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12월 09일 21: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들의 증시 입성은 '벤처 붐'이 한창이던 2000년을 전후해 이뤄졌다. 현재까지 코스닥 시장에 남아있는 벤처캐피탈 상당수는 이 시기에 상장에 성공했다.벤처캐피탈들이 기업공개를 한 목적은 다양했다. 업계 경력 30년의 벤처캐피탈 대표는 "공모 자금을 토대로 사세를 확장시키려는 곳도 있었지만 대주주 지분 유동화를 위한 경우도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주주의 욕심이 남달랐던 업체는 대부분 구설에 휘말렸다고 한다.
2006년 엠벤처투자(이하 엠벤처)의 홍성혁 대표는 우회상장에 성공한 직후 "상장을 계기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엠벤처의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엠벤처는 상장 이후 승승장구하며 중견 벤처캐피탈로 자리매김했다. 공격적인 해외 투자를 단행한 것은 물론 해외 유한책임투자자(LP)들을 영입, 펀드를 결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최근 회계 부정이 적발되고 홍 대표가 특수관계인을 통해 그린기술투자 인수를 추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엠벤처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엠벤처의 '헛발질'은 공시를 통해 시장에 널리 퍼졌다. 파문이 커지자 홍 대표는 그린기술투자 지분을 포기하고 엠벤처 대표직을 사임했다.
100곳이 넘는 벤처캐피탈들 중 상장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중 제일창투와 넥서스투자는 코스닥에서 퇴출 당했다. 무한투자와 한림창투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상폐를 통보받은 그린기술투자는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이들 업체의 영향력이 미미했던지라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엠벤처의 파급력은 앞서 물의를 빚은 곳들보다 훨씬 크다.
벤처캐피탈을 상장사로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업종의 특성상 꾸준히 실적을 내기 어렵다. 매년 일정 규모의 펀드를 결성·해산하고 수익률을 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다 보니 주가는 액면가 근처를 맴돈다.
2005년에 자진 상폐를 결정한 한국투자파트너스 관계자는 "벤처캐피탈은 비상장 구조가 더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상장사 시절에는 실적 압박 탓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투자 자산을 어쩔 수 없이 매각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벤처캐피탈들은 '상장사 프리미엄'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주가가 맥을 추지 못하니 공모를 통한 자본조달이 여의치 않다. 든든한 '전주'가 있는 대기업이나 금융지주 계열 벤처캐피탈은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기보다 차라리 모회사로부터 차입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벤처캐피탈 업계는 기존의 공공 LP들뿐 아니라 금융회사나 중견·대기업들로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미꾸라지 몇 마리가 물을 흐려놓은 탓에 벤처캐피탈에 대한 출자자들의 인식을 악화시킬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상장사들이 업계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상장된 업체에게 '상장 무용론'을 제시해 봐야 달라질 것도 없다. 하지만 다양한 감시자들이 존재하는 증시에 진출한 이상 업계의 평판을 갉아먹는 미꾸라지가 되진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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