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4월 10일 1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기업의 생태계는 유한책임투자자(LP)와 무한책임투자자(GP)에게 전적으로 달려있다. LP가 벤처기업에게 충분한 재원을 공급해 주고, GP는 이를 바탕으로 벤처 인프라 구축에 나설 때 벤처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그러나 최근 LP와 GP는 관리보수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생태계의 조화가 깨진 것이다.
정책금융공사는 지난해 신성장동력산업 육성펀드의 관리보수율을 투자기간 중 미투자 잔액의 0.8%, 투자자산 잔액의 1.3%로 정했다. 앞서 출자한 1400억원 규모의 한일부품소재기업 상생펀드의 보수율 보다 각각 0.4%포인트, 0.5%포인트 낮춘 것이다. 성과보수율을 높였다. 대신 내부수익률(IRR)을 넘을 경우 '초과수익의 20%이하' 이던 성과보수를 '초과수익의 30%이하'로 올렸다.
성과보수율을 높여 GP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게 정책금융공사를 비롯한 대부분 LP들이 밝힌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의 속내는 따로 있다. 지나치게 오른 관리보수 부담을 줄이고 싶었던 것이다. LP의 출자규모가 수천억원대에 이르면서 매년 GP에게 지급해야 하는 관리보수만 100억원대를 넘어섰다. 국내 LP 대부분이 정책금융공사, 한국벤처투자와 같은 공기업 혹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으로 구성돼 있어 관리보수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된다. 관리보수율을 높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GP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자금회수 시장이 경색된 가운데 주 수익원인 관리보수가 줄어드는 것은 수익성 저하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성과보수를 높여 준다지만 이를 제대로 받아내기란 쉽지 않다. IRR 8%를 가정할 경우 7년간 약정액의 2배 이상을 불려야 가능한 수준이다. 규모가 있는 GP가 아니고서는 어려운 목표다.
GP는 홍콩과 미국 등 벤처캐피탈이 활성화 돼 있는 나라의 경우 관리보수율이 2.0%대라는 점을 예로 들어 우리나라 관리보수가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한다. 1% 중반대에 머무는 관리보수율을 2%대로 끌어올려야 심사역을 뽑아 양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LP는 민간자금이 넘쳐나는 해외시장과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반박한다.
서로 입장을 내세우며 LP와 GP가 샅바싸움을 계속 한다면 벤처기업의 투자환경은 좋아질 날을 기약하기 어렵다. 특히 인큐베이팅, 마케팅, 자금 조달능력이 걸음마 수준인 초기기업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관리보수가 줄어들게 되면 초기기업 투자조합을 가진 GP로서는 조합 운용이 버거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LP는 관리보수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GP가 좋은 트랙레코드(track record)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벤처시장이 활성화된 지 이제 10년, LP가 요구하는 좋은 성적표를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벤처생태계를 이끌어가는 주체로서 LP와 GP의 발전적인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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