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18일 07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이름만큼 가족간 경영권 분쟁으로 유명세를 치렀던 곳이다. 창업주인 구찌오 구찌(Guccio Gucci) 사망 이후 1980년대에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간의 갈등은 기업 경영 실패 사례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2세인 장남(알도 구찌)과 차남(로돌프 구찌)이 경영권을 받았고 이들의 자녀들도 회사 경영에 관여했다. 알도 구찌는 'GG'라는 로고를 만드는 등 경영에서 성과를 냈고 글로벌 명품 반열에 올렸다. 문제는 이를 시기한 마우리치오 구찌 등 3세 들의 싸움이었다. 짧게 요약 하자면 손자 세대의 다툼 끝에 구찌는 외부 투자회사에 매각되는 결말을 맞는다. 창업주 가족이 경영에서 손을 뗀 후에야 브랜드 재건을 통해 현재의 명성을 쌓은 케이스다.
구찌의 '골육상쟁(骨肉相爭)' 스토리는 아워홈을 떠오르게 한다. 디테일은 다르지만 구찌와 아워홈 경영권 분쟁의 공통점은 '가족 간 갈등'이다. 경영자를 몰아내기 위해 각자 가지고 있는 지분을 무기로 연대하고 이 과정에서 소송이 진행됐다. 지분 구조가 분산된 점, 경영 비전에 대한 차이가 갈등의 씨앗이 됐다.
아워홈도 창업주인 고 구자학 선대 회장의 4남매가 지분을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유일하게 경영 수업을 받은 3녀인 구지은 전 부회장이 2015년까지는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지만 지분율이 더 높은 장남 구본성 주주(38.56%)가 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을 내세우며 등장했다. 동생(구지은)을 등기이사에서 제외하고 대표 자리에 오른 2016년부터 분쟁이 본격화됐다.
지분이 분산된 탓에 남매 중 누구도 단독으로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했다.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연합하거나 때로는 적이 됐다. 이 내부 갈등이 외부로 노출됐고 브랜드 가치와 대외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현재는 장남과 장녀가 연합해 보유 지분인 58.62%를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매각하는 절차를 밟고있다.
소유권과 지배권을 둘러싼 이 갈등에 사실 직원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오너가의 분쟁은 아워홈 임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렸고 업무 불안정성을 높였다. 사업 특성상 수주를 위해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나서야 하는 영업일선 직원들의 피로감이 상당했다고 전해진다.
고객사들이 공급업체의 안정성을 중요시 여기는 만큼 불안한 상황은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임직원들 사이에서 '누구의 편'을 가르는 등 파벌도 형성됐다.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회사를 떠난 인재도 많았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지분 매각의 결론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구찌의 사례처럼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리스크는 있다. 구지은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일종의 썰이 계속 흘러나온다. 하지만 매각 계약 체결 후에 공식 입장은 없다. 소통에 능했던 구 전 부회장이 너무 조용해서 폭풍 전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부디 회사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아워홈의 미래를 위한 선택을 너무 늦지 않게 내려야 한다. 누가 경영권을 쥐느냐 보다 분쟁을 끝내는 것이 아워홈의 발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오너 일가로서의 책임감 있는 결정을 통해 마지막 품격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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