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1월 19일 19: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발행 제도 개선의 핵심인 기업실사 모범규준 적용 시점과 여부를 두고 적잖은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실사가 의무화되는 채권이 2월1일 이후 발행분이냐, 신고서 제출분이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데 발행일 기준도, 신고서 제출일 기준도 아닌 기업실사 개시일이 기준이다.

주무 기관인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2월 이후에 듀 딜리전스(Due Diligence)를 실시할 경우 모범규준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는 해석을 내렸다. 해석에 따르면 2월 1일 이후에 신고서를 제출하거나 발행을 하더라도 1월 중 기업실사를 했다면 모범규준을 따를 필요가 없다.

사실상 2월 이후 대표주관 계약을 체결하는 회사채 발행이 모범규준대로 실사를 시행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적어도 내달말 즈음이나 바뀐 제도 하에서의 이루어진 기업실사의 결과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 2월 신고서 제출분도 무조건 대상 아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내달부터 기업실사를 진행하는 경우 모범규준에 따라 시행하면 된다"며 "IB들의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이 1월말까지 갈 수도 있어 신고서 제출일이나 발행일 기준으로 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모범규준 적용 회피를 위해 의도적으로 1월 안으로 기업실사를 앞당길 소지도 생긴다. 현재 2월 회사채 발행 예정 기업은 현대파워텍(1월), 한국금융지주(3일), 현대상선(6일), CJ프레시웨이(6일), 이마트(6일), 한화케미칼(7일), 효성(7일), 현대하이스코(8일), 대한항공(8일) 등이다. 제도 개선 후 기업실사가 발행일 기준 15일~20일 전에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은 사실상 모범규준을 따르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부일정을 세우지 않은 채 수요조사에 나선 기업들도 최대한 발행을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 SK해운(잠정 연기), 코오롱인더스트리(2월초), 현대위아(2월중)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범규준이 아니더라도 기업실사를 해야 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큰 부작용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만약 실사 일정을 의도적으로 조정하더라도 이러한 관행이 오래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의도적 일정 조정, 수급 흐트릴 수도

하지만 시장에서는 제도의 효과를 높이려면 적용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도 도입 초기부터 파고들 허점을 만들어 두면 단기적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발행시점 조정으로 인한 물량 쏠림 현상 등 시장 수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제도의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