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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로 간 기업인]100명 중 20명…귀한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총론]①미국 81%, 영국 61% 기업인 사외이사 선임…전직 경영인 은퇴 후에야 등장

김현정 기자공개 2025-03-28 08:09:14

[편집자주]

경험에 의해 축적된 지혜를 꺼낼 수 있는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최근 이사회에서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기업경영에 대한 현실적 조언이 가능하고 재무제표의 숨겨진 의미를 읽을 수 있으며 단순한 이론이나 원칙이 아닌, ‘현장에서 통하는’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 the Board는 국내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데이터를 분석, 나아가 그들의 활약상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4일 14시05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경영의 최전선에서 의사결정을 해본 경험이 있는 기업인은 복잡한 전략이나 사업 리스크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내릴 수 있다. 해외 선진국 주요 기업들의 경우 다양한 산업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을 지닌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이사회 구성상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은 교수 등 학자 출신 사외이사가 여전히 최대 다수로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의 두배가량으로 집계된다.

특히 현직 기업인들이 타사 이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외국 사례와는 달리 국내의 경우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들 대부분이 전직 경영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상당 수가 오래 적을 두고 다니던 회사를 은퇴한 후 비로소 타사 사외이사로 활동한다.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연령층이 대부분 60~68세에 집중돼 있는 이유다.

◇교수 출신 사외이사 40%, 여전히 최대 비중…기업인 출신 20%

the Board는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의 사외이사들을 분석했다. 올 3월 14일 기준으로 100대 기업을 선정했으며 여기에 우선주·리츠 등을 제외했다. 사외이사 명단의 경우 각 기업의 분기보고서 와 사업보고서에 더해 주주총회소집공고까지 참고해 이달 개최되는 정기주주총회 이후 새 이사회를 상정했다. 이에 따라 총 470명의 사외이사 풀(Pool)을 확보했다.

해당 사외이사들을 △기업인 출신 △교수 출신 △관료 출신 △법조인 출신 △회계·세무사 출신 △기타 출신 등 6개 카테고리로 나눴다. 객원교수 등을 역임하고 있더라도 기업에서 일한 경력이나 관에서 일한 경력이 주된 경력일 경우 기업인 및 관 출신으로 분류했다. 판·검사 등 전관 출신으로도 볼 수 있는 이들은 법조인으로 분류했다. 로펌 대표는 법조인 출신으로, 회계법인 대표는 회계·세무사 출신으로 들어갔다.

또한 금융위원장 제청·대통령 임명의 절차를 거쳐 선임되는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나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서 최종 추천되는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기술공사 사장 이력을 지닌 인물들은 기업인이 아닌 기타 출신으로 분류됐다. 환경재단 대표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역시 기타 출신으로 분류됐다. 이 밖에 추후 정기주총의 결과에 따라 이사회 구성이 바뀔 여지가 있는 고려아연 이사회의 경우 사외이사 명단에서 제외했다.

해당 기준으로 각 카테고리로 나눠 들어간 470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는 총 96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외이사 중 20.4%에 해당하는 비중이었다. 교수 출신 사외이사가 188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40%)을 차지했다. 관료출신은 78명(16.6%), 법조인 출신은 55명(11.7%), 회계·세무사 출신은 18명(3.8%)로 나타났다. 기타 출신은 35명, 7.4%의 비중으로 집계됐다.


6개 분류상 기업인 출신 비중이 꽤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국내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비중은 그리 높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22년 기준 미국·일본·영국·독일의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사외이사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을 제외한 주요국의 사외이사는 기업인 출신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영국은 사외이사 95명 중 80명(84.2%)을 전·현직 기업인으로 선임했다. 이어 미국(81.9%), 일본(61.5%), 독일(50.9%) 순으로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높았다. 2022년 당시 한국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의 전·현직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선임률은 16.7%에 불과했다. 올해 기준으로 상위 10대 기업의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선임률은 22.9%로 3년 전보다는 높아졌다.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60~68세' 연령층 집중, 은퇴 후 타사 이사회 진입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들의 출생년도를 살펴보면 1964년생(61세)이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1957년(68세)과 1962년(62세)이 각각 10명으로 다음으로 많았고 1961년생, 즉 64세가 9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즉 분포도상에서 1957년생~1965년생, 즉 60~68세 연령층이 집중적으로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미뤄보면 대부분이 현직이 아닌 전직 기업인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현직 기업인 사외이사는 △이인경 MBK파트너스 CFO 부사장(기아 사외이사) △전찬혁 세스코 대표이사 회장(기아) △양인집 어니컴 회장(신한금융지주) △이복희 롬엔드하스전자재료씨엠피코리아 대표(SK이노베이션) △이지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SK이노베이션)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대표(카카오) △윤석 윤앤코 대표(카카오) △이수경 피앤지 인터내셔널 스킨케어 부사장(크래프톤) △백양희 라엘 공동창업자 겸 대표(크래프톤) △윤구 오토데스크 디지털·E커머스 부사장(크래프톤) △이승훈 KCGI 글로벌 대표 파트너(KT) △이지희 더블유웍스 대표(KT&G)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SK) △박영호 라구나인베스트먼트 대표(하이브) △김민지 미네랄리스 테라퓨틱스 CBO(SK바이오팜) △황형주 에이엠스퀘어 대표(한화시스템) △최인아 책방 대표(아모레퍼시픽) △이재연 로얄캐닌코리아 대표(아모레퍼시픽)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코웨이) △김정인 하이퍼라운지 대표(SKC) △박현주 시옷 대표이사(LS) △이성규 베어스톤파트너스 경영자문 부문대표(한국금융지주) △김희재 올댓스토리 대표(한국금융지주) △백영재 넷플릭스 디렉터(한국금융지주) △설금희 켐젠 대표(현대오토에버) △이재호 오스템임플란트 CFO(엔씨소프트) △윤대균 네어스텝스 대표(넷마블) △황득수 CJ E&M 엔터테인먼트부문 CFO(넷마블) 등 28명 뿐이다.

이 가운데 상장기업은 매일유업(코스닥)과 CJ ENM(코스닥) 둘 뿐이다.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중에서도 최신 경험을 바탕으로 코스피 100대 기업 이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만한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는 사실상 드물다는 뜻이다.

해외에선 유명 현직 기업인들이 타사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애플의 CEO인 팀 쿡(Tim cook)은 2005년부터 지금까지 나이키(Nike)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의 CEO인 메리 바라((Mary Barra)는 2017년부터 월트 디즈니 컴퍼니(The Walt Disney Company)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공동 의장인 멜린다 게이츠는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국내와는 아예 분위기가 다르다.

한 국내 10대 기업의 사외이사는 “한국의 경우 아직도 기업 문화가 보수적이며 ‘겸직’에 대한 경계심이 많은 편”이라며 “특히 대기업 CEO가 외부 기업 이사회에 나가면 ‘본업에 소홀한 거 아니냐’는 의구심이 뒤따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외이사의 경우 “국내는 아직도 사외이사를 법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 또는 경영진 견제 역할을 수행하는 자로 보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의 경우 사외이사가 전략적 조언자, 비즈니스 멘토, 네트워크 제공자 등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존재라는 인식이 강한 만큼 출발이 다르기 때문에 현상도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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