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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리스트 안철수의 추억

민경문 기자공개 2011-11-16 11:40:09

이 기사는 2011년 11월 16일 11: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직업 편력은 화려하다. 의사, 최고경영자(CEO), 대학 교수에 이어 최근에는 유력한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그를 벤처캐피탈리스트로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 2005년 초 안철수연구소 대표직을 사임한 후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수업을 들으며 일했던 곳이 벤처캐피탈이었다. EIR(Entrepreneur in residence), 즉 상주기업가 자격으로 1년 가량을 보냈다. 그로서는 선진 벤처캐피탈 기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던 셈이다.

2007년 설립된 사내 벤처 노리타운스튜디오(옛 고슴도치플러스)는 안 원장의 이 같은 역량이 발휘된 결과물이다. ‘정식' 벤처캐피탈리스트로 나선 것은 아니지만 노리타운스튜디오의 이사회 의장으로 참여하며 경영 전반에 걸쳐 멘토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기 위한 필수 덕목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바로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 기업 경영 이력, 그리고 비즈니스 네트워크다.

아무리 IT분야에 지식이 풍부하더라도 CEO로서 매니지먼트까지 경험한 사람은 국내에 많지 않다. 여기에 자금 조달을 위한 인맥까지 삼박자를 갖춘 이는 더더욱 찾기 어렵다. 안 원장은 미국의 선진 벤처캐피탈이 직원 수는 20명에 그치지만 수조원대 자금 운용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했다.

반대로 국내 벤처캐피탈에 대해선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피투자기업에 자금만 제공하고 향후 엑시트(투자금 회수)에만 신경쓴다고 했다. 매니지먼트를 지원하거나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사후 관리는 미국에 비해 인색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벤처기업 대다수가 중견기업 이상으로 성장 못하고 주저앉게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는 어쩔 수 없지만 멘토로서 벤처 기업가에 조언하는 일은 그가 스스로의 역할로 여겼다. CEO라는 직함을 던지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 것도 이를 위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 과정에서 '전업' 벤처캐피탈리스트를 꿈꾸기도 했던 그다.

재밌는 건 안 원장이 제시한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세 가지 덕목에 본인만큼 부합하는 인물도 없다는 점이다.

그는 전문 지식(백신을 포함한 IT기술·의사자격)을 가지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해 10년 간 CEO로서의 경험도 갈고 닦았다. 설립 초기에는 안철수연구소 역시 벤처캐피탈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적지 않은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러나 정작 벤처캐피탈 업계는 그를 비주류로 평가한다. 제대로 된 투자, 펀딩, 엑시트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채 말만 앞서는 이상주의자라는 것이다. LP의 눈치를 봐가며 수익률 압박에 시달려야 하는 국내 벤처캐피탈 입장에선 그럴 만도 해 보인다.

사실 왜 우리에겐 미국처럼 '스타급'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없을까 하고 고민할 때마다 안 원장을 떠올렸다. 그런 그가 1500억원 대에 이르는 안철수연구소 지분 절반을 기부한다고 한다. 정치권은 이미 안 원장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그가 한국의 빌 게이츠 혹은 워렌 버핏으로 남기를 기대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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