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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 회계장부 안보여준 이유 따로 있나 '소수주주권' 무시 소송까지 번져..쉰들러의 과도한 요구 지적도

문병선 기자/ 김장환 기자공개 2012-01-04 12:54:05

이 기사는 2012년 01월 04일 12: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문제될 게 없다면 왜 보여주지 못하는 것일까."

스위스 쉰들러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법원에 '회계장부열람소송'을 제기하자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문이다. 정당한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열람 청구를 거부하고 소송을 감수하면서까지 장부를 보여주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는지가 요지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굴지의 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코스닥 일부 경영권 불안 기업들이나 제기당하곤 하던 회계장부열람소송에 피소되자 소송으로 확전되기 이전 왜 회사측이 회계장부를 보여주지 않아 소(訴)제기의 원인을 제공했는지 그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른 이유가 있다면 그 자체로 이슈이고, 그렇지 않다면 왜 보여주지 않았는지 정당한 이유가 궁금해 생기는 관심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재 별다른 대응을 하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피소의 배경에 대해서도 정확히 밝히지 않아 의문만 커지는 형국이다.

먼저 현대엘리베이터는 쉰들러의 회계장부 열람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는 게 일반적 평이다. 쉰들러는 매분기 공시되는 '현대상선 지분 투자 관련 파생상품 계약 내용과 이에 수반된 회계 장부'를 따로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말 그대로 이는 매분기 보고서를 통해 공시되고 있다. 지난 해 3분기 보고서 주석란을 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케이프포춘(Cape Fortune B.V)과 맺은 현대상선 주식옵션 계약으로 440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또 넥스젠캐피탈 등과 맺은 현대상선 주식스왑 관련 1549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정산 방식(평가 방식) 역시 그동안 여러차례 공시를 통해 밝혔다. 지난해(2011년) 3분기말에는 6279억원의 매출(누적)을 올렸으나 당기손실은 2016억원으로 전년(2162억원 이익) 대비 적자전환했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이유는 금융비용(2429억원)으로, 이런 현대상선 지분 투자 관련 파생상품 계약이 손실로 연결됐다.

따라서 이런 '뻔한' 자료를 쉰들러측에 따로 제공한다고 해서 문제될 게 없는데도 공개를 하지 않았던 셈이다.

순순히 쉰들러측의 입장을 백분 받아들여 보자면 공시에서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파생상품 계약이 있고 또 다른 파생상품 회계처리가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을 추론해 볼 수 있다. 100% 추측이지만 소송까지 갔고 이런 의구심이 해소되지 못해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의 의문은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얼추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이유로는 현대그룹의 '방어본능'이 거론된다. 회계장부를 보여주더라도 큰 문제가 없는데도 왠지 쉰들러의 정체가 거슬려 보여주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쉰들러는 최초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인수할 때 KCC로부터 지분을 인수했다. KCC는 현대엘리베이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하다가 실패한 기업이다. 현대그룹 입장에서 쉰들러가 KCC와 모종의 계약을 했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었고 그래서 늘 '눈엣가시'처럼 거슬렸다는 것이다. 회계장부를 보여주더라도 별게 없는데도 상대방 의도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일단 대립각을 세운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아울러 경쟁 기업에 회사 기밀을 유출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쉰들러그룹은 세계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현대엘리베이터와 경쟁하는 스위스 회사다. 자체 추산 엘리베이터 시장 세계 2위, 에스컬레이터 시장 세계 1위 업체다. 이런 기업에게 회사 기밀 중 기밀로 분류되는 회계장부를 열람케 하는 일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이유라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주 정책'이 문제가 될 수 있다. 3% 남짓의 지분을 가진 주주도 아닌 무려 35%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회계장부를 열람하겠다는 것을 거부했고 소송까지 가게된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주주 홀대'로 받아들여질 법하기 때문이다. 법적 권한은 그 의도가 무엇이든지 일단 보호받아야 하는데도 이를 무시했고 결국 소송 부담을 지게 됐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는 한상호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그는 LG상사 등을 거친 LG맨이다. 쉰들러가 회계장부 열람을 청구한 직후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현대엘리베이터측의 태도는 이런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는데 일조한다. 한 관계자는 "소송은 개인적으로 진행되는 법적 행위이지만 동시에 공개를 감수한 행위이기도 하다"며 "이미 소송이라는 구체적 법률 행위가 진행되는데도 현대엘리베이터측은 다른 회사 일처럼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쉰들러가 소수주주권의 범위를 벗어난 무리한 요구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소송 과정에서 이런 의문들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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