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냄비'식 태양광 투자 너나없이 뛰어들었다가 다시 '싸늘'..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해야
김익환 기자공개 2011-11-18 11:16:48
이 기사는 2011년 11월 18일 11: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양광 산업에 먹구름이 꼈다. 제품 가격이 추락하면서 관련기업 주가가 반토막 나는 것은 물론 투자를 접는 사례까지 나온다.태양광 투자 의지를 굳힌 기업들도 이를 미루거나 공장가동을 멈춰 세웠다. LG화학은 지난 10월 폴리실리콘 공장 투자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폴리실리콘 투자를 발표한 지 불과 넉달만의 결정이다. 현대중공업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기로 했던 175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 계획을 철회했다. LG이노텍은 파주에 건설키로 한 태양전지 양산라인 투자를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양광 시장 침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태양광 시장의 '큰 손'인 유럽이 태양광 제품 소비를 줄였다. 재정위기 탓에 유럽 정부가 태양광 소비자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폐지한 영향이 컸다. 반면 제품 공급은 크게 늘었다.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 태양광업체들이 저가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저가 제품이 시장에 풀리면서 폴리실리콘, 웨이퍼, 셸을 비롯한 태양광 제품가격이 폭락했다.
태양광 시장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투자 백지화 뉴스가 앞으로도 잇따를 전망이다. 기업의 잇단 태양광 투자 철회는 다소 씁쓰레한 뒷맛을 남긴다. 기업의 근시안적 투자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올 초만 해도 기업들은 너나없이 태양광 투자에 뛰어들었다. 코스닥업체부터 대기업까지 태양광 투자는 유행처럼 번져갔다. 기업들은 태양광 투자 배경으로 '밝은 전망'을 꼽았다. 아울러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는 의지도 비슷했다. 하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태양광 시장은 고꾸라졌다. 기업들은 말을 바꿔 시장이 비관적이라 투자를 접는다고 밝힌다.
삼성과 현대중공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은 당초 5대 신수종사업의 하나로 태양전지 사업을 선정했다. 삼성은 계열사를 통해 태양광 수직계열화를 추진한다는 비전도 내놨다. 하지만 태양광 시장이 침체를 겪자 열의는 금세 식었다. 지난 5월에 삼성전자로부터 태양전지 사업을 양도받은 삼성SDI는 태양광 사업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투자비용이 큰데 시장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 까닭에 삼성SDI는 태양광에 대한 추가 투자에 주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태양광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밀었다. 올초에 태양광과 풍력 사업을 전담하는 사업부서를 신설하며 사업추진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시장 침체로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고 야침차게 추진한 미국의 태양광 발전소 건설도 백지화했다.
LG화학도 지난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이 직접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최종적으로 연산 2만톤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부까지 밝혔지만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투자를 연기한다고 태도를 바꿨다. 관련사업 투자여부를 몇 년간 내부적으로 고심하며 저울질 했던 터라 '장고 끝의 악수'를 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업황 전망이 비관적인데 계속 투자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손절매 차원에서 추가 투자를 멈추거나 철회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판단이다. 문제는 기업의 투자 부침이 심하다는 점이다. 업황이 좋을 때는 너나 없이 투자하고 업황이 나쁠 때 투자를 접는 '냄비'식 투자가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한 태양광 업체의 관계자는 "2008년에도 태양광 공급과잉이고 업황이 좋지 않았지만 투자를 미루지 않았다"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보고 투자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산업은 분명 침체기인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현재를 성장통으로 보고 투자의지를 접지 않은 곳도 많다. 근시안적으로 판단하기 보다 장기적 전망과 뚝심을 갖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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