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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반도체 생크션 리스크]기로에 선 삼성·SK 협력사 '잡으면 기회, 놓치면 위기'고객 따라 미국 진출 불가피, 계산기 두드리는 소부장

김도현 기자공개 2025-03-12 10:34:11

[편집자주]

트럼프 2.0 시대 도래로 반도체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정권 1기 때부터 자국 중심 공급망을 꾸리려던 계획을 2기 들어 더욱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장기간 갈등을 빚어온 중국은 물론 동맹국까지 예외 없다는 의지다. '반도체 관세'까지 거론하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수출 비중에서 반도체가 압도적인 한국은 비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0일 15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반도체 업계의 바람 잘 날이 없다. 관세 폭탄, 칩스법 폐지 등 산업에 파급력이 클 정책 변화를 예고하면서다. 자국 중심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아직 결정된 것이 없는 만큼 추후 상황을 단정 지을 수 없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이들과 엮여있는 협력사들도 영향권이다. 당장에는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화두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진출을 고려해야 할 수 있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 첨단 반도체 비중 확대

10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미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 점유율이 2021년 11%에서 2030년 22%로 증가할 전망이다. TSMC, 삼성전자 등이 현지 투자에 나선 효과다.

최근 TSMC가 1000억달러(약 145조원)의 자금을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러한 기조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관측된다. 같은 기간 대만은 71%에서 58%, 한국은 12%에서 7%로 줄어든다고 예상되는 배경이다.


일본, 유럽, 중국 등도 반등이 유력하다. 역시나 TSMC가 중심에 있다. 일본의 경우 자국 유수의 기업들이 참여하는 '라피더스' 프로젝트도 점유율 향상에 힘을 보탠다. 중국은 구형(레거시) 반도체 위주로 생산능력(캐파)이 늘고 있으나 점차 고도화되면서 최신 칩과도 거리를 좁히는 모양새다.

이같은 분위기 속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은 고객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투자 계획이나 일정을 바꾸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따라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양사가 미국 투자를 확대한다면 협력사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미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팹 설립을 확정하자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한양이엔지, 에프에스티 등이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투자를 예고했다. 테일러팹 가동이 연기되면서 해당 업체들도 다각도로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세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을 위한 공장이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달리 규모가 크지 않다. 반대로 보면 추가 투자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관련 사안을 암시하기도 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투자를 우선시하고 있다. 각각 평택, 용인·청주 등에서 시설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분야를 제외한 반도체 업황이 불안정한 시기에 무리한 투자를 단행하는 건 부담이다. 소부장 업계가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고심하는 이유다.

삼성전자 협력사의 한 임원은 "반도체 투자가 예년만큼 활발하지 않아 장비사들이 많이 어렵다. 소재는 소모품이라 조금 낫긴 하나 낸드플래시 감산 등 가능성으로 불안한 상태"라면서 "물량 보장 등 확실한 카드가 없다면 미국 진입을 머뭇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를 자국 중심으로 형성하고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시행한 바 있다. 배터리 제조사는 물론 소재 및 장비를 다루는 기업까지 미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장치가 마련된 법안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전반적인 기조가 전환될 수 있으나 큰 틀에서 반도체 공정의 전 과정을 미국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건 같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협력사들의 미국 투자가 동반돼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 나우라의 반도체 증착장비

◇굴기의 중국과 손잡거나 경쟁하거나

우리나라 소부장 업계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중국이다. 디스플레이와 유사하게 국내 고객이 한동안 투자를 줄이자 매출 내 중국 비중이 높아졌다. 하지만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통해 소부장까지 내재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중국 소부장은 현지 고객을 넘어 해외로도 넘어오려는 추세다. 예년 대비 기술 발전이 빠르게 이뤄진 가운데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외산 고객을 공략하는 흐름이다. 원가절감 차원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중국산 소재, 장비의 일부 활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미국의 제재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반도체를 어떤 식으로 추가 제재할지는 미지수이나 최대한 영향력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메모리의 CXTM와 YMTC, 파운드리의 SMIC 외에 장비의 나우라 등까지 걸고넘어질 수 있는 셈이다.

나우라는 지난해 세계 반도체 장비업계 '톱10'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자국 반도체 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외부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나우라에는 한국, 대만계 엔지니어는 물론 미국 업체에서 근무한 이들이 대거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년 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모두를 중국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그림이 연출된다면 나우라의 장비 수출에 직격탄이다.

이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토종 소부장이다.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와 네덜란드 ASML 등과 직접 대결하기는 부족하나 중국 경쟁사와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 나우라가 발목이 잡힌 사이 국내외 고객을 사로잡는다면 새로운 기회를 획득할 수 있다. 소재 쪽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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