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AI 반도체 생태계 점검]'SK 손잡은' 리벨리온, 사피온 합병 시너지 언제쯤②4나노 칩 '리벨' 내년 양산 예고, 삼성 파운드리 관계 주목
김도현 기자공개 2025-03-10 07:49:45
[편집자주]
글로벌 빅테크 기업 메타가 퓨리오사AI 인수 의향을 내비친 게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추진 중이던 메타가 개발 레퍼런스가 있는 한국 기업 인수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를 계기로 또 다른 국내 AI반도체 기업들 역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내 AI 반도체 기업 생태계와 실체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6일 15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리벨리온은 지난해 사피온과 합병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SK그룹에 편입되는 동시에 국내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로 거듭났다. 외형적으로나 규모 면에서 더 이상 스타트업이 아니게 됐다.그만큼 리벨리온을 향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 최근 메타가 퓨리오사AI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리벨리온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SK그룹에 합류하면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협력사 변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영향이다.
◇신작으로 AI 반도체 '국가대표' 자격 증명할까
6일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4나노 공정 기반 신경망처리장치(NPU) '리벨' 샘플을 올 하반기 고객들에게 납품할 계획이다. 작년 말 테이프아웃(설계에서 제조 단계로 전환)을 마쳤고 해당 절차를 끝내면 내년부터 본격 양산 돌입한다.
리벨리온은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를 통해 '아톰'을 생산했다. 5나노 공정이 쓰였고 디자인하우스 세미파이브가 가교 역할을 했다. 리벨의 경우 디자인하우스를 거치지 않고 삼성전자와 직접 작업한다.

리벨은 리벨리온은 물론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도 주목도가 높은 칩이다.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빅테크들이 연이어 AI 칩 개발에 나서는 시점에서 리벨리온이 도전장을 낸 셈이다.
이미 아톰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리벨이 예정대로 안착한다면 리벨리온도 글로벌 AI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지역과 미국, 일본 등에서 적극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사우디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앞서 리벨리온은 아람코를 전략적 투자자로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AI 반도체 공급을 전제로 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아람코 데이터센터 적용 및 테스트를 위한 칩을 전달하기도 했다.
CES 등 세계적인 전시회에 리벨리온이 참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되고 있는 'MWC2025'에서도 자사 제품을 알리는 한편 다양한 파트너십을 모색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사피온과의 합병 시너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기술 로드맵을 통합한 만큼 리벨 등 차기작이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지 못하면 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지난해 12월 합병법인을 공식 출범하면서 리벨리온은 "양사의 우수한 반도체 전문가들이 한 팀으로 뭉친 만큼 기술 로드맵 달성을 위한 개발 효율성과 속도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리벨리온은 '인수 후 통합(PMI)' 과정에 초점을 두고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사피온의 재무적 투자자와 협상을 끝내기도 했다. 올 상반기에는 아톰을 고도화한 '아톰 맥스'도 선보인다. 아톰 기반의 AI 가속기 카드 형태다. 리벨 등장 전까지 숨 가쁜 일정이다.
2023년 연매출 27억원을 기록한 리벨리온은 2024년에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실적이 개선됐다는 후문이다. 리벨 양산이 예정된 2026년에는 1000억원 이상 매출을 목표로 한다.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와 내년 리벨리온이 두드러지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며 "SK그룹에서 어느 정도 지원은 하겠으나 독자생존이 어렵다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부산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6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자금 상황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은 퓨리오사AI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지금까지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나 지속가능성 확보 차원에서 리벨이 터져줘야 한다.

◇파운드리·메모리 협력사 변동 가능성은
다른 관전 포인트는 리벨리온 공급망이다. 기존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메모리를 활용했다면 추후에는 변화를 줄 수 있다.
일단 같은 그룹사인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양사가 손잡을 것이 유력하다. SK하이닉스는 리벨리온 지분 25%를 보유 중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와 협업이 본격화하면 파운드리 업체를 바꿀 가능성도 생긴다. SK하이닉스가 TSMC와 밀접하게 교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피온이 이미 TSMC를 통해 AI 반도체를 양산한 이력이 있다.
더욱이 리벨리온이 사용하는 공정이 급격하게 첨단으로 고도화 중인데 3나노 전후에서 TSMC의 경쟁력이 압도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불가피하게 리벨리온이 TSMC에 문을 두드려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그간 삼성전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기에 단번에 거리를 두지 않겠으나 추후 사뭇 다른 분위기가 형성될 여건은 충분하다. 실제로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이 삼성전자와 TSMC를 병행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퓨리오사AI는 아예 TSMC로 넘어가기도 했다.
이외에도 리벨리온은 국내 통신사와 파트너십을 이어간다. 지분 62.5%를 가진 SK텔레콤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AI 인프라 전문기업 펭귄솔루션스와 NPU 기반 AI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리벨리온이 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KT와는 클라우드 사업을 연계 중이다. 리벨리온 아톰이 교두보다. 출시를 앞둔 아톰 맥스도 KT에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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