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 증권사 리뷰]은행지주 몸사릴때…공격 투자 나섰다①BIS비율 규제 미적용…발행어음 17조 한국증권 '풀메탈재킷'
이정완 기자공개 2025-04-25 08:11:08
[편집자주]
증권업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건전성 관리에 발목이 잡힌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와 달리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독립계는 공격적인 투자로 수익을 쌓아가고 있다. 자신만의 강점을 찾아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도 비은행지주 증권사의 강점이다. 더벨은 이들 증권사의 사업 전략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2일 10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지주 산하 IB(투자은행) 실무자를 만나면 이따금 볼멘소리가 나온다. 신규 투자 건을 올리면 지주 RWA(위험가중자산)에 끼칠 영향을 가장 먼저 살핀다는 것이다. 리스크 관리 조직의 지적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하지만 비은행지주 산하 증권사는 사정이 다르다.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규제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지난해 전체 증권사 중 순이익 1위를 차지한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IB 중에서도 가장 많은 발행어음을 찍어 IB 비즈니스 투자 실탄으로 활용하고 있다.
◇순이익 '톱5' 모두 비은행 계열 증권사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업계 순이익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비은행지주 산하 증권사가 차지했다. 1위인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별도기준 1조1949억원의 순이익을 나타냈다. 신규 고객 자금 유입이 증가하면서 브로커리지 실적이 개선된 것을 비롯 물론 IB, 운용 등에서 고르게 수익 증가세를 보였다.
2위인 삼성증권과 3위 키움증권도 8000억원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두 회사는 2023년 3000억~4000억원 순이익을 나타냈지만 2배 넘게 이익 규모가 커졌다.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이 각 6991억원, 6301억원을 기록해 4, 5위를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6위부터 9위까지는 은행지주 산하 증권사가 자리했다. NH투자증권이 작년 6259억원 순이익을 나타내 은행지주 중에선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나타냈다.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이 뒤를 이었다.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의 순이익은 2000억원대를 보였다.

올해 초 실적 발표 후 대부분의 증권사가 앞세운 수익성 증가 배경은 대동소이하다. 지난해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운용 수익이 증가하고 개인투자자 활발한 해외주식 거래로 수수료 수익도 커졌다는 이야기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외에 정통 IB 사업을 확대한 점도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결국 사업 방향성 측면에서 증권사마다 큰 차별점을 두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렇다면 한정된 재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자하는지가 수익성 성패를 가를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비은행지주 산하 증권사는 은행지주 산하 증권사에 비해 앞서있다.
◇'자산' 활발히 담은 한국증권, 이자 수익 증가
은행지주 산하 증권사는 증권사 건전성 규제 핵심인 NCR(영업용순자본비율) 외에 모회사의 연결 BIS비율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나눈 지표로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날수록 BIS비율이 낮아지는 구조다. 지난해 말 기준 346조원 규모 위험가중자산을 기록한 KB금융지주나 343조원을 나타낸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자회사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은행지주 산하 증권사에서 일하는 IB업계 관계자는 "투자 심의를 올리면 해당 투자 건으로 인해 지주 BIS비율에 얼마나 변화가 생기는지 가장 먼저 살핀다"며 "사정이 이러니 인수금융, 프리IPO 투자에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하게 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비은행 계열 증권사는 BIS비율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 같은 유연성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를 집행하는 증권사가 바로 한국투자증권이다. 2017년 발행어음 인가를 최초로 획득한 뒤 매년 규모를 키우며 다른 증권사 대비 많은 IB 투자 실탄을 쌓았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17조3163억원으로 전년 말 14조7309억원 대비 18% 증가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할 수 있는데 작년 말 기준 자본이 약 9조3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도를 채워 쓰는 셈이다. KB증권이 작년 말 10조1305억원, 미래에셋증권이 7조4733억원의 발행어음 잔액을 보였으니 한국투자증권의 발행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해 투자 내역을 살펴봐도 야수성이 돋보인다. 자금이 급한 대기업 계열사가 사모 방식으로 조달할 때 발행어음을 활용해 핵심 조력자 역할을 했다. 지난해 SK온이 5000억원 규모 영구채를 발행할 때 자체 북(Book)으로 2550억원을 인수했고 한화솔루션이 7000억원 영구채를 찍었을 때도 1000억원을 인수했다. 이자율이 6% 전후에서 결정된 만큼 고금리 메리트가 기대된다.
적극적인 투자 기조 덕에 지난해 IB 실적 성적표에서도 이자 수익 증가세가 눈에 띈다. 작년 IB 사업에서 6140억원의 수익을 거뒀는데 1696억원을 이자로 벌었다. 2023년에는 IB 이자 수익이 946억원이었는데 80% 가까이 증가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사업부별로 성과를 평가할 때도 어떤 자산을 담고 있는지 중요하게 살핀다"면서 "실무진의 공격적 투자를 장려하는 분위기"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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