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로 간 기업인]기업 돈줄 '금융업'·밸류체인 잘 아는 '제조업' 출신 인기금융권 출신 44%, 제조업 출신 33%…CEO 경험 '중요 선택기준'
김현정 기자공개 2025-03-31 08:32:28
[편집자주]
경험에 의해 축적된 지혜를 꺼낼 수 있는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최근 이사회에서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기업경영에 대한 현실적 조언이 가능하고 재무제표의 숨겨진 의미를 읽을 수 있으며 단순한 이론이나 원칙이 아닌, ‘현장에서 통하는’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 the Board는 국내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데이터를 분석, 나아가 그들의 활약상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7일 08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들은 주로 어떤 업종에서 긴 업력을 쌓았을까. 우선 금융권에서 일해온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가장 많이 선호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사들의 많은 업무들이 기업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금융권 인사들이 기업의 큰 그림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었다. 이 뿐 아니라 모든 사업들엔 돈이 필요한 만큼 자금조달 등 금융 코칭을 하는 데도 금융 전문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밸류체인 전반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제조업 출신 CEO들도 사외이사로 많이 발탁됐다. 국내 상위 100대 기업들에 여전히 제조업들이 많기 때문에 사업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쟁업체 CEO나 공급사 CEO들을 영입하는 케이스들이 눈에 띄었다. 이 밖에 디지털화가 현재 모든 회사들의 과제인 만큼 IT·소프트웨어 쪽에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도 주요 기업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기업이 원하는 역량, '금융인의 통찰'과 '제조업의 밸류체인 이해도'
1금융, 2금융, 증권과 운용업, 연기금 등을 망라하는 '금융 분야'에 전문성을 보유한 인사들이 가장 많이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모두 합해 42명이었다. 특히 은행 경력을 보유한 1금융권 인물들이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 투자금융(IB) 등 증권부문 인사들도 12명으로 상당 비중을 차지했다. 운용업 쪽 인사로 분류된 사외이사들도 9명 정도 있었다. 이 밖에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국부펀드나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 연기금 쪽 인사들도 눈에 띈다.
금융권 출신 사외이사들이 전체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가운데 44% 비중을 차지할 만큼 기업들이 이들을 많이 찾는 이유는 금융인이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출신 사외이사는 "은행의 경우 기업금융을 일으킬 때 회사의 실적이나 미래 전망 등에 대해 공부를 한다"며 "금융사들의 많은 일들이 기업과 연결돼있기 때문에 기업의 큰 그림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게 금융인들"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대부분 사업들에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는 이유도 있었다. 다른 은행권 출신 사외이사는 "이사회에서 시설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지, 그냥 일반 대출로 조달하는 게 나을지 등 금융코칭을 하는 역할을 한다"며 "대부분 기업들이 이사회에 금융담당 사외이사를 꼭 하나씩 두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제조기업에서 업력을 쌓은 '제조업' 출신 인사들이 32명으로 금융권 출신 사외이사 다음으로 많았다. 전체 사외이사 가운데서 33%를 차지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산업재 쪽에 전문성을 지닌 인사들이 20명으로 그 안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밖에 소비재 제조업에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들이 10명이었다.
과거 대비 시총 상위기업들에 IT·서비스업 등이 꽤 포함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제조·금융 중심의 대기업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반도체·전기전자·화학·2차전지·철강·기계·조선·정유, 그리고 음식료품·화장품 등 제조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이 상당수인 만큼 본업에 도움을 주는 제조업 출신 사외이사들이 많이 선호됐다.
대부분 기업들이 디지털라이제이션을 고민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IT 전문가들도 10명(10.6%)으로 의미있는 비중을 차지했다. 이 밖에 콘텐츠 회사서 주요 업력을 쌓은 인물들이 총 4명(4%), 바이오헬스케어 전문가 3명(3%), 서비스업 전문가 3명(3%), 유통 전문가 2명(2%) 등이 국내 100대기업 사외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 제조업 출신 사외이사는 "전직 제조사 CEO는 공정 혁신, 품질관리, 원가절감, 납기 리스크 같은 긴 밸류체인에서 실전 이슈를 꿰고 있는 만큼 (사외이사로 있는 회사의) 전략 수립 시 실현 가능성 있는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며 "이론을 설명하기보다 CEO 출신 사외이사는 아무래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사례를 곁들일 수 있어서 현장의 맥을 짚는 의사결정에 기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 10명 중 7명, CEO 출신…”의사결정의 무게를 아는 자”
타사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기업인 출신들의 과거 최종 직책을 살펴보면 역시 대표이사가 가장 많았다. 96명의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가운데 65명, 즉 68% 비중이 CEO를 맡은 경험이 있었다. 대부분 직급이 회장과 부회장, 사장, 행장 등이었다.
해당 수치는 거버넌스 시장의 신뢰 구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사회가 외부 인사를 선택할 때 최종적으로 '기업을 책임졌던 경험'을 중시한다는 의미다. CEO 경험이 있는 자들은 위기 관리나 대외 소통 경험 등에서 신뢰도가 높다. 또한 대표이사의 경우 사내이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이사회 경험이 있고 경영진과 이사진 간 역할 구분을 직접 겪어본 만큼 사외이사의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한 CEO 출신 사외이사는 "우리는 책임 있는 의사결정의 무게를 안다"며 "이에 따라 대부분이 경영진의 활동을 존중한다"고도 말했다.
CEO는 아니지만 소위 말하는 'C레벨' 임원들도 11명으로 상당했다. 이 가운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8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최고리스크책임자(CRO), 최고사업책임자(CBO), 최고전략책임자(CSO) 등도 있었다. 이 밖에 외국계기업의 한국대표·한국지사장이나 대기업의 부문대표·센터장 등도 더러 있었다.
직급으로 살펴보면 부사장이 12명으로 전체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가운데 12.5%를 차지했다. 이중 8명이 부행장으로 은행 출신들이 많았다. 전무와 이사는 4명 정도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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