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전략 분석]영업권 '줄손상' 카카오…여전히 3.7조 잔존멜론 손상차손만 누적 1조, 타파스 5000억 육박…자산 불확실성 부각
고진영 기자공개 2025-04-21 08:26:12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6일 15시20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는 쉴 틈 없는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한 곳이다. 탐나는 매물은 비싼 웃돈을 마다않고 사들여 한때 영업권이 5조원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업권에서 줄줄이 손상차손이 발생하면서 자산 가치의 불확실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남은 영업권만 4조원에 육박한다.카카오는 2014년부터 영업권이 본격적으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5억원 수준이었다가 1조4195억원으로 늘었다. 그 해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역합병했는데 막대한 영업권이 발생했다. 조단위 영업권의 시작이다.
2년 뒤인 2016년 다시 영업권이 3조원대로 점프한다. 로엔엔터테인먼트(멜론)를 포함한 6개회사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영업권을 추가로 안았다. 거의 로엔엔터테인먼트로부터 파생한 영업권이다.
당시 카카오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76.4%를 인수하는 데 현물출자를 포함해 1조8800억원을 썼다. 삼성그룹이 삼성토탈 등 방산계열사들을 한화그룹에 넘기고 받은 돈과 비슷한 금액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23.4% 붙여줬다. 주가수익비율(PER) 40배를 상회하는 가격이다 보니 고가 인수라는 논란이 불가피했다.
실제로 카카오는 로엔엔터테인먼트(당시 카카오M) 영업권에 대해 2019년 3527억원, 2020년 4178억원, 2023년 2314억원(멜론사업부) 등을 손상처리했다. 합치면 1조원을 넘는다. 인수 당시 줬던 웃돈이 대부분 제값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손상처리를 계속하면서도 카카오는 과감한 M&A를 이어갔다. 2021년엔 영업권이 4조9000억원 수준으로 불었다. 같은 해 2000억원대 손상차손을 인식했는데 영업권이 오히려 늘어난 이유는 무려 47개사 지분을 무더기로 인수하기 위해 3조원 이상을 지출했기 때문이다.
그때 인수했던 기업이 게임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와 타파스엔터테인먼트다. 타파스엔터는 북미 웹툰, 웹소설 플랫폼인 타파스(Tapas)와 래디시(Radish)를 사들인 후 합병해서 출범했다. 라이온하트에서 발생한 영업권만 1조2600억원, 타파스엔터에서 생긴 몫은 8540억원이다. 총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영업권이 새로 생겼다.
하지만 타파스엔터는 출범 이후 순손실이 계속되면서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2023년 카카오가 1조4834억원의 대규모 손상차손을 반영한 데에도 타파스엔터 영향이 컸다. 당시 타파스엔터에서 4598억원, 라이온하트스튜디오에서 1430억원, 에스엠엔터테인먼트 2804억원 등이 손상처리됐다.
지난해의 경우 작년보다 손상규모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3177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에스엠엔터에서 파생한 규모가 906억원, 카카오엔터가 2055억원이다.

이를 포함해 카카오는 2019년부터 6년 동안 3조7000억원을 손상처리했는데, 여전히 남아있는 영업권이 3조7000억원을 넘는다. 2년 전 에스엠엔터 등을 인수하면서 1조원 상당을 또 떠안았기 때문이다. 현재 게임사업에 1조2000억원, 인터넷포털사업에 1조원, 엔터사업에 7700억원씩의 영업권이 배분돼 있다.

연이은 손상차손은 순손익 악화로 이어졌다. 카카오는 2023년과 지난해 연달아 당기순손실을 냈다. 문제는 여전히 대규모 영업권이 잔존한다는 점이다. 영업권은 앞으로의 불확실한 사업성과에 좌우되는 자산이다 보니 사업이 악화할 경우 감액 손실이 생길 리스크를 내재하고 있다.
카카오VX,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추진에 이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매각설이 시장에서 가라앉지 않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업권 손상의 주범이었던 멜론사업부와 타파스엔터가 모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속해 있다. 콘텐츠 산업이 침체된 탓에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회수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지난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45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카카오가 거느린 주요 자회사 12개 가운데 가장 많은 손해를 냈다. 카카오게임즈유럽(1115억원), 카카오게임즈(958억원), SM엔터테인먼트재팬(302억원)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지분 조정, 매각 등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아직 확정된 방향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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