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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로 간 기업인/thebell interview]"SK 사외이사 겸직했더니 고3보다 더 공부한다"SK 이사회 의장 맡은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 양방향 인사이트 교류하는 입체적 리더십

김현정 기자공개 2025-04-15 08:20:02

[편집자주]

경험에 의해 축적된 지혜를 꺼낼 수 있는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최근 이사회에서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기업경영에 대한 현실적 조언이 가능하고 재무제표의 숨겨진 의미를 읽을 수 있으며 단순한 이론이나 원칙이 아닌, ‘현장에서 통하는’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 the Board는 국내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데이터를 분석, 나아가 그들의 활약상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8일 13시58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총 상위 100대 기업 470명 사외이사 중 유일한 현직 상장사 CEO’, ‘유가공업계 최초 여성 CEO’, ‘SK 최초 여성 사외이사’, ‘SK 최초 여성 이사회 의장’.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을 둘러싸고 수식어가 참 많다. 그의 이력 하나하나가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 도전의 밑바탕에는 ‘실험적 정신’이 깔려 있다. 관성에 기대기보다 틈새를 찾고, 불확실한 영역에 먼저 발을 들여보는 태도는 그가 산업 안팎에서 보여주고 있는 강한 존재감을 설명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경영자로서 또 사외이사로서 김 부회장은 익숙한 길보다 새로운 길의 문을 열어왔다.

SK㈜ 이사회 활동을 두고 김 부회장은 “고3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한 것 같다”는 말로 그 강도를 설명했다. SK의 신사업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추기 위해 온갖 논문을 읽고 수학자와 과학자들에게 질의했다.

미래지향적 사업을 다각도로 펼치는 SK 같은 기업에서는 도전적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 모든 사업을 아우르는 100명의 전문가를 들여올 수는 없는 만큼 여러 실물경제의 복잡성 속에서 답을 찾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필요하다"는 그의 말에서 이사회 참여에 대한 그의 기준이 엿보인다.

◇"SK, 공격적인 이사회 경영 하는 곳"…“글로벌 스탠다드 지향 높이 평가"

김 부회장은 최근 theBoard와 만난 자리에서 두 조직을 넘나드는 이중의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SK 이사회에 입성하게 된 계기는 당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의 여성 사외이사 선임 의무화를 규정한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SK 투자금융 추진과 맞물렸다.

그는 “SK 쪽에서 실물경제 경험이 있는 여자 CEO를 찾았던 것 같고, 나는 평소 SK가 한국경제 성장의 기여도가 굉장히 높은 기업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던 만큼 뜻을 함께 하게 됐다”며 “당시 SK가 투자금융을 진행할 때였고 내가 IB에서 했던 일들이 투자의사결정 및 리스크관리였던 만큼 (제안이) 흥미로웠으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돌이켜봤다.

그는 사외이사를 시작한 뒤 밤잠을 쪼개며 공부를 했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SK는 지주사인 만큼 그룹 차원의 모든 사업들을 아우르는 곳이고 여기에 더해 SK가 추진하는 신사업들이 워낙 기술적 난이도와 미래성이 높은 분야인 만큼 이사로서 역할을 하려면 물밑에서 굉장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는 설명이었다.

김 부회장은 “사실 과거 BNP파리바 등에서 근무하던 시절 오일 섹터에서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에 대해 공부했었고 이 밖에 통신사업, 반도체 등도 들여다본 적이 있어 SK의 주요 사업들은 대부분 안다고 생각하고 들어갔다”며 “하지만 2차전지 배터리에 수소, SMR(소형모듈원자로) 등까지 SK그룹 신사업이 워낙 선단(先端)을 달리는 분야인 만큼 굉장히 부담이 됐고 매일 밤 주경야독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타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하는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SK가 다른 그룹 대비 워크로드가 다소 센 편”이라며 “자주 논의를 하는 만큼 기본적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이사의 기본적 소양에 대한 요구도 큰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SK가 굉장히 공격적으로 이사회 경영을 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처음에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수준의 거버넌스를 실현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SK는 변화를 주저하지 않는 태도로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순도 높은 진정성이 있다고 평했다. 그가 여러 글로벌 유수 회사에서 근무했고 현재도 매일유업 사업을 위해 다양한 글로벌사들과 접촉하고 있지만 SK의 이사회 운영 철학은 사외이사 제도가 자리잡은 글로벌사와 견줘도 꽤 높은 수준에 있다는 평이었다.

김 부회장은 “매일유업 이전 오랜 기간 해외에서 근무했던 만큼 서로 논쟁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익숙하다”며 “한국기업 특유의 보수적 분위기를 우려해서 회장님 눈치보고 하고 싶은 말을 삼가해야 한다면 (SK 사외이사를) 안하겠다고 애초에 못박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SK의 이사회 경영은 해마다 변모 중”이라며 “예를 들면 애널리스트도 처음에는 스탠다드와 선배의 족적을 따라하고 모방하면서 익숙해지고 점차 자신만의 색채와 의견이 담기기 마련인 것처럼 SK는 유수 글로벌 기업 거버넌스를 표방하면서 변화로 나아갔다”고 말했다.

◇SK 이사회-매일유업 경영, 양방향 경영 인사이트 교류

김 부회장은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기여하는 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기업인들은 대부분 수많은 불확실성과 도전의 연속인 현장을 직접 경험해온 인물들이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실무적으로 조율해본 경험을 겪는다. 김 부회장은 이런 특징들이 기업인 사외이사의 강점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교수나 관료 출신 인사들 중에서도 당연히 폭넓은 통찰력과 전문성을 지닌 분들이 많지만 아무래도 기업인 출신이라면 유연함이 강점이라 할 수 있다”며 “주요 대기업들이 바닥을 쳤다가도 다시 반등하는 것은 그 안의 경영인들이 매일매일 부딪치는 도전적 상황 속에서 변화의 흐름을 타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 속에서 최적의 대안을 도출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게 바로 ‘기업의 생리’”라고 덧붙였다.

특히 SK와 같이 여러 신사업을 고려하는 기업들의 경우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빛을 발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여러 미래지향적인 사업들을 추진하는 SK 같은 기업들은 사실 이사회에서 적절한 조언과 감독을 얻으려면 100명쯤의 전문가를 데려와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적어도 실물경제서 여러 경험을 해보거나 전세계적인 변수에 대응해본 경험이 있는 인사가 적합하다고 생각해 나는 이사 추천을 하라고 하면 CEO 출신을 많이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직 CEO로서 사외이사 겸직이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매일유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도 설명했다. 특히 해외에서는 현직 CEO의 타사 이사회 참여가 흔한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당연히 두 곳 모두 평균 이상으로 열심히 한다는 전제 아래 현직 기업인의 타사 이사회 참여는 매우 긍정적”이라며 “SK에서 배운 것들을 매일유업에 적용하기도 하고 반대로 매일유업의 효율적 업무 운영을 SK에 건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일유업은 해외 유수 유가공업체들과 협업을 많이 진행해 접촉이 많은데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는 쪽은 오히려 경쟁사 출신이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걸 본다”며 “미국 비건 유가공업체 브랜드 ‘블루다이아몬드’나 유럽 최대규모의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 전세계 1위 식품 기업 ‘네슬레’ 등의 보드를 들여다보면 인더스트리 출신이 꽤 많고 여성도 많다”고 설명했다.

‘여성 리더십’에 대한 견해도 털어놨다. 김 부회장은 사업 영역에서만큼은 차츰차츰 성장을 밟아나간 인재가 리더에 자리에 올라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자본시장법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확보하라고 하니 갑자기 제의가 물밀듯이 밀려온 경향이 있다”며 “국회의원이나 정부 쪽은 어느 정도의 수가 확보돼있어야 힘이 생기는 면이 있지만 비즈니스는 정확히 성과주의기 때문에 나는 여성 리더십이라고 무조건 미는 현상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도 매일유업에서 여성 팀장을 성장시켜 임원으로 승진시키고 하는 데 10년이 걸렸다”며 “준비된 여성 선배들이 잘 해야 후배들에게 그 영향이 돌아간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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