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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 스토리]율곡, 핵심 경쟁력 녹아든 사천 공장 가보니고성능 장비·통합 생산 체계 구축, 코스닥 상장 통해 신공장 설립

사천(경남)=김인엽 기자공개 2025-04-23 08: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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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1일 10시3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율곡의 경남 사천공장엔 언뜻봐도 육중해 보이는 네모 모양 알루미늄 판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5톤에 달하는 알루미늄이 가공을 마치면 100kg 남짓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율곡의 손을 거쳐 날개 구조물, 동체 보강재 등으로 재탄생하는 셈이다.

더벨은 지난 17일 율곡의 사천 제1 공장을 시작으로 종포 스마트 공장, 사천 표면 처리 공장을 직접 방문해 부품생산 과정을 들여다봤다. 원재료인 알루미늄을 들여와 공작가공과 표면처리 등을 진행하는 핵심 생산기지로 약 3500개의 항공기 부품 생산역량을 갖췄다.

위호철 율곡 대표는 "율곡은 타 기업들이 부러워할 만한 장비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며 "해당 장비를 통해 복잡한 구조의 부품도 생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주제품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알루미늄

◇고강도 알루미늄 원재료, 고정밀 가공

항공기 정밀형상부품의 주 원재료는 알루미늄이다. 항공기 부품에 사용되려면 고강도 알루미늄이 필요한데 미국 AMS 등의 인증을 충족해야 해 대부분 미국, 유럽 등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원재료인 알루미늄이 사천 공장에 도착하면 5축 CNC(컴퓨터 수치 제어, 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장비에 투입돼 날개 구조물, 동체 보강재 등으로 재탄생한다.

공정의 핵심은 고강도 소재를 대량 절삭하면서도 변형 없이 정밀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고속 절삭 시 많은 열이 발생하는데 열전도율이 높은 알루미늄은 휘거나 변형되기 쉽다. 또 가공 중 발생하는 진동과 칩 처리의 어려움 때문에 적절한 장비와 절삭 노하우를 갖추는 것이 제품의 품질을 좌우한다.

품질력을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프리미엄 장비 역시 사천공장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 독일 Starrag Group의 'DST ECOSPEED F1040'은 항공기용 알루미늄 부품 가공에 특화된 장비다. 사천 공장에는 해당 장비가 3대 구축돼 있다. 고속 절삭과 동시에 정밀도와 안정성을 자랑하는 장비로 대당 80억원의 고가를 자랑한다.

점심시간대에 방문한 종포 공장엔 거대한 시설물이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작동하고 있었다. 2019년 4월 도입된 유연생산시스템(FMS)으로 여러 대의 CNC 장비와 자동화 설비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계해 공정 간 이송과 가공을 무인으로 처리한다.

일반 공장은 작업자가 원재료를 직접 세팅하고 공정마다 수작업을 반복해 제품을 완성하는 구조다. 반면 FMS는 자동 이송과 공정 전환이 가능한 구조로 멈추지 않고 생산을 이어갈 수 있다.
종포 공장의 유연생산시스템(FMS)이 점심시간에도 가동되고 있는 모습

알루미늄 가공에 대한 율곡의 노하우는 안정적인 부품 생산을 뒷받침하는 핵심 역량이다. 어떤 장비로 어떻게 생산하느냐에 따라 부품의 내구성, 진동 특성, 조립 정밀도 등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날개 내부에 설치되는 스트링거(Stringer)는 단면이 얇아 고속 가공 중 열이나 진동에 쉽게 휘거나 뒤틀린다. 동일한 소재라도 공구 경로와 고정 방식 절삭 조건에 따라 수 마이크미터(μm)단위의 편차가 생길 수 있다. 이는 최종 조립 단계에서 공차 초과나 응력 집중으로 이어진다.

율곡은 사천 공장 내 부설 연구소를 둬 고속 가공 중 열과 진동에 따른 소재 반응과 정밀도 유지 조건을 연구해 왔다. 덕분에 복잡한 형상도 품질 편차 없이 반복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항공기 날개용 스트링거(Stringer)

◇자체 표면처리 공장 확보, 해외 바이어 '관심'

표면처리 공장은 율곡의 또다른 자랑이다. 국내 부품기업 중에서 자체 표면처리 공장까지 보유한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20년 8월 완공된 사천 공장을 포함해 총 3개의 표면 처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항공기 부품은 생산 후 2~3일 내에 표면 처리를 마쳐야 하는 경우가 많은 특성상 국내 기업들은 해외 공장을 활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KST를 비롯한 국내 표면 처리 기업들 대부분이 이미 풀케파 상태여서 수주 계약 단계에서부터 처리 가능 여부가 핵심 검토 요소로 떠올랐다.

사천 표면처리 공장

표면 처리란 금속 표면에 산화막을 형성하거나 부식을 방지해 내구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공정이다. 기온 변화나 습도 염분 같은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항공기의 특성상 반드시 필요한 과정으로 항공기 제조사는 납품 전 사전 검사와 이력 확인을 필수 조건으로 둔다.

세 곳의 자체 표면 처리 공장을 둔 율곡은 납기 지연이나 외주 수용 한계에서 자유롭다. 위 대표는 "요새 바이어들이 오면 수주 능력을 검토하기 위해 율곡의 표면처리 공장을 주로 보여 달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율곡은 수년 내 사천 산업단지 내에 새로운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해외 고객사를 겨냥한 신사업 생산 거점으로 종포 공장과 같은 스마트 공장 형태로 추진된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공장 구축과 주요 설비 확보에 투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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