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풀린 스팩, ‘애물단지'서 엑시트할까 VC, 스팩 발기인으로 16곳 참여..합병 무산시 타격
민경문 기자공개 2012-01-03 08:16:40
[편집자주]
이 기사는 자본시장 전문 미디어 thebell이 만든 매거진 thebell insight : 2012 Korea Capital Market Outlook 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2012년 01월 03일 08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2개 중 고작 2개. 상장된 스팩 중 합병이 성사된 곳의 수다. 투자자금이 묶인 벤처캐피탈은 하나같이 자본환원율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그래야 스팩을 통한 합병이 활성화 된다는 논리였다. 그들이 원하던 대로 규제가 풀린 지금, 스팩은 '애물단지' 신세에서 '엑시트' 할 수 있을까.금융당국이 자본환원율 규제를 풀기로 하면서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이 2012년에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피합병법인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스팩을 통한 합병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스팩은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이 전부였던 회수 시장에서 새로운 엑시트(exit) 모델로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정작 합병 대상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를 받았다. 벤처캐피탈의 투자 자금은 묶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하나같이 원인으로 지적한 부분이 다름 아닌 자본환원율이었다.
이번 규제 완화로 스팩 합병은 늘어나겠지만 과연 알짜배기 엑시트가 가능할 지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합병 성사가 되더라도 정작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스팩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스팩이 과도하게 난립하고 있는 만큼 자본환원율이 낮아지더라도 딜소싱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VC, 스팩 발기인으로 16곳 참여… 합병 무산시 타격
국내 벤처캐피탈은 비상장기업 지분에 투자해 합병을 기다리는 역할을 넘어서 스팩 설립의 주체로도 나선 상황이다. 상장된 스팩 22곳 가운데 벤처캐피탈이 발기인으로 참여하지 않은 건 여섯 곳에 불과하다. 중복으로 참여한 경우도 다수 있다.
메인 스폰서인 증권사 입장에서는 스팩 공모를 위해 벤처캐피탈의 힘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투자 경험이 많고 산업 분석이 가능한 이들이 합류할 경우 스팩 성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 벤처캐피탈로서도 발기인으로서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에 스팩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스팩의 성적은 신통치가 않다. 22개 상장 스팩 중 합병이 성사된 곳은 2개에 불과하다. 3곳은 승인을 받지 못하거나 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10곳은 아직 합병 대상조차 찾지 못했다. 이트레이드SBI스팩은 시장 침체속에서 결국 자진 청산을 결정하기도 했다. 스팩 1호인 대우그린코리아의 경우 청산일까지 잔여기간이 14개월(2011년 12월 기준) 정도 남았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청산일까지 남은 시간이 충분한 만큼 딜소싱을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스팩 합병의 사례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HMC스팩의 경우 가장 먼저 자동차 부품업체인 화신정공과 합병에 성공했지만 정작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썬텔의 경우 대신스팩과 무리한 합병을 시도하면서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합병이 진행중인 대상 기업 대다수가 '굴뚝 업체'라는 점은 신성장기업을 타깃으로 한 당초 스팩의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합병이 최종 성사되지 않을 경우 벤처캐피탈을 포함한 발기인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공모 주주들은 스팩 청산시 공모 투자금에다 이자를 얹어 돌려받을 수 있지만 발기인은 납입 금액 대부분을 날리게 된다. 무엇보다 합병 무산에 따른 평판 악화를 감내해야 한다. 대우스팩과 한화스팩의 경우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와 박성호 SV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수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성사율 높아지겠지만… 무분별한 우회상장 우려
벤처캐피탈을 포함한 스팩업계는 그동안 꾸준히 자본환원율 규제의 완화를 금융당국에 건의해 왔다. 스폰서 및 경영진이 비상장기업 평가에 대한 전문성이 있으며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합병 비율의 적정성이 평가받는 만큼 일반 우회상장과는 차별을 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받아들여 금융위원회는 스팩 도입 2년 만에 개선안을 마련키로 했다. ▲비상장기업 가치평가에 대한 자율성 보장 ▲증권사에 대한 책임강화 등을 중심으로 증권의 발행 및 공시에 관한 규정(증발공)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개선안은 이르면 2011년 말을 전후로 확정될 전망이다.
자본환원율은 비상장기업의 가치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지표다. 예를 들어 연간 10억원을 버는 기업의 미래 수익가치를 산정할 때 자본환원율이 10%라면 기업가치는 100억원(10억원/10%)이다. 이 때 자본환원율을 5%로 낮추면 기업가치는 200억원(10억원/5%)으로 커진다.
이렇게 될 경우 해당 기업의 오너로서는 합병 이후 더 많은 지분을 가져갈 수 있다. 당연히 이전보다 스팩을 통한 합병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공모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합병 지분의 몫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잘못된 우회상장을 막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규제를 도입한 것이 자본환원율"이라며 "이를 자율화하는 것인 만큼 합병 성사율을 높이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스팩이 성공했는지를 판단하려면 합병 자체가 아니라 해당 주가를 장기적으로 봐야한다"며 "합병 이후에도 주가가 당초 공모가격을 밑돈다면 이는 사실상 실패한 스팩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자본환원율 규제를 받아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받은 기업조차도 합병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 8월 증시에 데뷔한 화신정공(HMC스팩과 합병)의 주가가 공모가(2000원)보다 25% 떨어진 1500원대를 기록(2011년 11월14일 현재)하고 있다. 자본환원율 규제를 풀 경우(피합병기업 가치 상승) 주가는 더 떨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자본환원율이 낮아지면 '불량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에 무분별하게 입성할 위험이 있다. '보호장치'가 사라지는 만큼 기존 우회상장과 큰 차이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대주주의 배임과 횡령 우려가 스팩주에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고스란히 스팩 공모에 참여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리스크로 이어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스팩이 벤처캐피탈의 엑시트 수단만으로 전락돼서는 안 된다"며 "자본환원율 자율화가 투자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는 만큼 거래소 등에서 상장 승인 요건을 엄격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연 자본환원율이 문제였을까
스팩이 그동안 피합병대상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은 이유가 단지 자본환원율 때문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수요(매물)는 한정돼 있는데 공급(스팩)이 너무 많다는 점을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한다. 스팩이 필요 이상으로 난립하다보니 처음부터 딜소싱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스팩 관계자는 "벤처캐피탈 입장에서 스팩은 말그대로 '대안투자'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제도 도입 때부터 너무나 많은 증권사가 달려들다 보니 순식간에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이 되버렸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열풍은 도입 초기 자산가치라고는 현금 밖에 없는 일부 스팩의 주가가 급등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한 스팩 관계자는 "공모가보다 높은 수준에서 스팩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향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더라도 원금 회수가 어렵다"며 "당연히 이는 무리한 합병 추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가치 적용을 통한 피합병법인의 가치 하락 역시 스팩 합병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비상장법인의 가치산정은 본질가치 50%(자산가치 20%, 수익가치 30%)와 상대가치(유사 상장법인 3개사 이상 비교) 50%로 이뤄진다. 자본환원율이 적용되는 수익가치보다 사실상 상대가치의 비중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얘기다.
비교대상이 되는 유사업종 기업에는 대형 자산주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팩 타깃인 신성장기업의 경우 자산 규모가 작은 만큼 결과적으로 상대가치에서 할인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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