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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딥시크 쇼크, VC들이 본 투자포인트는스타트업 레벨서 '한국형 딥시크' 등장 쉽지 않아…'AI 산업 가속'에 주목

최윤신 기자공개 2025-02-13 08:15:00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2일 10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딥시크가 연일 화제입니다. 인공지능이 산업계 이슈를 모두 잠식한 형국인데요. 중국에서 개발한 저비용 인공지능 딥시크를 두고 가히 쇼크라 할 만한 충격이 전 세계에 퍼졌습니다. 스타트업 투자의 전문가인 벤처캐피탈리스트들에게 '인공지능과 딥시크'에 관한 의견을 여쭤봤습니다.

Q. 딥시크, 딥시크 하는데 뭐길래 이렇게 화제가 된 겁니까?

A. 딥시크는 중국의 ‘딥시크’라는 회사에서 내놓은 생성형 AI서비스이자 이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딥시크라는 회사에 대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딥시크는 챗 GPT와 같은 생성형 거대언어모델 서비스를 하는 기업입니다.

모회사가 ‘하이플라이어’라는 중국 펀드 운용사예요. 퀀트투자를 AI 기반으로 해서 돈을 좀 벌었고, 그 돈을 가지고 챗 GPT 대항마로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이게 챗 GPT에 견줄만한 성능을 보여줘서 전 세계가 놀라고 있습니다.

Q. 벤처캐피탈리스트들에게 ‘딥시크’를 물어봤죠? 왜 이런 조사를 하게 된 거죠?

A. 저희 부서는 기업 생애 주기의 맨 앞단, 그러니까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을 취재하고 있는데요. 아직 상용화하지 않은 기술들을 사업화하려는 기업들이 많아요.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에 미래가 달린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최고 AI 전문가분들은 방송에 많이 나와서 얘기 많이 해주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좀 다른 관점에서 보고 싶었어요.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AI 분야에서 완전한 전문가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반인들보다는 산업 밸류 체인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고민을 하면서 투자하는 사람들이고 실제로 이들이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서 어떤 분야가 힘을 받냐 이런 게 좀 정해지는 측면이 있거든요.

특히 AI는 모든 산업계에 걸친 미래 기술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보니까 관련한 기술을 사업화하려는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스타트업에 많이 투자하고 있기도 하고요.

Q. 한국판 딥시크에 대해서 밴처캐피탈리스트들은 어떤 의견을 갖고 있나요?

A. 일단 설문조사 결과를 보시면 한국에서 딥시크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겠냐고 물어봤는데, 응답이 좀 많이 엇갈렸습니다. '아니다'라는 의견이 소폭 우세했는데요. 딥시크가 생각보다 적은 그래픽 카드로도 AI를 충분히 훈련시킬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한 만큼 우리도 이런 방식을 참고하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특히 한 VC 대표는 소버린 AI(AI 주권) 측면에서 꼭 나와야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어렵다고 본 곳들도 많았는데요. 우리나라 현실에서 사실상 딥시크 같은 기업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지금 언론 기사로는 딥시크가 558만달러, 그러니까 한화로 한 80억원 정도로 딥시크를 개발한 것처럼 보도가 되고 있는데요. 사실 558만달러라는 게 전체 개발 비용을 말하는 게 아니고 이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 사용한 GPU 비용입니다.

엔비디아의 H800이라는 구형 그래픽 카드를 시간당 2달러에 빌린다고 가정하고 총 투입한 GPU 시간을 곱한 건데요. 그러니까 실제로 딥시크가 처음 설립돼서 개발을 마치기까지는아마 수천억의 비용이 들었다고 보는 게 대다수입니다.

Q.질문을 스타트업으로 좁혀보면 한국 스타트업들이 이런 인공지능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A. 일단 스타트업에 한정해서 따로 질문을 드리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내용을 보면 국내 스타트업들이 딥시크같은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많이 제시해 주셨는데요.

응답자 중 한 VC 대표는 ‘꼭 스타트업일 필요가 있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스타트업에 한정해서는 널리 쓰일 수 있는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런 모델을 만들 수야 있겠지만 실제 그걸로 돈을 벌 수 있느냐 이게 문제인데요.

엄청나게 집중된 투자도 해야 되고 그리고 또 AI를 아는 고급 인재들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필요합니다. 이게 현실적으로 국내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Q. 결국 비용의 문제일 텐데요. 딥시크 사례도 사실은 중국 정부의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야 되겠죠?

A. 물론 중국 정부가 직접적으로 딥시크를 지원했다. 이런 얘기는 없습니다. 량원평이라는 CEO가 설립한 기업인데요. AI로 투자하는 헤지펀드 운용을 통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요. 그래서 그 돈을 기반으로 중국 젊은 인력들을 고용하고 그렇게 해서 만든 회사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VC들은 중국에서 딥시크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 중국 정부의 역할이 컸다고 많이 지목했습니다. AI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온 점에 대해서 얘기를 한 건데요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다 보니까 AI를 다룰 수 있는 우수한 인재들이 중국에 많이 있다는 점들이 많이 언급됐습니다. 복수 응답 가능한 질문지였는데, 정부의 지원을 꼽은 곳이 62%, 인재풀과 기술력 향상을 꼽은 것이 60%로 높았습니다. 결국 양질의 인력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 좋은 인력들은 다 미국 빅테크에서 일한다고 한탄하시는 VC대표도 있었습니다.

Q. 딥시크 이슈에서 산업계, 특히 스타트업계가 배워야 할 교훈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A. 주관식 응답 내용들을 보면 좀 어느 정도 도출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일단 한국 산업계가 배울 건 중국의 성장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정도로 요약이 될 것 같습니다. '도전 정신'이라는 키워드도 도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의심하는 시각도 나오고는 있는데 딥시크가 주목받는 게 구형 GPU를 가지고 비용을 절감해서 개발했다는 이유잖아요. 이 배경에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규제가 있습니다. 규제 때문에 엔비디아의 최신 칩을 쓰지 못하는 환경에서 모델을 경량화하면서 이런 성과를 냈다는 점에 도전 정신이라는 단어가 많이 언급됐습니다.

우리나라도 몇 년 전에 일본에서 소재 부품 장비 관련 규제들이 있었잖아요? 그때 우리나라 소부장 기술력이 확 늘어난 것들 언급하면서 도전 정신을 우리도 가져야 된다 이런 얘기들을 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Q. 설문조사에서는 제번스의 역설이라는 게 눈에 좀 띄었는데 이 내용 어떤 것인지 소개 좀 해줄 수 있을까요?

A. 딥시크 쇼크가 나오고 나서 언론에서 제번스의 역설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는데요. 기술 혁신으로 인한 효율성 개선이 자원의 사용을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더 늘린다는 걸 지칭한다고 합니다. 영국에서 증기기관이 발명된 이후에 연료 소비 효율이 늘었는데도 석탄 사용량이 더 늘어나는 상황을 말하는데요. 이걸 AI 환경에 적용했습니다.

연산장치, 현재로서는 GPU의 사용 효율성이 커진다고 해도 연산 장치의 사용량이 줄어든다는 건 아니라는 것을 말합니다. 이게 그냥 보면 AI 반도체 칩만 보고 얘기하는 걸 수도 있는데 조금 더 보면 증기기관이 세상을 좀 많이 바꿔놨듯이 AI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얘기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이런 비용 얘기를 계속하다 보면 결국 한국 스타트업들은 ‘초거대 언어모델 개발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결국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대형 플랫폼들을 우리가 주목해야 되는 걸까요?

A. 일단 VC 업계에서는 국내 스타트업이 딥시크와 같은 범용 서비스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든다는 게 좀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AI 주권을 위해서라도 국내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할 필요성은 있는데, 이게 스타트업에서 가능하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결국은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곳에서도 소버린 AI의 측면에서 파운데이션 모델을 계속 도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결국은 VC는 돈을 투자해서 이 회사 성과를 내고 기업 가치가 올라서 그때 회수를 해서 수익을 내야 하는 투자자들이거든요. 그러니까 파운데이션 모델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안 커 보이는데 돈을 넣어서 실제로 회수할 수 있느냐 이런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현실적으로는 이제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기보다는 좀 엣지 있는, 돈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VC들의 시각에서는 훨씬 더 좋아 보이는 것 같습니다.

Q. 그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도 같습니다. 이거는 투자와는 조금 다른 얘기이긴 한데, 딥시크 사용에 대해서 대한민국 정부는 금지 명령을 내리고 있는데요. 정보 유출, 미국과의 관계 이런 것들이 우려되는 것 같습니다.

A. 각 부처에서 사용금지 명령이 좀 본격화되기 이전에 저희가 설문을 진행했는데요. VC들 사이에서는 이런 거에 대한 우려들도 제기가 됐어요. 먼저 딥시크 등장 이후에 국내 AI 기업들이 어떤 전략을 취해야 되는가. 이렇게 물었는데 딥시크의 오픈소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미국 빅테크의 오픈소스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유효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복수 응답이 가능한 구조였던 걸 감안하면 딥시크만을 써야 된다는 의견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관식 응답들을 보더라도 기술 활용은 가능할지 몰라도 정보보호 이슈가 존재한다 이런 의견도 있었고 저렴한 비용이 강점이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가 단점이라는 그런 응답도 있었습니다.

Q.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보는 딥시크와 관련된 투자 포인트 요약 좀 해주시죠.

A. 일단 벤처캐피탈들은 주로 비상장 회사에 투자하는 곳이기 때문에 상장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고요. 투자 인사이트 정도를 도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설문의 결론을 좀 내보자면 우리나라 스타트업 레벨에서 딥시크를 만들긴 어렵다. 하지만 딥시크의 영향으로 AI 산업의 발전은 빠르게 이뤄질 것이다. 이 정도로 요약이 될 것 같습니다. AI가 저렴해지고 패권이 또 금이 가면서 가격 경쟁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AI 시대는 더 발전할 것이고요. 그러니까 조금 더 실현 가능성이 멀다고 봤던 그런 산업들이 조금 더 예상보다 더 빨리 다가올 수 있겠다. 이 정도 인사이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들면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자율주행차’ 같은, 요새는 피지컬 AI라고 표현을 하더라고요. 또 ‘에이전트 AI’라는 말이 또 나오는데 이제 생성형 AI를 넘어서 AI가 판단까지 하는 그런 세상이 올 거라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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