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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대우건설 띄우기 본격 가동 우발채무 축소·자산매각·해외사업 강화...건설경기 침체가 변수

이효범 기자공개 2012-02-28 12:05:21

이 기사는 2012년 02월 28일 12: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기업가치 높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우선으로 골칫거리인 PF 우발채무를 대대적으로 해소하기로 하는 등 재무구조 정비작업에 착수했다.

여신한도를 확대하고 해외사업에 대한 금융주선에 나서는 등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계획을 짜놓고 있다. 특히 중요한 사업의 경우 금융주선, 투자 뿐 아니라 리스크관리까지 병행할 정도로 밀착관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우건설이 가까운 시일 내에 새 주인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단 재무 및 사업 구조조정이 실효성있는 성과를 낼 지 미지수다. 성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 두고 봐야 한다. 유로존 위기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외 건설산업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실적개선과 주가상승을 기대하기는 아직 무리라는 지적이다.

◇대우건설 지급보증 없애 회계상 우발채무 감축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금융지원은 부채(우발채무 포함) 축소와 여신한도 확대, 해외사업 지원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PF 우발채무 중에서 약 1조 원 정도를 재구조화해 대우건설의 지급보증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내달 초까지 4259억원의 대우건설 PF우발채무를 유동화할 계획이다. 다수 사업장의 PF 대출채권을 하나로 묶어(pooling) 이를 기초로 선순위/후순위 ABCP를 발행한다. 선순위 ABCP에 대해서는 시공사의 지급보증을 빼고 은행이 매입약정과 신용보강을 제공한다. 후순위 ABCP에 대해서만 시공사인 대우건설의 지급보증이 남게 된다.

일반적인 PF-ABCP의 경우 단일 사업장 현금흐름(분양대금)에 기초해 발행된다. 그러나 이런 구조로는 지급보증 약정 해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분양률이 뛰어나더라도 대주가 기존에 맺은 연대보증 약정을 해지하려 하지 않을 뿐더러 차환을 할 경우에도 역시 금융회사가 시공사 보증을 요구한다.

산업은행과 대우건설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F사업장 6곳을 한데 묶었다. 김포 한강신도시(대출원금 470억원), 마포 2-10(650억원), 울산 우정(210억원), 울산 신정(1672억원), 분당 정자동(607억원), 인천시 송도OK센터(650억원) 등이 그 대상이다. 총 사업규모는 1조7469억원에 이르고 지난해 11월말 현재 평균분양률 50.4%에 분양대금채권이 8797억원에 이른다. 미분양 금액은 8671억원인데 매각을 통해 회수에 나설 전망이다.

금융구조는 이렇다. 우선 산업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이 매입보장약정과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통합SPC(디더블유에포크)에서 선순위 ABCP를 발행해 3204억원을 조달하고 이는 정산SPC(씨에이치에포크)를 거쳐 각 사업장에 대출된다.또 이와 별도로 각 사업장별 SPC는 별도의 AB CP를 발행해 1055억원을 조달한다. 현대증권 한화증권 신영증권이 매입보장약정을 맺고 대우건설이 지급보증을 선다.

ABCP의 궁극적인 상환재원은 6개 사업장에서 발생한 분양수익과 미분양 매각대금이다. 다만 통합SPC에서 발행한 ABCP 상환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지고(1종 수익분배청구권) 나서야 각 사업장별 SPC가 발행한 ABCP 상환이 가능하다(2종 수익분배청구권).

선순위대출에 대한 대우건설의 지급보증은 선순위 수익권과 이를 보장하는 몇 가지 장치로 대체했다. 선순위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대우건설은 시공비를 반환해야 하고, 후순위 대출의 이자비용도 선순위수익권자에게 반환해야 한다. 이때 후순위대출의 이자비용은 ABCP를 차환발행해서 조달하는데 여기에 대우건설이 어음보증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대출원금이 상환되지 못했을 경우 분양대금을 반납하는 등의 신용보강장치로 대우건설의 지급보증을 뺐다.

에포크발행구조도
출처: NICE신용평가

산업은행과 대우건설은 선순위 ABCP 3204억원에 대해 대우건설의 지급보증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우발채무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시공비 반환의무 등의 부담이 남아 있지만 채무인수나 지급보증이 아니기 때문에 IFRS의 우발채무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이다. PF우발채무가 4259억원에서 1055억원으로 급감하게 되는 셈이다.

산업은행은 2차로 6000억~7000억원 가량의 PF우발채무에 대해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유동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산업은행은 또 대우건설에 저금리(4%~5%)에 기업금융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대우건설에게 제공하는 여신한도를 5460억원으로 책정했다. 차입금한도는 2000억원이며 수출입금융이 2883억원, 이행성 보증이 577억원으로 각각 잡혀 있다. 이 자금은 대우건설의 기자재 구매시 신용장(L/C)라인 확보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마이너스 통장 개념으로 5460억원의 여유자금을 시중보다 싼 금리에 지원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을 도와 지난해 대한통운(8862억), 서울외곽순환도로(1270억), 대우엔텍(611억), 금호타이어(326억)등을 매각했다. 올해도 GK해상도로(1868억), 베트남 대하호텔(1084억), 중국 계림호텔(262억), 제3경인고속도로(247억) 등의 비핵심자산을 처분할 계획이다. 매각대금은 대우건설의 차입금 상환에 쓰인다. 부채비율은 연내 15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밖에 대우건설 내에 별도의 리스크관리위원회를 두고 부실 사업장을 관리 하고 있다. 악성으로 꼽히는 천안비지니스센터 사업과 울산 신정동 사업장 등의 향후 처리 방안 등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사업에서 현금 창출...금융지원 강화

대우건설은 올해 해외사업을 강화해 현금을 창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은 지분투자와 PF 대출 등을 검토 중이다. 오일과 가스 관련 설계가 주력인 엔지니어링 업체 인수도 추진한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이 출자한 베트남 떠이호떠이(THT)신도시사업에 2억 달러 규모의 PF 대출을 검토 중이다. 산업은행은 아시아계 은행과 대주단을 구성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베트남 하노이 떠이호떠이 신도시 개발사업은 하노이 도심에서 6㎞ 떨어진 부지에 주택, 호텔, 정부청사, 오페라하우스, 종합병원, 국제학교를 조성하는 등 베트남 핵심 도시를 건설하는 총 26억불 규모의 사업이다.

이 사업은 사업인허가 지연과 정치적 이슈 등이 불거지면서 진척을 보지 못했다. 대우건설은 자금 조달이 완료 되면 토지 보상을 거쳐 올 상반기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자금 지원에 나설 경우 베트남 정부로부터 신뢰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산업은행은 또 대우건설의 해외 민자발전사업에 금융을 지원해 수주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 크로아티아 발전사업에 금융지원을 검토 중 이다. 해외 업체와 PFV를 구성할 계획으로 산업은행이 일부 지분을 투자한다.

이 밖에도 칠레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발전사업을 추진 중이다. 산업은행은 칠레와 남아공에서 진행 중인 발전사업에 대우건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입찰참여를 협의 하고 있다.

해외민자발전사업 수주를 위해서는 건설사의 시공노하우와 금융 및 주기기업체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해외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발전소를 완공할 수 있는 시공력, 저금리의 자금 조달력, 주기기 업체와 관계를 통해 단가를 인하할 수 있는 경쟁력 등이 사업수주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우건설과 산업은행이 해외민자발전사업에 주력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중남미의 경우 최근 몇 년간 경제 성장으로 전력수요가 증가했다. 2000년 중반까지 발전시설 구축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중남미의 주력산업인 광산업이 활개를 띠면서 전력 수요가 증가추세에 있다.

◇ "대우건설이 살아야 산업은행도 잘 된다"

산업은행이 이처럼 대우건설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재무건전성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대우건설과 산업은행 시너지 효과가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국내 SOC 사업에 이어 해외 신규사업으로 성과가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우건설과 산업은행이 시너지를 낸 사업은 총 4건(국내)으로 1조 6890억원 규모다. 올해 대우건설과 산업은행이 추진 중인 시너지 프로젝트는 국내 9건과 해외 3건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KDB시너지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과 한 배를 타고 가는 입장에서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향후 투자금 회수까지 생각해보면 대우건설이 잘되는 길이 산업은행에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지분을 사들일 때부터 경영정상화 이후 다시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해 왔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지분을 매입한 가격은 유상증자 이후 1만 5000원 수준이다.

그러나 조기 재매각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시장 관계자는 "단기간 내 재무구조가 개선되더라도 시장 환경이 받쳐줘야만 지분매각이 가능할 것"이라며 "외생변수 등을 고려할 때 수조원대 매물을 인수할 원매자가 나타나는 데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을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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