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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과 이사회]이사회 트렌드 변화…교수 출신 사외이사 '명과암'①최근 4년여 사이 교수 출신 사외이사 감소…"경영 환경 바뀐 탓"

이돈섭 기자공개 2025-02-25 08:24:17

[편집자주]

기업 사외이사 후보로 자주 오르내리는 직군 중 하나는 단연 대학교수다. 이해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자기 나름대로의 전문성도 확고하다. 기업과 교수 사회는 오랜기간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계를 형성해왔다. 기업은 각종 기부금을 통해 교수 사회와 연결고리를 만들었고, 교수는 사외이사 활동 등을 통해 외부자금을 유치하면서 기업과 인연을 맺었다. 문제는 이 관계 속에서 교수 출신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교수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높은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theBoard는 기업 이사회와 교수 사회 간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기업 거버넌스 선진화 방안을 고민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9일 15시10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기업 이사회 지형이 변하고 있다. 오랜 기간 전·현직 대학교수들이 기업 이사회 사외이사로 활발하게 활동해 왔는데, 최근 수년간 전체 이사회에서 대학교수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대학교수들이 떠난 자리는 기업 경영인 출신과 전문직 인사들이 속속 채우고 있다. 기업 경영을 둘러싼 제반 환경이 바뀌면서 기업이 원하는 사외이사 이상향도 변한 결과라는 게 시장 관계자 분석이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국내 상장사 3096곳 사외이사 5046명(겸임 포함) 중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정기보고서상 임원 주요경력에 전·현직 대학교수(겸임교수와 초빙교수 등 비전임교수 포함) 이력을 기재한 사외이사는 1443명으로 전체의 28.6%를 차지했다. 2021년 말에는 전체 상장사 3041곳 사외이사 4500명 중 29.6%에 해당하는 1333명이 전·현직 교수 이력을 기재했다. 교수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4년여 만에 1%가량 줄어들었다.

4대 그룹 계열사로 범위를 좁혀 살펴봐도 전·현직 대학교수의 사외이사 기용 비중이 작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주요 기업집단 소속 상장 계열사 61곳이 지난해 9월 말 현재 기용하고 있는 전·현직 대학교수는 116명. 해당 기업집단 계열사 전체 사외이사 230명에서 50.4% 비중을 차지했다. 2021년 말 221명 중 125명(56.6%)에서 6%포인트 이상 비중이 쪼그라들었다.

전·현직 교수 출신 인사가 줄어들고 있는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이 거버넌스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코스피 상장사 현직 대학교수 신분의 한 사외이사는 익명을 요구하면서 "기업 경영을 위한 제반 환경이 바뀌고 있는 영향이 가장 크다"면서 "시시각각 바뀌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기업마다 새로운 사업분야에 도전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배경의 전문가들이 필요해졌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정문 [이미지=서울대학교 홈페이지]

국내 상장사에 사외이사 선임이 의무화된 것은 1998년의 일이다. 외환위기 극복 차원에서 그간의 기업 거버넌스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고 그 결과 증권거래소 규정 개정을 통해 사외이사 선임은 상장 필수요건 중 하나가 됐다. 기업들은 거래 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특정 분야 전문가로 상당한 사회적 지위를 누리는 대학교수를 사외이사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사외이사 전원을 전·현직 교수로 채운 기업이 적지 않다.

전·현직 대학교수들의 이사회 진출은 기업과 교수 사회가 밀착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각종 기부금을 통해 교수 사회와 연결고리를 만들려는 기업 측 수요와 각종 외부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교수의 니즈는 서로 상호보완 관계를 구축했다. 서울 소재 주요 대학 교수 중 다양한 기업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면서 20여 년간 사외이사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영향이다.

2022년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도 변화를 가속화했다는 지적이다. 그간에는 사외이사가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회사는 사외이사를 고용한 기업의 계열회사로 편입게 함으로써 오너십을 가진 인사가 사외이사로 기용되지 못했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회사는 계열회사에서 제외할 수 있게 되면서 오너십을 통해 기업 경영 경험을 가진 인사들이 속속 기업 사외이사진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주행동을 전개하고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주도하면서 이사회 본연의 역할이 도드라진 것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과거 엘리엇의 주주행동에 대처하면서 이사회 구성을 다변화하기 시작했고 이후 사외이사가 해외 투자자 미팅을 주도하는 모습을 연출키도 했다. 최근 수년간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 출신 인사들이 기업 이사회에 속속 진출하고 있는 배경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의 경우 기업 미팅 대상자가 사외이사일 경우 이 사외이사가 회사 외부인이라는 점을 들어 경영진뿐 아니라 전체 주주를 위해 일한다는 기본 전제를 깔고 있다"면서 "국내외 투자자 수요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실무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인사들이 선호될 수밖에 없는데, 연구자 포지션의 대학교수들의 경우 다른 전문직 종사자에 비해 불리한 여건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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