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이 직접 밀었다" 포스코, 고망간강으로 불황 정면돌파 한화오션 경영진 찾아 설득…"포스코 고유 기술, 중국이 따라올 수 없어"
광양(전남)=이호준 기자공개 2025-03-04 08:06:19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3일 10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 보세요. 이제 우리가 아는 철 색깔이 됐습니다."지난달 26일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정영덕 후판기술개발섹션 후판부 차장이 후판공장에서 막 냉각을 끝낸 슬래브를 가리키며 말했다. 방금 전까지 롤러 위에서 붉게 달아오르던 이 슬래브는 포스코의 고망간강 후판이다. 겨울에도 연신 땀을 훔치던 정 리더는 "이 제품은 우리만 만들 수 있습니다"며 "품질과 가격 어느 하나도 뒤처지지 않습니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장인화 회장, 고망간강 적용 직접 결정…한화오션 경영진 찾아 설득
고망간강은 망간 함량을 대폭 늘린 철강이다. 일반적으로 탄소강의 강도와 인성을 높이기 위해 니켈을 첨가하지만 고망간강은 니켈 대신 망간(약 22.5~25.5%)과 크롬(3% 이상)을 함유하는 것이 특징이다. 니켈강 대비 가격이 8분의 1 수준이다. 포스코가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 기술을 확보한 신소재다.
좋은 철강 소재라도 국제 표준으로 등록되지 않거나 사용 사례가 없으면 시장에서 외면받기 쉽다. 포스코의 전략은 명료했다. 2017년 미국재료시험협회(ASTM) 표준을 획득했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광양 LNG(액화천연가스)터미널 5호기(2019년), 6호기(2024년)에 자사 고망간강을 적용했다.
자사 소재를 직접 키워 시장 개척에 나선 셈이다. 특히 여기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결단이 결정적이었다. 연구원 출신인 장 회장은 조선·해양 분야에 대한 이해가 깊다. 그는 철강부문장 시절 그룹 내 시너지를 고려해 원래 다른 소재로 설계된 LNG 터미널을 고망간강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고망간강의 적용은 LNG 연료 추진선으로도 확대됐다. 한화오션은 LNG 연료 추진선에 고망간강을 적용하는 문제를 두고 고민하다가 2022년 세계 최초로 고망간강을 사용한 LNG 연료탱크를 원유운반선에 탑재했다. 이어 2024년에는 컨테이너선의 LNG 연료탱크에도 이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도 장 회장이 한화오션 경영진을 직접 만나 고망간강 적용의 필요성을 적극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산업 소재로도 주목…"핵심 기술은 포스코만이 보유"
현재 철강업계는 최악의 침체기를 지나고 있다. 전 세계 철강 수요가 둔화된 가운데 중국에서 소화되지 못한 저가 철강재가 글로벌 시장에 쏟아지며 업계 전반에 가격 및 공급 압박을 가하고 있다.
포스코 역시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사업회사 포스코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은 37조5560억원, 영업이익은 1조473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 29% 줄었다. 올해도 업황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수입산 철강재 관세 등 외부 변수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결국 기존 시장의 한계를 돌파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망간강이 핵심이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고망간강은 LNG 산업을 넘어 초대형 변압기, 산업용 모터·선박용 발전기, 자기부상열차, 초전도 핵융합 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적의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비자성을 띠어 스텔스 성능이 향상돼 방위산업 소재로도 주목받는다.

이어 "생산 과정에서 불순물을 얼마나 정제하고 걸러내느냐 용융 망간을 어떻게 제어해 최종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느냐가 중요한데 이는 중국 등 다른 경쟁사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핵심 공정"이라며 "구체적인 기술은 외부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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