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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패스트벤처스, VC 펀드운용에 '컴퍼니빌딩' 적용"박지웅 대표 "사업형 투자사 표방해 공동창업"…연간 2건 내외 프로젝트 진행

이영아 기자공개 2025-03-19 08:40:28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4일 08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VC) 펀드 비즈니스에 컴퍼니빌딩 방식을 접목하려고 한다. 창업 단계부터 관여해 아이템 발굴부터 회사 설립, 투자까지 함께 진행한다. 패스트벤처스와 창업자가 일종의 조인트벤처(JV)를 만드는 셈이다."

박지웅 패스트벤처스 대표(사진)는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패스트파이브에서 진행한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했다. 박 대표는 VC가 생명력을 갖기 위해선 창업 이후 투자를 집행하는 기존 VC 투자 방정식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

패스트벤처스는 유의미한 지분을 확보해 기업관리 및 경영을 하는 사모펀드(PEF)처럼 능동적인 플레이를 벤처투자시장에서도 구현하겠다는 포부다. 다만 창업 앞단부터 관여한다는 점에서 성숙기에 접어든 기업을 관리하는 PEF와 분명한 차별점을 밝혔다.

◇창업기획부터 투자까지…신규 벤처펀드 구상

1982년생 박 대표는 20대부터 VC 업계에 몸담으며 새로운 시도를 이어왔다.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를 졸업한 뒤 스톤브릿지캐피탈에서 심사역으로 활약했다. 박 대표는 2012년 독립해 '스타트업 지주회사'를 표방한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설립한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자회사 형태로 공유 오피스 '패스트파이브', 에듀테크 '데이원컴퍼니'를 비롯한 굵직한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박 대표가 사업 아이디어를 직접 발굴한 뒤 실제 운영을 같이할 경영진과 함께 공동창업하는 '컴퍼니빌딩'으로 구현했다.

2019년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자회사 패스트벤처스를 설립하며 벤처캐피탈업에 진출한다. 자본금 20억원으로 설립됐다. 이후 모태펀드 콘테스트(출자사업) 중심 기존 VC 펀딩 방정식을 벗어나 민간출자자(LP)만으로 구성된 조합을 결성하고 투자해왔다.

패스트벤처스 펀드의 주요 LP로는 CJ ENM, 컴투스, 스탠드컴퍼니, LG유플러스, 하나증권,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등이 있다.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신재식 전 데일리호텔 공동창업자, 김준영 전 엔트리브소프트 창업자, 문보국 전 레저큐 창업자, 김동신 샌드버드 창업자, 김창원 타파스미디어 창업자 등 전현직 성공 기업가들도 펀드레이징에 힘을 보탰다.

늘 VC 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 온 패스트벤처스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일종의 '사업형 투자사'를 표방하며 펀드 운용 방식에 변화를 준다.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서 시도해온 컴퍼니빌딩 모델을 벤처펀드 운용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 "창업팀이 직접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스타트업을 설립하는 것과 달리 투자사가 주도적으로 창업 아이템을 찾고 기업 설립과 투자까지 진행하는 방식"이라며 "우리가 창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적합한 창업자를 매칭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사 입김이 너무 강하다고 반문할 수 있지만 창업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며 "1억원 이하 적은 자본금으로 지분율 100%로 출발하느냐, 10억~15억원 투자를 받고 지분율 50%에서 출발하느냐 선택할 수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우선 기존 결성된 펀드를 활용하되 컴퍼니빌딩을 위한 새로운 펀드를 결성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박 대표는 "많은 리소스가 투입되는 컴퍼니빌딩 프로젝트는 1년에 2~3건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펀드규모는 100억~15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될성부른 떡잎' 집중…장기적 관점으로 동행

패스트벤처스 운용자산(AUM)은 474억원 수준이다. AUM은 연내 5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해 결성한 '패스트벤처투자조합코어1호(74억원)' 멀티클로징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100억원 이상 규모로 클로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간 LP 중심 펀드레이징 전략은 유지한다. 박 대표는 "시드투자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펀드 규모를 지금보다 키울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다"면서 "가능한 시점까지 최대한 민간에서만 LP를 소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티켓사이즈(건당투자금액)는 키울 계획이다. 그동안 패스트벤처스는 연간 10개~15개 스타트업에 60억~70억원을 집행했다. 티켓사이즈는 3억~5억원 수준이다. 박 대표는 "괜찮은 기업을 발굴에 시드투자부터 크게 들어가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장례연구소가 대표적 사례이다. 지난해 패스트벤처스가 10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는 장례 가이드북과 맞춤형 견적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정직하고 표준화된 비용을 제시하고 상조부터 장례식장과 장지까지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박 대표는 관심 갖는 투자 섹터는 특정하지 않았다. 그는 "최대한 청개구리처럼 바라보려 한다"면서 "최근 화제에 올랐거나 주목받는 시장은 그 시점이 고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고, 7년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유망한 섹터를 발굴할 것"이라고 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시장을 주목해야한다는 게 박 대표의 조언이다. 그는 "VC 해외 법인이나 사무소를 설립하는 방식은 아니다"라며 "현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것이고 역외펀드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패스트벤처스는 스타트업 정신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과 가장 닮은 투자사가 될 것"이라며 "VC가 스타트업에게 늘 어떤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냐 묻는데, VC도 스스로 반문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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