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롯데손보 후순위채 조기상환권, 금융당국은 왜 막았을까지급여력비율 하락 우려, 콜옵션 행사 연기로 일단락
조은아 기자/ 김슬기 기자공개 2025-05-14 14:51:29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4일 14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손해보험이 금융감독원과 정면 충돌했습니다. 일반 사기업이 금융당국과 정면 대결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롯데손보는 왜 이런 갈등을 초래했을까요? 롯데손보의 후순위채 조달과 콜옵션 상환 이슈로 빚어진 일인데요. 더벨에서 해당 이슈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더벨 금융부 조은아, 자본시장부 김슬기입니다
# 사태에 대한 정리
시작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20년 5월 7일 롯데손보는 총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했습니다. 채권 만기일은 2030년 5월 7일이지만 5년 콜옵션이 부여된 만큼, 롯데손보는 2025년 5월 7일 콜옵션을 행사하려고 했습니다. 보통 보험사들은 후순위채권을 발행한 뒤 5년이 지나면 차환발행을 통해 자본구조를 재정비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금감원이 이 조기상환 계획을 허락하지 않았는데요. 롯데손보의 지급여력비율, 즉 킥스비율이 15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보험사의 건전성이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이를 막아야 했다는 건데요. 보험업감독규정상 보험사가 콜옵션을 행사하려면 킥스비율이 상환 이후에 150%를 웃돌아야 합니다.
지난해 말 롯데손보의 킥스비율은 154.6%입니다. 이 상태에서 채권을 조기 상환하면 자본이 빠져나가고 이에 따라 킥스비율이 149.5%로 낮아집니다.
#반발에 재반발, 갈등 격화
금감원이 불승인 결정을 내린 다음 날 롯데손보가 승인 없이 예정대로 조기 상환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롯데손보는 이번 상환은 회사 고유자금인 일반계정 자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계약자 보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갚지 않을 경우 불어나는 이자와 투자자 신뢰 하락 등을 우선 고려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실제 이 채권을 조기상환하지 않으면 금리가 5%에서 6.08%로 오르게 됩니다.
당연히 금융당국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금감원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롯데손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금융업은 고객 자산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필요한 최소 자본을 갖추는 게 기본 조건"이라며 "보험사로서 금융업을 영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수준"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찾자면 무저해지보험에 대한 회계 처리가 있습니다. 롯데손해보험은 다른 보험사보다 무저해지보험 상품의 판매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무저해지보험은 쉽게 말하면 값싼 보험료를 앞세워 판매 실적을 올리기 쉬운 상품이라고 보면 됩니다. 매각을 앞둔 롯데손보가 실적을 단기간에 개선하기에도 좋은 수단이 됐습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무저해지보험 상품에 대한 회계처리 때 일반 보험 상품보다 더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보험사들이 원칙모형과 예외모형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 사실상 원칙모형을 강제했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선 예외모형이 유리하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대부분의 보험사가 원칙모형을 받아들였습니다. 단 한 곳, 롯데손보만 유일하게 예외모형을 적용했습니다. 결국 말을 듣지 않은 롯데손보에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롯데손보 후순위채 발행 제동
실제 롯데손보는 이번 콜옵션 행사를 위해 2월에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했었는데요. 당국이 수요 모집이 완료된 시점에서 롯데손보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습니다.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들이 기재돼 있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는데요. 구체적으로는 2024년 잠정실적이 산출된 시점이었지만 3분기 말 수치만 기재했고 무저해지보험 해지율과 관련해서는 회사에 유리한 예외모형만 기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롯데손보는 발행을 철회했는데 당국의 잠정실적 기재 요구는 이례적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채권 발행과 관련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때 잠정 실적을 쓰지는 않습니다. 또 롯데손보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시기는 당국이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관련 계리적 가정을 어떻게 할지 논의하던 때라 관련해서 구체적인 지침도 없었습니다.
롯데손보가 결국 후순위채를 발행하지 못하면서 킥스비율이 하락했고 이는 다시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 요건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롯데손보는 정상적인 발행이 이뤄졌다면 이번 콜옵션 행사는 문제없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거죠. 보험업계에선 계리 가정 변경 이후 보험사가 시장에 연착륙할 시간을 주지 않고 당국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양상이 오히려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흔히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 증권은 사실상 콜옵션을 행사하는 시기까지를 만기로 봅니다. 또 이번 후순위채는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는데요. 후순위채 900억원 중 600억원이 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개인투자자 역시 후순위채의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투자하는데 사실 조기상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투자한 것입니다.
또한 자본성 증권이 활발하게 발행되고 있는데, 이번 롯데손보의 콜옵션 사태 때문에 관련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IB업계에서는 주로 자본 건전성이 취약한 보험사의 후순위채 발행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롯데손보는 당분간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공모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를 당국이 막으면서 사모 후순위채 발행이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했는데요.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당국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사모 후순위채를 발행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이 이를 받아줄리 없고, 위험을 감수할 주관사도 찾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롯데손보에게 가능한 선택지는
금감원은 롯데손보가 추가적인 자본 확충 계획을 내놓는다면 예외를 인정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습니다. 상환 이후 지급여력비율이 일시적으로 150%를 밑돌더라도 이를 단기간에 회복할 수 있는 합리적 계획이 있다면 승인할 수 있다는 얘기죠.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의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는 사모펀드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해석인데요. 롯데손보의 대주주는 JKL PARTNERS라는 사모펀드입니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유상증자를 하려면 LP로부터 추가 자금을 모집해야 하는데 이 경우, 기존 LP와의 형평성과 펀기의 만기 이슈 등이 복잡해집니다. 자본시장에서는 이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습니다
업계는 롯데손보가 당국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의 충실한 계획을 내놓는 것이 최선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후순위채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면 롯데손보 개별회사를 넘어 보험사 자본성 증권 자체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금감원과 롯데손보가 어떻게 이번 사태를 매듭지을지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파장 역시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롯데손보는 2025년 5월 12일 공문을 통해 900억원 규모 후순위채의 콜옵션 행사를 보류하겠다는 뜻을 한국예탁결제원에 전했습니다. 이후 당국과의 논의를 거쳐 하반기 중 자본확충을 실시한 뒤 콜옵션 행사를 다시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사태의 결말에 대해 더벨에서 계속 보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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