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10일 07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커머스 세계의 화약고'에 불씨가 번지기 시작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쿠팡과 네이버의 이야기다. 지난해 합산 거래액만 100조원을 훌쩍 넘길 정도인 업계의 쌍두마차다.세계의 화약고란 전쟁 발발 위험이 높아 국제 평화를 위협할 가능성이 큰 지역을 비유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다. 주로 자원에 대한 갈등의 여지가 존재하며 막강한 자본력과 권력을 가진 국가들로 둘러싸인 곳을 일컫는다.
지난 수년간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크고 작은 이슈 속에서도 대체로 안정 구도를 유지해 온 배경에는 쿠팡과 네이버의 조용한 공존이 있었다. 두 기업은 상호 간 마찰을 최대한 피하면서 각자의 영역에서 몸집을 키워왔다.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경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체급이 큰 상대끼리 맞붙을 경우 예상보다 출혈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쿠팡과 네이버는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서로의 영역을 되도록 침범하지 않으면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전면전을 피하기 위한 암묵적인 한계선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쿠팡이 와우 멤버십 가격을 인상했을 때 네이버가 파격적인 멤버십 무료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탈 고객' 모시기에 나선 게 방아쇠를 당겼다.
이후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던 가운데 최근 네이버가 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배송 서비스와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고 쇼핑 전용 앱 출시를 예고했다. 이달 12일 독립 쇼핑 애플리케이션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출시하며 이커머스 사업을 본격화한다.
네이버가 내놓을 쇼핑 앱이 쿠팡의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를 넘을 수 있을지 부터가 업계의 관심사다. 현재 네이버 앱은 커머스 외 부문이 합쳐져 있어 쿠팡과 이용자 수를 단순히 비교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기업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을 피하고자 두 기업의 경쟁 구도를 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수립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선두 주자 간 경쟁이 과열될 경우 하위권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전에 없던 쿠팡과 네이버의 치열한 경쟁이 어떠한 방향으로든 국내 이커머스 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것은 분명하다. 머지않을 '이커머스 세계의 화약고'의 폭발을 숨죽여 지켜보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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