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5월 30일 09: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빅창업투자 경영권 분쟁의 후폭풍이 글로벌콘텐츠펀드를 직격했다. 소빅은 글로벌콘텐츠펀드의 대표펀드매니저를 맡던 박현태 전 대표가 경영권 사수에 실패한 뒤 회사를 떠남에 따라 핵심운용인력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소빅과 유한책임투자자(LP)들은 대표펀드매니저 변경 작업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LP들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 처해 있어 누구 하나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한국벤처투자조차 "대표펀드매니저 변경과 관련, 소빅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보고받은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 핵심운용인력 이탈 한달 지났는데도 "감감 무소식"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권을 잃게 된 박현태 전 대표와 이병우 전무는 지난 2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최대주주인 유니온테크측은 박 전 대표와 이 전무 등의 우호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협의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고 대립각을 세운 까닭이다.

유니온테크와 김영돈 대표측은 회사의 경영진이 새로 구성된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정확한 실사 이후 적정한 기업가치를 파악해야 주당 인수가격 등을 정할 수 있는 만큼 의사결정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박 전 대표와 이 전무가 핵심운용인력으로 등재돼 있던 펀드들이 정상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지의 여부다. 박 전 대표는 1236억원 규모의 '소빅글로벌콘텐츠투자조합'은 물론 '소빅다양성영화투자조합(40억원)'의 대표펀드매니저다. 이 전무는 200억원짜리 '소빅콘텐츠전문투자조합'과 150억원 규모의 '소빅영상전문투자조합'을 맡아 왔다.

통상 대표펀드매니저를 비롯한 핵심운용인력이 회사를 떠나거나 더이상 펀드를 운용할수 없게될 경우 무한책임사원(GP)은 즉시 이를 LP들에게 통보하고 변경 절차에 나서야 한다. LP 입장에서는 핵심운용인력이 제시한 운용 계획과 이들의 트랙 레코드(track-rocord)를 믿고 출자했기 때문이다.

핵심운용인력 이탈이 발생한 다른 벤처캐피탈의 사례에 비추어보면 LP들은 소빅에게 페널티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펀드의 조기 해산이 가능하지만 관리보수를 삭감 차원에서 징계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

소빅은 박 전 대표와 이 전무가 퇴사 의사를 밝힌지 만 1개월이 다 된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 김영돈 소빅 대표는 "조만간 이들의 퇴사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핵심운용인력 변경과 관련해서는 "아무 것도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동상이몽' 꾸고 있는 글로벌펀드 LP들

글로벌펀드의 LP들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배경에는 이들의 출자 목적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까닭에 당초 제안한 핵심운용인력이 변경됐으니 페널티를 부과해야한다는 의견과 투자 집행만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현재 상태로도 별 문제 없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소빅 글로벌콘텐츠펀드에는 한국벤처투자 외에 영화 배급사인 CJ E&M과 롯데쇼핑(롯데시네마),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와 MBN 등이 LP로 참여했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루트원 필름(Route One Films)이 225억원을 출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위탁 받아 글로벌펀드에 400억원을 출자한 한국벤처투자는 자금 집행의 투명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페널티를 줄 수 있다는 방침이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핵심운용인력의 이탈이 발생해 상당히 당혹스럽다"면서 "현재 문화부와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LP들과 협의해 올해 관리보수 약 20억원 중 일부를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CJ E&M과 채널A 등 일부 민간 LP들은 핵심운용인력 변경 여부에 개의치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들이 제작하려는 콘텐츠에 투자만 잘 집행된다면 누가 펀드를 운용하는지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일 합작영화인 '설국열차'에 소빅 글로벌펀드로부터 60억~70억원 규모의 제작비 조달을 추진 중인 CJ E&M의 경우 펀드가 조기 해산된다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불문에 부치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 역시 드라마 제작비 조달에 난항을 겪을수 있다는 이유로 사태의 확산을 경계할 가능성이 높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개별 LP들이 출자한 금액은 100억~200억원에 불과하지만 문화부 등의 자금과 매칭돼 상당한 레버리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며 "콘텐츠 업계 관행상 배급사나 종편 채널이 출자한 펀드는 LP들의 이해관계와 부합하는 쪽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이해당사자들의 뜻에 따라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취지로 글로벌펀드에 400억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문화부가 민간 LP들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