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배터리 산업 골든타임]당장의 유동성이 절실하다...'직접 지원해달라'①최초 법안 발의 23년 5월, 여전히 '공회전'...캐즘 상황, 세액공제 무의미

이호준 기자공개 2025-04-22 07:10:11

[편집자주]

캐즘 국면에서 배터리사의 위기를 드러내는 숫자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으로 골든타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흑자 후 세금 공제’ 수준의 비현실적이고 무의미한 정책에 그치고 있다. 수많은 법안과 금융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업계가 원하는 속도와 방향과도 다르다. 더벨은 한국 배터리 산업의 골든타임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7일 07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번 많이는 불러주는데 정작 해준 건 없다. 좀 아니지 않나."

지난주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주재한 이차전지 업계 간담회는 동석한 일부 인사들까지 놀랄 만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고 한다.

장관이 아닌 차관이 주재했고 형식상 간담회였지만 발언 수위는 예상보다 높았다. 업계는 실효성 없는 논의가 반복되며 쌓인 불만이 터져 나온 자리였다며 정부 눈치를 보던 기업들조차 목소리를 높인 건 드문 일이었다고 평했다.

업계 요구는 명료하다. 법인세 공제가 아니라 당장 현장에서 쓸 수 있는 현금을 달라는 것이다.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구간에서 이 같은 마중물이 없으면 설비는 멈추고 경쟁국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목소리다.

◇직접 지원 추진되고 있지만…현장에선 “너무 느리다” 한목소리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차용 LFP 양극재는 최근 1kg당 4달러까지 떨어졌다. 원재료 가격이 4달러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원가 수준이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중국산 LFP 배터리는 각형 셀/kWh 기준으로 50달러 선이다. 국내 제품과 비교하면 양극재는 다섯 배, 셀은 두 배 이상 저렴하다.

강력한 정부 개입이 가능한 중국 특유의 구조로 볼 수도 있지만 업계는 가격 경쟁력의 핵심을 보조금에서 찾는다. 중국은 투자 초기부터 인건비, 설비·부지, 운영자금, 금융비용, 법인세 감면까지 포함해 전체 투자액의 30~40%를 현금으로 보전해준다.

미국과 일본도 유사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통해 배터리 셀과 모듈 생산·판매 시 kWh당 35달러와 10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일본은 자국 내 생산량에 따라 법인세를 최대 40% 감면하고 경제안보법을 근거로 설비투자액의 30%, 기술 개발비의 50%까지 보조한다.

우리나라도 직접 지원 방식을 추진 중이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업계는 투자비 15% 연구개발비 30% 안팎의 세액공제를 받고 있다. 하지만 법인세 공제 방식이라 흑자 기업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이익 실현과 무관하게 현금 환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다수 발의돼 있다.

다만 업계는 이러한 대응이 지나치게 더디다는 입장이다.

A 배터리사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판로 확대도 가능한데 지금으론 역부족”이라며 “김상훈 의원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한 게 2023년 5월이다. 부처와의 소통도 있었고 예산 문제도 있겠지만 시간만 한참 흐르고 있다”고 했다.

B 배터리 소재사 관계자는 “공급망 선도기업 지원이나 정책금융 등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책도 분명히 있다”며 “하지만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나라들과 비교하면 체감 차이는 크다. 우리는 대출금리를 예를 들어 4%에서 3%로 낮춰주는 정도다. 1%포인트도 큰 차이지만 비교되는 순간 상대적인 박탈감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직접환급 또는 정부 보조금 형태의 실질 현금 유입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

◇금융 지원 확대…캐즘 국면, "당장의 유동성 확보 수단 필요"

물론 정부도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50조원 규모로 조성 예정인 첨단전략산업기금이 대표 사례다. 한국산업은행이 운용하며 기존 저리 대출에서 초저리 대출과 지분투자까지 확대된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 기금은 배터리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반도체, 바이오, AI, 로봇 등 첨단산업 전반을 50조로 함께 지원하는 구조다. 배터리 분야에 어느 정도 자금이 배정될지, 어떤 기준으로 심사가 이뤄질지도 더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이 방식은 직접환급제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금융지원은 소부장 중소·중견기업엔 유리하지만 대규모 투자를 이미 집행한 대기업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대부분의 투자금은 이미 들어갔거나 현재 집행 중이다.

그러나 지금은 캐즘 국면이다. 수익 실현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재무 레버리지를 늘리지 않고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직접환급이 다음 사이클을 준비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이에 업계는 당장의 유동성 확보 수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배터리 소재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3년간 별도 기준으로 손실이 이어지면서 세액공제 혜택을 사실상 받지 못하고 있다. 공제분은 이월되고 있는 상태”라며 “자금 확보는 물론 재무 건전성과 투자 계획 수립 측면에서 직접 현금 지원 방식이 도입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부 배정 규모 및 조건은 별도 심사 기준에 따라 결정)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