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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북미 대관조직 분석]엘리트관료 출신 김정일 부사장, SK하이닉스 대관 '키맨'으로⑤'취업제한 3년' 풀리자 전진배치…트럼프 2기 반도체 보조금 재검토 등 대응

정명섭 기자공개 2025-03-05 17:03:52

[편집자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국내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각종 투자 보조금 축소뿐 아니라 국가와 품목을 막론하고 관세 부과에 나서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받을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동향을 빠르게 포착하고 자사에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이 이뤄지도록 하는 현지 대관 업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더벨은 SK그룹 북미 대관 조직의 변천사와 주요 인물, 역량, 정책 변화에 대한 대책 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7일 15시2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2022년에 영입한 엘리트 관료 출신 임원을 SK하이닉스에 배치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마지막 해에 통상압박 등에 대응하는 신통상질서전략실장(차관보, 1급)을 역임한 인물로 최근 취업제한이 풀리자 전면에 배치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표 반도체 보조금을 재검토하는 상황에서 김 부사장의 역할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SK스퀘어에서 글로벌비즈정책담당을 맡아온 김정일 부사장이 최근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로 이동했다.

김 부사장은 엘리트 통상 관료(행정고시 38회) 출신 임원이다. SK그룹이 2022년 2월 대내외 대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영입했다. 당시 대기업들은 글로벌 에너지·환경 규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등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산업 관료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김 부사장은 SK그룹 합류 당시 북미 대관역량이 필요한 반도체와 에너지, 배터리 계열사가 아닌 중간 투자지주사 SK스퀘어에 입사해야만 했다. 전직 고위공직자는 업무 연관성이 있는 민간기업에 퇴직 후 3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한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 때문이었다.

SK스퀘어는 당시 신설된 법인이라 1급 관료 출신인 김 부사장이 직행할 수 있었다. 신설법인은 실적 자료가 없어 취업심사대상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셈이다. SK그룹은 최근 김 부사장의 취업제한이 풀리자 곧장 SK하이닉스로 발령 낸 것으로 분석된다.


김 부사장은 1969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산업구조팀장과 구미협력팀장, 전자부품과장, 미주통상과장, 에너지자원정책과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2017년 산업부 통상교섭실 자유무역협정정책관(국장급)에 선임돼 고위공무원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김 부사장은 FTA 체결과 이행, 통상분쟁 해결 등의 업무를 맡았다.

이후 신재생에너지정책단장,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역임했다. 신통상질서전략실은 산업부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등 통상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2018년 초 신설한 조직이다.

김 부사장이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역임한 2020~2021년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마지막 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첫 해라 트럼프발 통상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시기이기는 하나 위기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김 부사장은 2021년 10월 미 상무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민감한 영업 자료를 요구해 국내 반도체 업계가 우려를 표하자 워싱턴DC를 방문해 행정부와 의회 주요 인사들을 만나 아웃리치 활동을 벌였다. 그는 산업부 내에서 미 정·재계 인사들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인물로 잘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이후 2023년 초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신설된 글로벌 대관 총괄조직 '글로벌대외협력(GPA)팀'을 이끌었고 작년 9월 미국 상원 대표단이 SK서린빌딩에서 최태원 회장과 면담할 당시 배석하는 등 입지를 굳혔다.

김 부사장은 SK아메리카스와 협력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 변화에 대응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급하기로 한 미 반도체법상 보조금에 제동을 건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앞서 38억7000만 달러(약 5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 건설을 결정했다. 2028년부터 이 공장에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조립 라인을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말 SK하이닉스 투자건에 대해 최대 4억5800만 달러의 보조금과 5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제공하는 안을 확정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제정한 미 반도체법이 근간이 됐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원책에 대해 '재협상'을 언급하면서 보조금 수령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GPA 조직을 이끌며 북미 정책 이슈도 지속적으로 체크해왔다"며 "반도체 사업의 미국 접점 확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에 맞춰 현장에 전진 배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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