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 커버드콜 ETF]폭풍성장 이면, 경쟁 '과열'②분배율에 매몰된 경쟁구도, 금융 당국 제지까지
이명관 기자공개 2025-02-11 07:58:52
[편집자주]
ETF 시장은 최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시장을 잡기 위한 자산운용사 간 경쟁도 나날이 격화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커버드콜 시장의 성장세가 눈길을 끌고 있다. 안정적인 배당을 노린 투자자들의 니즈가 늘면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시장 파이가 확대되고 있다. 더벨이 자산운용사의 커버드콜 ETF 전략을 비교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6일 15시3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급성장 중인 커버드콜 ETF 시장은 그만큼 경쟁도 과열되고 있다. 경쟁적으로 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 덕분에 시장의 성장이 한층 가파른 것도 맞지만, 부작용도 적잖이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분배금에 지나치게 매몰됐고, 상품과 마케팅 등이다. 이에 금융당국의 제재까지 이어지기도 했다.◇상품명에서 빠진 '분배율'
상장돼 있는 커버드콜 ETF 상품은 총 36개다. 최초 설정된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커버드콜OTM'으로 2012년 10월 상장됐다. 그후 삼성자산운용이 2017년에 'KODEX 미국S&P500배당귀족커버드콜'을 만들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KB자산운용은 이듬해인 2018년 'RISE 200고배당커버드콜ATM'을 통해 시장에 커버드콜 상품을 선보였다.
다만 당시만 하더라도 커버드콜에 대한 인기가 지금과 같지 않았다. 시장 규모는 1000억원이 채 안됐다. 그러다 2022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관련 상품을 추가로 만들면서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경쟁 분위기가 형성된 시기는 2023년부터다. 2023년 시장을 주도한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데커버드콜' 상품이 반향을 일으키며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시장을 선도한 가운데 신한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도 커버드콜 상품을 선보이면서 따라붙었다. 그리고 2024년 자산운용사들이 경쟁적으로 상품을 출시하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2024년 한 해동안 출시된 커버드콜 ETF 상품은 24개에 달한다. 한 달에 2개의 상품이 출시된 셈이다. 운용사별로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 7개, 삼성자산운용 7개, KB자산운용 4개, 한국투자신탁운용 3개, 한화자산운용 2개, 신한자산운용 1개 등 이다. 1년 사이 10배 가까이 시장이 확대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운용사들은 큰 틀에서 커버드콜이란 전략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터라 테마에 따라 상품의 차별점을 찾아 선보였다. 하지만 정작 주안점을 둔 것은 차별화 포인트보단 분배율이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가장 직관적일 수 있어서다. 실제 상품명에도 분배율이 명시되기도 했다.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당국이 나서기에 이르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7월 소비자경보(주의) 발령을 내렸다. 커버드콜 ETF 명칭 및 수익구조에 대해서다. 동시에 ETF 상품에 대한 상품명 변경 조치도 내렸다.
쉽게 기존 ETF에서 목표연분배율과 프리미엄 문구를 제외하도록 했다. ETF의 경우 전략 특성에 따라 레버리지·인버스 등 통일된 명칭을 부여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커버드콜 ETF도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자 금융당국에서 손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후 모든 커버드콜 상품의 명칭이 간소화됐다. 분배율은 투자설명서를 찾아봐야했고, 상품명에선 투자 컨셉정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이 같은 명칭 간소화가 마케팅과 연결되지는 않았다. 결국 분배율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기조는 계속 이어졌다. 명칭에서만 빠졌을 뿐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은 모양새다.
![](https://image.thebell.co.kr/news/photo/2025/02/06/20250206145803804_n.png)
◇치닫는 분배율 경쟁, 일본 사례도
경쟁이 과열되자 분배율이 높은 상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대 20%까지 분배금을 지급하겠다는 상품까지 나왔다. 1만원을 투자하면 2000원을 연간 배당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인 셈이다. 으레 이 같은 기대를 하고 투자를 하는데, 실질적으로 투자자에게 향하는 배당금은 2000원이 채 안될 가능성이 높다. 명시된 분배율은 어디까지나 목표치여서다.
이처럼 분배율 경쟁이 계속될 경우 차짓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다양한 고려 사항을 토대로 의사결정을 내릴텐데, 그중에서도 분배율이 핵심이 된다"며 "운용사들도 분배율을 강조하곤 하는데, 충분히 오해가 불거질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분배율은 투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목표 분배율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있다. 하지만 마케팅에선 이 같은 정보가 충분하게 제공되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ETF 상품이 고관여 상품에 속해서다.
고관여 상품은 투자자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관여를 깊이 한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은 취득 가능한 정보를 토대로 기호에 맞게 투자할 상품을 고른다. 정보는 공시된 투자설명서를 참조하거나 광고를 통해서 취득한다. 이렇다 보니 오해가 발생하기 쉽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지점은 원본에 손을 대는 경우다. 목표치가 아닌 확정적으로 분배금을 약속한 상품의 경우 무리해서 분배금을 맞춰줘야 한다. 원본에 손을 대면 당장은 표면적으로 큰 무리가 없을 수 있다. 다만 해당 ETF의 순자산가치(NAV)에 악영향을 미친다. 상품의 지속 가능성에 빨간불이 들어오게 된다는 의미다.
실제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일본의 월분배 펀드 시장은 1997년 처음 도입됐다. 시장에 자금이 몰리고, 한때 40조엔 넘는 규모로 성장하기도 했다. 전체 펀드 시장에서 월분배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하기도 했다. 시장 파이가 빠르게 불어나자 운용사 간 경쟁도 과열양상을 띄었다. 자연스레 비교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분배율을 과도하게 책정하기 시작했다.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갔고, 원금에 손을 대는 펀드들까지 등장했다. 그러다 2022년엔 일본에서 월분배 펀드 1000여개 중 30% 정도가 분배금 전액을 투자 원금에서 차감해 분배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자 일본 월지급 펀드의 순자산가치(NAV)는 계속 감소했다. 일종의 폰지사기가 된 셈이다. 결국 일본 당국이 나섰고, 수익을 통해서만 분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규제까지 도입됐다. 그후 월분배 펀드 시장은 반토막이 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본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 지나친 분배율에 매몰되면 결국 무리한 상품설계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행태가 계속 이어지면 운용자산을 불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어지고 결국 모럴헤저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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