은 오픈스카이 협정으로 경쟁 항공사의 진입이 비교적 자유로운 점도 수월한 승인을 점치게 한다. 시원한 전망 속 미국 빅3 항공사간의 의견 차이가 관건이라면 관건이다.
◇'깐깐한' EC 덕 만반의 준비한 대한항공
EC를 제외하면 현재 결합 승인을 진행 중인 국가는 미국과 일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두 항공사가 취항 중인 세계 각국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 곳이라도 거절하면 합병은 불발이다. 이중 가장 큰 산으로 여겨졌던 EC의 승인 가능성에 파란 불이 켜졌다. 빠르면 이달 승인도 점쳐진다.
남은 곳이 쉬운 상대는 아니다. 특히 미국 법무부(DOJ)는 2022년 11월 심사기한을 연장한 바 있다. 경쟁제한 해소를 위한 신규 시장 진입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경쟁 제한 우려'라는 EC의 입장과 같았다. 항공화물 사업에 대해서도 일부 독과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EC가 두 FSC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면 미국과 일본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EC가 워낙 깐깐한 심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EC와의 접점을 찾기 위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분리매각이라는 강수를 두면서 DOJ가 우려했던 화물 독과점 문제도 해소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화물까지 매각하는 마당에 미국이 우려할 만한 경쟁제한이 더 심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대체 항공사의 규모도 EC와 DOJ의 결정을 미루는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EC의 승인이 이뤄지면 DOJ도 같은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EC가 대체 항공사를 받아들여 승인했는데 DOJ가 반대하려면 대체 항공사가 있는 데도 반대할 근거를 찾아야해서다.
◇운수권 필수 EU, 오픈 스카이 美·日
여객은 더 수월하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항공자유화 협정을 맺은 곳이다. 원칙적으로는 완전 경쟁 구간이기 때문에 운수권의 개념이 없다. 중요한 것은 슬롯인데 슬롯은 항공사끼리의 협의로도 분배가 가능하다. EC와의 협정에서는 운수권과 슬롯 분배도 골칫거리였지만 미국은 다르다는 의미다.
대체 항공사로는 이미 미주노선에 취항 중인 에어프레미아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에어프레미아는 대체 항공사이기 이전에 이미 미주노선을 활발히 오가고 있는 항공사이기도 하다. 이미 유효경쟁 중이라는 의미다.
대한항공 등은 에어프레미아가 선제적·성공적으로 미주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대체 항공사로서의 역량도 충분하다는 점 등을 들어 미 법무부(DOJ)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독과점 논란이 있는 구간은 대한항공·아시아나의 미주 13개 노선 중 5개(샌프란시스코, 호놀룰루, 뉴욕, LA, 시애틀)다.
대체 항공사의 기재와 승무원, 조종사 확보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합병 후 1년 내에 대체 항공사가 해당 노선에 취항해야 하기 때문에 대한항공의 기재와 승무원, 조종사 이관 계획 등과는 별개로 대체 항공사도 기재 등을 적극적으로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도 항공자유화 협정을 맺은 국가다. 한국~일본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와 외항사들도 다수 취항하고 있다.
◇UA vs 델타 입장차는 허들…슬롯 추가요구 가능성
미국 내 항공사들의 경쟁이 허들이라면 허들이다. 미국 빅3 항공사 중 두 곳인 유나이티드항공(UA)과 델타항공의 입장차이다. UA는 아시아나항공과,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협업 중이다.
델타항공은 2018년 5월부터 대한항공과 조인트 벤처(JV) 협약을 맺었다. 대한항공은 미주 노선에서는 290여 개 목적지를 델타항공과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병시 합산점유율이 약 78~100%라고 분석했다. 샌프란시스코와 하와이안항공의 일부 노선을 제외하면 사실상 경쟁사가 없다. 스카이팀에도 속해 있다.
UA는 아시아나항공과 항공 동맹 스타얼라이언스 식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시 더 많은 슬롯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UA의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사라지는 것도 뼈 아픈데 델타항공이 미주노선을 장악하면 출혈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 매각 일정도 미국과 일본 승인에 일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일본은 이달 중으로, 미국은 올해 상반기, 늦어도 연말까지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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