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시그널: PBR 0.3]상장사 225곳 기준 미달…3년새 5배 늘었다[총론]코스피 151곳, 코스닥 74곳이 PBR 0.3 하회…한화·롯데그룹 최다
고진영 기자공개 2025-05-07 08:16:39
[편집자주]
주가는 단기적으론 인기 투표지만 길게 보면 계량기라는 말이 있다. 왜 헐값에도 투자자가 발길을 돌릴까. 시간이 지나면 진짜 무게가 드러난다. 그 괴리를 찾는 과정에 사용되는 지표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최근 유력 대선후보는 PBR이 0.3배도 안되면 시장에서 정리해야 한다며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가시방석에 앉은 종목들을 더벨 SR본부가 저울에 올렸다. 저평가인지, 벗어날 수 없는 밸류트랩인지, 시장평가와 본질가치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재고 구조적 원인을 파헤쳐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4일 14시54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치투자 기회는 시장의 비효율성에서 생긴다. 기업이 품고 있는 가치를 시장이 항상 온전히, 즉각적으로 알아차리진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저평가 주식을 골라내기 위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사용해왔다. 역사적으로도 PBR이 낮은 주식에 투자했을 때 대체로 성과가 좋았다.그러나 2010년 이후 시장에서는 이 가치 프리미엄의 생명력이 점차 약해지는 추세다. 무형자산이 중요해지다 보니 회계장부에 기반한 PBR은 잠재력을 제대로 반영하기 힘들어졌다. 낮은 PBR이 반드시 ‘싸다’는 신호가 아니라 그저 성장성 부재를 알리는 경고일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는 “PBR이 0.3배 미만인 회사는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으로 청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이야기지만 기업들의 위기의식이 무거워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PBR이 지나치게 낮은 기업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작년 말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에서 200개를 넘는 기업이 PBR 0.3배에 닿는 데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주사들, 그리고 거대그룹 가운데선 한화와 롯데그룹이 낮은 PBR을 기록했다.
◇45개→225개로 점프…시총 최고는 '9조 몸값' SK
더벨 SR(서치앤리서치)본부가 코스피 상장사 808개, 코스닥 상장사 1675개 등 2483개 기업을 전수조사한 결과 2024년 말 기준 PBR이 0.3배에 미달한 기업은 225개로 집계됐다. 코스피 소속 기업이 151개로 61%를 차지해 코스닥(74개)보다 많았다.
코스피의 경우 제조·금융을 포함해 전통 산업 비중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유형자산이나 금융자산을 보유해 장부가치가 높고 이미 성숙기에 들어선 케이스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코스닥은 바이오, 기술주 등 성장주 중심인 만큼 순자산 대비 시장 평가가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연도별 추이를 살피면 PBR이 0.3배 미만인 기업은 2022년 이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 68개에 불과했고 유동성이 시장에 몰렸던 2021년엔 45개로 더 줄었다. 하지만 2022년 고금리와 달러강세로 시장에 한파가 닥치자 120개로 점프한다. 이후 2023년 142개로 늘었다가 지난해 83개기업이 더 불어났다. 3년새 5배로 뛴 셈이다.
225개 회사 가운데 PBR이 0.2배를 밑돈 기업은 60곳 있었다. 가장 낮은 PBR을 나타낸 곳은 롯데쇼핑과 한신공영이다. 각각 0.1배를 기록했다. 다음으론 티와이홀딩스(0.11배), 코오롱(0.12배), 태광산업과 계룡건설(0.13배), 현대제철(0.15배) 등이 뒤를 따랐다.

시가총액별로 보면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기업은 18개로 조사됐다. SK가 9조3000억원 수준으로 가장 높았으며 한화솔루션(4조원), GS(3조5000억원) 한화(3조3000억원), 롯데케미칼(2조6000억원), 이마트(2조5000억원), 신세계(1조5000억원), 현대백화점(1조3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전부 코스피 소속이다.
코스닥기업 중에선 작년 말 기준 PBR 0.17배를 나타낸 하림지주(6300억원) 시총이 최고였고 다우데이타(0.29배), 성우하이텍(0.26배), 원익홀딩스(0.2배), 유진기업(0.26배) 등이 시총 2000억~4000억원대로 상위권에 있었다.
◇지주사 저PBR 경향 압도적…'유통 빅3' 나란히 포함
눈에 띄는 점은 지주사와 유통회사들의 고전이다. 지주사는 225개 기업 가운데 39개(17.3%)를 기록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를 통틀어 지주사가 110여개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적이라 보긴 어려운 수치다. PBR이 0.3배를 하회하는 비중이 35% 안팎에 달한다.

유통업종은 ‘빅3’로 불려온 롯데와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의 주요 유통 계열사들이 모두 포함됐다. 롯데쇼핑(0.1배). 신세계(0.27배), 이마트(0.16배), 현대백화점(0.23배) 등이다. 신세계를 제외하면 최근 3년 내 한 번도 PBR 0.3배를 넘지 못했다. 신세계의 경우 과거 0.5~0.6배를 오갔지만 5년 내리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그 뒤론 금속·철강과 운송장비·부품(각 19개), 화학(17개) 건설(15개), 전기·전자(11개)업 순으로 수가 많았다. 금속·철강업의 경우 225개 기업 가운데 업계 시총 1위인 현대제철(3조1000억원)의 PBR이 영흥과 함께 0.15배로 가장 낮았고 동일제강(0.16배), 영풍과 휴스틸(각 0.19배) 등이 0.2배를 밑돌았다. 이외에 동국제강 0.23배, 고려제강 0.27배, KG스틸이 0.28배 등을 나타냈다.
운송장비·부품업종에선 코스닥 상장사인 세원물산(0.13배)이 가장 낮은 PBR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줄곧 3배 미만에 머물고 있다. 또 현대위아는 2023년 말 기준 PBR이 0.51배였는데 지난해 말 0.28배로 급락했다.

◇외국인 외면 뚜렷…한화·롯데그룹 고전
이밖에 외국인 지분율을 기준으로 기업들을 분류할 경우 새론오토모티브(0.26배)가 65.9%로 최고를 기록했다. 지엠비코리아(0.26배), iM금융지주(0.23배), DL이앤씨(0.28배) 등도 지분의 30% 이상을 외국인이 가지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이 각각 55.3%, 41.6%, 33.9%다.
반대로 외국인의 외면을 받은 곳은 상지건설(0.22배), 아이디스홀딩스(0.25배), 삼보모터스(0.25배), 선샤인푸드(-4.05배)를 꼽을 수 있다. 전부 외국인 지분이 전무했다. F&F홀딩스(0.21배), 코오롱글로벌(0.29배) 등도 외국인 지분율이 1%에 못 미쳤다.
외국인 지분율이 10%를 웃돈 기업은 40개 뿐이었다. 나머지 185곳은 이를 하회했으며 이중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지주(0.25배)다. 2조2000억원을 넘지만 외국인 지분은 7%대에 불과했다.
대기업집단별로 PBR이 0.3배를 밑도는 계열사가 가장 많은 곳은 한화그룹이다. 한화솔루션(0.29배), 한화(0.22배), 한화생명(0.16배), 한화손해보험(0.22배), 한화갤러리아(0.27배) 등 5개 계열사가 포함됐다. 다음으론 롯데그룹이 많았다. 롯데쇼핑(0.1배), 롯데케미칼 0.18배), 롯데하이마트(0.18배), 롯데지주(0.25배) 등 4개사가 기준을 미달했다.

또 225개 기업 중 9개 기업은 PBR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회사가 완전 자본잠식에 빠져 있단 의미다. 효성화학과 CNH, 디에이테크놀로지, 엔케이맥스, 이달 상장폐지 통보를 받은 위니아 등으로 현재 자본잠식에 따라 거래가 중지됐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대진첨단소재 줌인]1차 락업 물량 보호예수 해제, 공모가 '유지'
- [나우로보틱스 줌인]상장 승인 프리패스 원동력 '글로벌사 ODM 계약'
- [대진첨단소재 줌인]미국 ESS 이어 영국·독일 가전업체 '러브콜'
- [i-point]신성이엔지, 산불 피해 청송군에 기부금 전달
- [i-point]아이티센코어, 세아제강지주 준법경영시스템 구축
- '자본잠식' 해소 효성화학, 비주력사업 매각 이어간다
- '흑자전환' 세아베스틸지주, 항공방산소재 '효자' 등극
- 오일뱅크 빠졌지만…HD현대 배당재원 '조선·전력기기'
- 두산밥캣, 건설기계 불황에도 분기배당 이행
- [GM·르노·KGM 생존기]KGM, 가동률 저하 묘수 '수출'
고진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저평가 시그널: PBR 0.3]상장사 225곳 기준 미달…3년새 5배 늘었다
- [Financial Index/현대차그룹]넘치는 캐시…상장사 '순현금'만 24조
- [Financial Index/현대그룹]그룹이익 29조 '주춤'…완성차 의존도 80% 넘었다
- [Financial Index/현대차그룹]그룹 매출 3년간 120조 늘었다…완성차 50% 점프
- [Financial Index/현대차그룹]배당도 못 살렸다…절반 이상은 TSR 마이너스
- [Financial Index/현대차그룹]PBR도 계열 파워…현대오토에버, 5년 평균 '3배'
- [Financial Index/현대차그룹]날개 단 현대로템, 그룹 ROE 압도…건설·철강은 '시들'
- [재무전략 분석]영업권 '줄손상' 카카오…여전히 3.7조 잔존
- [밸류업 성과 평가]81위 랭크된 LG화학, 빚 부담 버겁다
- 카카오, 점프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