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26일 07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운전자본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해 캐시플로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게 목표입니다."최근 LG화학 정기주주총회 현장에서 만난 차동석 CFO에게 올해 자금조달 방안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차입을 늘리기보다 내실 경영으로 현금을 마련해 혹한기를 견디겠다는 얘기다.
LG화학은 근래 업황 둔화로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3년 전보다 60% 이상 떨어졌다. 수익성 악화에 대규모 투자가 겹쳐 재무체력이 떨어지다 보니 글로벌신용평가 S&P글로벌은 LG화학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BBB+'→'BBB')했다. 차 CFO는 석유화학업계 맏형인 LG화학이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지 못한 데 대해 자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올해 정말 열심히 해보겠다"는 말을 끝으로 자리를 뜬 그의 뒷모습에서 부담감과 결연함이 모두 느껴졌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중 패권 다툼 심화, 글로벌 관세전쟁 등 세계 경제를 흔들 부정적 시그널이 계속 감지되다 보니 주요 기업 CFO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주요 지표와 데이터 등의 숫자를 근거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경영 기법이 주류가 된듯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 중 올해 긴축 경영을 하겠다는 기업 비중은 61%로 2016년 조사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글로벌 공급과잉이라는 구조적 불황을 맞이한 석유화학업계에선 CFO를 의사결정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리더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OCI그룹은 올해부터 지주회사인 OCI홀딩스와 주력 사업회사 OCI 이사회에 각각 CFO를 처음으로 합류시켰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부터, SKC는 작년부터 CFO를 사내이사로 등기했다. CFO가 자회사의 CEO를 겸임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업계의 경영 화두가 올해도 비용 절감, 자산 효율화, 투자 재검토에 있음을 시사한다.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화학업계 관계자들은 "현장을 모르는 재무라인이 과하게 비용을 통제해 뭘 할 수가 없다, 알짜 사업부와 자산을 너무 쉽게 매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대기업 계열 석유화학사는 연초에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신사업 조직을 통폐합했다. 해당 구성원들의 사기가 크게 꺾였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쩌겠나. 사업의 기본은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연속성 확보다. 성장도, 혁신도 결국 '생존'해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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