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의 변신, 그래디언트의 바이오]기업분할로 탄생한 'GBCC·테라펙스' 항암부터 신기술까지③분사로 테라펙스 신설, 이후 인적분할로 GBCC 설립 'R&D 분야' 양분
한태희 기자공개 2024-12-23 09:49:24
[편집자주]
국내 최초로 전자상거래 개념을 도입한 인터파크. 그래디언트라는 새로운 사명과 함께 유통이 아닌 바이오로의 체질개선을 꾀하고 있다. 여행과 공연 등 기존 이커머스사업부를 야놀자에 매각하고 항암신약 개발기업 '테라펙스', 오가노이드 기반 신약 후보물질 발굴 기업 '그래디언트바이오컨버전스'를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완전히 바꿨다. 이기형 회장을 필두로 추진하는 그래디언트의 바이오 사업은 어떤 스토리가 있을까. 더벨은 그래디언트 바이오 사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인물들을 만나 구체적 청사진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0일 10: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디언트의 바이오 사업이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된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2020년 사내 부설 연구소를 분사하며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를 설립하면서 바이오 자회사가 탄생했다. 다양한 요소를 융합하는 '컨버전스' 방식으로 신약을 연구, 개발하는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다.2022년 오가노이드 연구부문을 인적분할하며 사업 전략이 구체화됐고 두개의 바이오 구심점이 마련됐다. 테라펙스로 사명을 변경한 존속법인은 항암신약 개발, 신설 법인 그래디언트바이오컨버전스(GBCC)는 오가노이드 기반 약물 평가 플랫폼과 신약 타깃 발굴 서비스를 영위한다. 항암신약이라는 대세, 오가노이드라는 미래 기술을 병행 개발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오가노이드 연구로 출발, 항암 신약 개발로 확장
전 인터파크, 현 그래디언트그룹의 두 축은 모태인 그래디언트와 아이마켓코리아로 구분된다. 지배구조의 최상단에는 그래디언트라는 지주사 개념의 모기업이 있고 그래디언트는 최대주주인 이기형 회장이 지배한다. 이 회장은 그래디언트 지분 32.1%를 쥐고 그래디언트는 아이마켓코리아 지분 43%를 보유하는 구조의 지배구조다.
이 회장이 그래디언트를 통해 아이마켓코리아와 그룹 산하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다. 그래디언트그룹은 안연케어, 큐브릿지, 아이로지스틱스, 테라펙스, 그래디언트바이오컨버전스 등 13개의 국내 계열사를 보유했다.
이 중 바이오 R&D 계열사는 테라펙스와 그래디언트바이오컨버전스로 압축된다. 테라펙스는 표적항암제 등 미충족 수요가 높은 신규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그래디언트바이오컨버전스는 오가노이드 기반 약효 평가 및 신규 타깃 발굴 플랫폼이 주력이다.
2017년 사내 출범한 바이오융합연구소가 기점이다. 처음에는 오가노이드 배양 기술 개발 등 연구에 초점을 맞췄다. 2020년 7월 그래디언트와 아이마켓코리아가 51%, 49% 비율로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현 테라펙스)를 신규 설립하면서 전략이 구체화됐다.
기존 오가노이드 연구 외에도 항암 신약 개발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였다. 2020년 8월에는 연세대 의생명과학부 신약연구팀과 폐암치료제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비씨켐으로부터 고형암을 타깃하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당시 좌장을 맡아 사업 기틀을 다진 인물이 현재 다른 바이오텍인 지아이이노베이션을 이끌고 있는 홍준호 대표다. 홍 대표는 인터파크바이오융합연구소의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의 초대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2021년 초에는 이구 현 테라펙스 대표를 CTO(최고기술책임자) 부사장으로 영입하면서 신약 개발 의지를 한층 더 강화했다. 이 대표는 LG생명과학, 브릿지바이오, 카이노스메드 등을 거친 신약 개발 전문가다. 홍 대표가 회사를 떠나며 대표이사직도 넘겨받았다.
R&D 방향성도 오가노이드 연구보다 항암 신약 개발로 집중됐다. 현재 주력 파이프라인은 4세대 EGFR 변이 표적항암제 'TRX-221'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차세대 ADC(항체약물접합체)의 일종인 DAC(항체접합분해제)를 후속 물질로 개발하고 있다.
◇AI 알고리즘 활용한 오가노이드 서비스, 매출 성과 확보 고민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는 2022년 오가노이드 사업부를 인적분할해 그래디언트바이오컨버전스라는 또 다른 계열사를 신설했다. 항암 신약 개발을 확대하며 기존 오가노이드 관련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존속법인의 사명은 테라펙스로 변경했다.
그래디언트와 아이마켓코리아가 각각 49% 지분을 보유했다.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 연구소장을 거친 이진근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전신인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출신 인물이다.
그래디언트바이오컨버전스는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플랫폼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한다. 800여 종에 달하는 방대한 오가노이드(PDO) 데이터를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이를 활용해 임상시험 전에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융합해 신규 항암 타깃을 발굴하는 서비스로 사업 역량을 넓히고 있다. 자체 AI 모델을 통해 오가노이드로부터 유래한 다양한 환자의 입체적 정보를 분석하고 통합해 혁신 항암 타깃을 발굴한다.
다만 아직 가시적인 매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래디언트바이오컨버전스의 작년 매출은 1억원을 밑도는 3600만원 선이다. 최근 오픈이노베이션실을 신설하며 국내외 사업개발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배경이다.
그래디언트 관계자는 "이커머스처럼 과학기술에서 후발주자로 퍼스트 무버 포지션을 취하려면 어떤 사업 콘텐츠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했다"며 "오가노이드라는 결론을 냈고 이를 치매, 항암에 적용하며 바이오로 사업 역량을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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