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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 '무한 잠재력'…금융과 결합 중요" 이복남 한국건설산업硏 연구위원 "정부, 주력 수출상품 육성해야"

길진홍 기자공개 2012-04-26 15:14:45

이 기사는 2012년 04월 26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건설의 높은 성장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금융권이 건설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정부가 법과 제도를 글로벌시장과 호환성을 갖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사진)은 26일 머니투데이 더벨이 '해외 건설사업 강화를 위한 금융과 보증의 역할'을 주제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서 개최한 '2012 건설금융 포럼' 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 연구위원은 '한국건설의 미래와 해외 건설시장'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건설은 1961년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 착수를 시작으로 압축 성장해 검증된 실적, 살아있는 기술과 경험 가치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건설업계는 65만명 이상의 건설기술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4만 명의 신규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그는 "일반적으로 유럽과 미국 건설업체의 경우 개인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지만 국내 건설업체의 경우 해당 사업에 대한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뭉쳐 있다"며 "한국건설의 잠재력이 금융과 결합한다면 해외 건설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건설의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와 금융권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과거 우리 정부는 자동차, 조선 등을 국가 전략사업으로 집중 육성했으나 건설은 한번도 지원 대상이 된 적이 없다"며 "한국건설을 국가 주력 수출 상품으로 선정해 법과 제도, 거래체계 등의 생산구조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권도 대출을 단순한 자금지원이 아닌 투자라고 생각하고 건설업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건설 전문가들을 조직 내에 배치해 수익성 분석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그래야만 건설과 금융이 상생 해 새로운 수익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매년 경제 규모가 커지고 있는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등에서 금융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성장으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지만 자본이 취약해 건설과 금융이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의 사업 기회가 늘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또 해외 건설사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도급사업을 지양하고 개발과 건설, 운영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별화 된 전략으로 금융권과 융합해 투자개발형(PPP 포함)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업자(contractor)에서 사업가(entreprenuer)로 변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역할을 분담해 해외사업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지분이나 대규 모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은 대형 건설사가, 도급사업이 중심인 완성 상품군 중견 건설사가, 인력 장비가 핵심인 공사기술 확보는 소형 건설사가 분담해 공종별로 전문화된 브랜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발표 전문

주변 사람들이 제가 이런 자리에 나오면 쓴 소리를 잘한다고 한다. 주제 발표에 앞서 건설사업과 연관된 금융거래에 ‘금융 지원'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금융투자'라고 봐야 옳다. 건설금융은 일종의 수익이 발생하는 투자거래다.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갖고 있는 장점이 상당히 많다. 일반적으로 유럽과 미국 건설업체의 경우 개인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일본 기업은 조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국내 건설업체의 경우 해당 사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그런 면에서 한국건설의 잠재력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해외 건설시장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건설과 금융이 시너지를 발휘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매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 열린다. 최근 다보스포럼의 화두는 신민주주의, 신자본주의, 지속 가능한 성장, 사회 통합 안정 모델 등이다. 건설업도 새로운 사업 모델이 필요하다. 새로 판을 짜야 한다. 사고의 틀을 과거의 연속성이 아니라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데 맞출 필요가 있다.

세계경제는 아시아·태평양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경제 변수 중 하나로 블랙스완(Black Swan)을 꼽을 수 있다. 현실화될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고유가 지속과 북한 핵 문제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작년 3월 일본에서 터진 후꾸시마 지진의 경우 해일과 원전이 동반될 가능성이 경분의 일이다. 그게 실제로 일어났다. 그야말로 우리 상상 속에 존재하던 많은 일이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경제 트렌드의 변화가 한국건설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먼저 건설산업에 대한 본질을 다시 인식해야 한다. 건설산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펙트럼에 경계가 없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지만 창조를 통해 산업을 형성했다.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동안 건설업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적이 있다. 학생들은 건설업체를 설계와 시공하는 회사, 국가 이미지를 창조하는 회사, 사회기반시설을 만드는 회사로 바라보고 있다. 건설산업은 생활공학이다. 처음부터 만들어진 것이 있었겠나. 만들어가는 것이다. 건설업계도 금융과 적절한 융합이 동반된다면 새로운 사업모델을 창출 할 수 있다.

흔히 건설시장의 수주물량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대형 국책 건설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국민들이 많다. 과거 우리는 별로 잃을 게 없었다. 끼니를 해결하는 게 중요했던 시절이다. 국민소득이 향상되면서 는 배고픔보다 '배 아픈 것'이 중요해졌다. 그러다보니 국가가 어떤 특정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데 국민들이 거부감을 갖는다.

건설업계가 내수시장에서 딜레마에 빠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이런저런 이유로 지원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제는 민간이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민간시장을 움직이는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극복해야 한다.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현실은 녹록치 않다. 대형 건설사들은 지금 소화력에 문제가 생겼다. 금융 시스템이 낙후돼 있고, 시장을 이해하는 글로벌 전문가도 부족하다. 반면 중소 건설사들은 일감이 없다.

한국건설의 잠재력을 끌어낸다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국내 건설사들은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다. 지난 1961년도 경제개발5개년계획 착수 이후에 공장, 전력, 도로, 항만 등에 집중적인 투자가 일어났다. 그 때는 외국기술을 어깨 너머로 배웠다. 1970년부터 국산화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상당한 시공능력을 갖췄다. 이제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 신흥국들이 부러워하는 게 이 부분이다. 사업에 대한 충성도 역시 높다.

방법적인 측면에서는 해외 건설시장에 대한 접근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건설사업 민감도 분석을 해보니까 시장의 성장성 보다는 플랜트 업종과 유가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포트폴리오가 취약하다는 얘기이다. 수주지역이 중동과 북아프리카, 아시아 등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공종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금융과의 시너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신흥국시장에 금융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인건비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으로 밀어붙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금융과 매니지먼트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

특히 아시아,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이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신흥 시장에서 금융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해질 것이다. 이런 나라들은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지만 자본이 취약한 곳이다. 한국 건설업체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해외 건설사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개발과 운영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또 대규모 지분투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금융과 보증을 결합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지원도 필요하다. 과거 우리 정부는 자동차, 조선 등을 국가 전략사업으로 집중 육성했다. 건설은 지원 대상이 된 적이 없다. 과거를 돌이겨 보면 건설도 중요한 국가사업이 될 수 있다.

금융권도 자금지원을 투자라고 생각하고 건설 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건설 전문가들을 조직 내에 배치해 수익성 분석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건설과 금융이 상생 해 새로운 수익기반을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충분히 그런 능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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