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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 Watch]증시 구세주 '증안펀드', 가동 더딘 이유는출자기관 산은 등 다수…당사자 간 복잡한 이해관계

이지은 기자공개 2024-12-31 08:15:55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9일 14: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증시가 하락한 데 따른 증권시장안정펀드(이하 증안펀드) 가동 시점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증시 회복이 절실한 주식 운용역들이 증안펀드 투입 시기에 촉각을 기울이는 가운데, 다수의 출자기관들이 의견 합치를 단시간에 이뤄내는 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는 산업은행, 금융위원회에 증안펀드 가동 현황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당장 증시에 투입할 수 있는 증안펀드 자금 규모가 주요한 문의 내용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증안펀드 약정액 10조7600억원 가운데 현금성 자산으로 즉각 가용 가능한 금액(드라이파우더)은 1228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안펀드는 주식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정책기관 주도 하에 주식을 매수하는 펀드로, 1990년 이후 다섯 차례 조성됐다. 주요 출자기관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비롯해 KB·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금융지주 등 금융사들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국회 측에서 비상계엄 사태로 증시가 반응할 때 즉시 증안펀드를 투입하지 않았던 것과 관련해 일부 쓴소리를 했다"며 "분위기가 안 좋다보니, 채권시장 경색을 막고자 조성했던 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 운용사들도 불똥이 튈까 봐 긴장을 늦추기 어려웠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국내 주요 증시는 하락세다. 코스피 지수는 사태 당일인 3일 2500.10을 기록했지만 18일 2484.43으로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같은 기간 690.80에서 683.42로 하락했다. 며칠째 정부가 증안펀드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와중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들 입장에서도 증안펀드 투입 가능성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증안펀드는 '캐피탈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운용된다. 자금을 한꺼번에 펀드에 투입,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대상이 확정되고 집행이 시작될 때 자금을 납입하게 된다.

관계사가 워낙 많다보니 의사결정이 느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주체별로 자금조달 방식을 두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증안펀드의 주요 출자자는 은행과 보험으로 알려져 있는데, 두 업계 모두 건전성 관리가 중요한 곳들이다.

19일 금융당국이 출자기관의 부담을 줄이는 내용의 조치를 발표한 것도 이와 궤를 함께한다. 은행의 스트레스 완충 자본 규제 도입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미루거나 보험사의 증안펀드 잔여매입약정금액(미사용 금액)에 대한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 위험액 반영 수준을 절반으로 낮추는 것이 골자다.

증안펀드 투입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점도 거론되고 있다. 18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증안펀드 투입 시기는 시장 자율적 안정 이후라고 언급하긴 했지만 이를 두고도 여전히 모호한 표현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수 상품에 투자하는 증안펀드가 지수가 어느 선까지 떨어졌을 때 투입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인지 관계자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증안펀드의 경우 관계 기관이 워낙 많아서 국회에서 갑자기 펀드 자금을 충분히 모집해달라고 요구한 들 바로 준비가 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국회가 최근 출자기관으로 하여금 드라이파우더를 준비해두길 요구했는데 이 안건을 가지고 여러 출자기관에 보고하고 확인하는 데만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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