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 취임 1년]신세계그룹 '비상경영' 위기에서 찾은 '승계' 기회①2024년 3월 정용진 회장 취임, '리더십 강화' 통한 위기 정면돌파 선언
서지민 기자공개 2025-03-31 08:17:23
[편집자주]
2024년 3월 정용진 회장 시대가 열리고 1년이 지났다. 신세계그룹의 표현을 빌리면 정 회장은 1년간 '그야말로 독하게 일만하며' 그룹 재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부터 스타벅스,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건설과 이커머스까지 모든 사업군이 변화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더벨은 정 회장의 지난 1년을 되짚어보며 신세계그룹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6일 08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승계를 앞둔 오너 2·3세의 가장 큰 과제는 경영 능력 입증이다. 차세대 리더로서 능력을 증명하고 내부에서 입지를 다져 승계에 정당성을 부여해야 한다. 정용진 회장은 1990년대부터 신세계그룹의 차기 총수로 두각을 드러냈지만 승계를 정당화할 결정적 '한 방'이 부재했다.영웅의 존재감이 가장 돋보이는 때는 바로 위험에 처했을 때다. 2023년 신세계그룹이 맞닥뜨린 유례없는 위기가 오너 3세에겐 경영 능력을 입증할 기회로 다가올 수 있었다는 뜻이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처음으로 쿠팡에 추월을 허용하고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정 회장은 2023년 11월 직접 주재한 경영전략실 회의에서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2024년 3월 18년 만에 부회장 타이틀을 벗으며 시험대에 올라섰다.
◇2023년 쿠팡에 첫 추월 허용하고 적자전환
2023년 1분기 유통업계를 놀라게 한 실적 발표가 이뤄졌다. 전통의 유통강자 이마트가 처음으로 쿠팡에게 추월당했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매출액은 2021년부터 쿠팡과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하더니 2023년 1분기 쿠팡보다 약 2600억원 적은 7조 1354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이마트는 연 매출에서도 쿠팡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2023년 이마트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9조4723억원으로 전년대비 0.5% 증가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 반면 쿠팡은 전년대비 20% 성장한 31조829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3년은 이마트가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한 해이기도 하다. 이마트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1년 3168억원에서 2022년 1357억원으로 감소했고 2023년에는 마이너스(-) 46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이마트를 향한 시장의 시선도 급속도로 싸늘해졌다. 2023년 초 10만원대를 횡보하던 이마트 주가는 1년 만에 20% 넘게 떨어졌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마트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하며 등급 강등을 예고했다.
잇따른 경영환경 악화에 신세계그룹은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했다. 2023년 11월 정용진 당시 부회장은 그룹 경영전략실 회의를 직접 주재해 "조직, 시스템, 업부 방식까지 다 바꿔라"라고 지시하며 고강도 쇄신을 주문했다.
이에 앞서 대대적 인사혁신과 조직개편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마트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대표를 일제히 교체하고 그룹 컨트롤타워인 전략실에도 변화를 줬다. 경영전략실로 조직명을 바꾸고 수장에 임영록 사장을 앉혔다.
◇위기 강조하며 '오너 3세 리더십 강화' 포석 마련
신세계그룹은 비상경영을 선언함으로써 그룹의 위기 상황을 인정하고 재도약을 위한 의지를 드러냈다. 위기 대응을 위한 리더십 강화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면서 사실상 정 부회장의 경영 보폭 확대를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분석이다.

신세계그룹은 2024년 3월 8일 정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신세계는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고 있다"며 "그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더욱 필요해진 때"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정 회장은 20대중반 삼성물산 경영지원실에서 근무한 후 1995년 신세계그룹 전략실로 입사했다. 1997년에는 20대 후반 나이에 상무 직함을 달았고 2006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18년 만에 승진 인사로 영향력을 키우게 된 셈이다.
정 회장은 승진 후 과감한 인적 쇄신, 외부 기업과의 협업 전개, 사업 전략 변경 등을 추진했다. 신세계건설 자진상폐, 이커머스 계열사 수장 동시 교체, CJ그룹과의 전략적 협업 결정 등이 대표적 예다.
승진 후 1년이 지났지만 아직 결과를 평가하기엔 이르다. 2024년 이마트의 연결 매출액은 29조209억원으로 전년대비 1.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7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은 -1875억원에서 -5734억원으로 손실폭이 확대됐다.
정 회장은 수시 인사 기조를 유지하며 본업 경쟁력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부실 사업군은 지난해 정비를 통해 위기 요소를 제거했다고 보고 올해를 '완전 정상화 원년'으로 삼을 예정이다.
경영 성과 입증에 전력을 다하면서 지배력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공식적으로 그룹 계열분리를 선언한 데 이어 지난 1월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전량을 사들이기로 했다.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 취임 1주년 보도자료를 통해 "정 회장은 그야말로 독하게 일만하며 단기간에 점포 방문객 증가와 실적 개선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냈다"며 "이제 본업 경쟁력을 한층 극대화해 내실 있는 성장 페달을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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