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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글로벌이 제대로 가려면

길진홍 기자공개 2011-12-14 08:28:44

이 기사는 2011년 12월 14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오롱건설의 합병법인 설립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8일 코오롱건설과 코오롱아이넷, 코오롱B&S 등 3사가 합병한 ‘코오롱글로벌'이 출범한다.

코오롱건설은 계열사 흡수합병으로 건설과 무역, 자동차 판매를 겸영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지난달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을 결의했으며 주주들의 반대매수청구권 행사 기한이 1일자로 종료됐다. 12월26일 코오롱아이넷의 주식거래가 정지되며 합병등기를 거쳐, 코오롱글로벌의 신주가 상장된다.

코오롱건설은 계열사간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오롱건설과 코오롱아이넷, 코오롱B&S 등 3사의 부채와 자본을 더하면 2조6500억원(2011년 말 기준 추정치)에 달한다. 합병 직후 매출액도 3조5600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코오롱건설은 코오롱글로벌이 매년 3% 이상 성장해 2015년 매출액이 6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매출이 4조원을 넘고, 영업이익이 15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도 내놨다. 부채비율 축소에 따른 단계적인 신용등급 상향도 예상하고 있다. 또 코오롱글로벌이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이어 그룹의 또다른 성장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올해 초 코오롱상사 출신으로 그룹 구조조정을 이끈 안병덕 전 코오롱인더스트리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하는 등 합병 이후에 대비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이종업체 간의 동거가 영 마땅치 않은 눈치다. 이번 합병이 건설의 부실을 감추기 위한 일시적인 미봉책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여전하다. 특히 합병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상사와 유통, 자동차 판매 그리고 건설 간의 공통분모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그룹 내 잦은 인수합병이 코오롱글로벌에 대한 기대감을 희석시키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2001년 주력부문이던 플리에스터와 새로 진출한 스판덱스 사업 부진으로 사세가 위축되면서 체질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코오롱상사의 분할을 전후해 크고 작은 인수합병이 이뤄졌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을 매각하고 계열사에 지분을 이전했다. 부실기업을 추려 관계사에 넘기고, 다시 떼어냈다. 구조조정은 자산 매각 보다는 주로 내부의 짝짓기를 통해 이뤄졌다.

그러나 성과는 부진했다. 계열사 지분 변동과 합병은 잦았으나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는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코오롱상사는 지난 2001년 F&C코오롱, 코오롱인터내셔날, 코오롱CI(HBC코오롱)등으로 분할됐다. 코오롱상사의 투자부문인 코오롱CI는 분할 과정에서 부채 2618억원을 떠안는다. 기업구조개선을 위한 일종의 '배드 컴퍼니'였다.

코오롱CI는 이듬해 수입차 판매업체인 HBC코오롱을 흡수 합병한다. 부실이 전가된 HBC코오롱이 시장에서 홀로서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비교적 재무구조가 양호한 코오롱글로텍에 흡수되고 만다. 코오롱글로텍은 합병으로 영업이익을 지속적으로 잠식당했다. 그러다 수입차 판매사업 부문은 다시 코오롱B&S라는 법인으로 독립한다. 합병과 분할을 거듭하며 코오롱상사의 부실을 털어낸 것이다.

코오롱상사로부터 우량자산을 가져간 F&C코오롱은 분할 당시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결국엔 코오롱에 합병됐다. 코오롱에서 유화와 패션을 떼어 분할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매출 성장도 구조조정의 성과이기보다는 최근 수년간 유화부문의 호황에 힘입은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F&C코오롱 등 ‘굿 컴퍼니'의 실적 부진은 크고 작은 인수합병이 과거 상사부문 부실을 계열사에 분산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시장에서는 코오롱그룹에 대해 "(계열사를) 나누고 붙이는 데에는 재주가 있으나 그룹 성장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또 어느 순간 경쟁사인 효성에 비해 한 수 아래의 대접을 받게 됐다.

코오롱글로벌이 그룹의 성장 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코오롱건설이 사업경쟁력을 갖고, 지속적으로 영업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주택 비중을 줄이고 관급공사를 늘렸다고는 하나 원가율 상승 부담에 노출돼 있다. 수처리시설 등 환경사업 진출도 이제 걸음마 단계이다. 플랜트 부문도 그룹사 발주 의존도를 줄이고 고난이도 시공을 확보해야 한다. 합병 시너지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설부문 정체는 수년간 흑자 기조를 유지해 온 계열사의 영업이익을 잠식했다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다. 코오롱글로벌이 건설경기 침체라는 외생변수를 딛고 시장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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