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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의 4조 차명주식이 사라진 까닭은 "선대회장 상속 주식 아니다" 이건희측의 깜짝 주장..사실관계 열띤 공방

문병선 기자공개 2012-06-04 16:44:46

이 기사는 2012년 06월 04일 16: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가의 상속소송을 어깨너머로 주시하고 있는 국내 대형 로펌 한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결과를 예견해 달라는 질문에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깜짝 주장'이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이고,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차명주식 문제만을 다루는 민사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사실관계를 증빙하는 과정이 필연적인데, 서로 자신의 권리를 뺏기지 않으려는 과정에서 새로운 팩트를 내놓을 개연성이 크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예상대로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원고측의 깜짝 주장이 나온게 아니라 피고측의 깜짝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열린 1차 심리에서다. 방어에 나선 피고(이건희)측 변호인은 "원고가 인도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목적물은 없다"고 단언했다. 원고측은 선대 회장이 물려준 삼성전자 주식은 이미 처분했고 차명으로 보유하던 225만여주는 별도로 사뒀던 주식이므로 분배 협의 대상물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이 주장은 '이건희 차명주식=이병철 상속재산'이라는 일반의 상식을 뒤집는 전혀 다른 주장이었다.

이건희측 변호인단은 법무법인 세종·원·태평양 등 3개 로펌의 변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쟁쟁한 변호사들이 모여 만든 논리의 빼대는 이렇다.

"이병철은 1977년부터 1987년까지 약 10여년간 이건희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동시에 차명주식도 함께 승계했다. 이건희에게만 단독 상속한 재산이다. 그리고 이병철이 이건희에게 단독 상속한 '차명주식'을 이건희는 여러번 매매(80~90년대)를 했다. 그 주식은 없어졌다. 지금은 갖고 있지 않다. 원고측은 이건희 개인 재산을 공동상속재산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2008년말·2009년초 실명전환 '미스테리'

이건희가 실명전환한 주식은 이병철이 남긴 차명주식이었나. 아니면 이건희가 자기자금으로 독자적으로 확보해 관리하던 주식이었나. 결국 이 질문의 답을 찾는게 이번 소송의 두번째 쟁점으로 부각됐다. 만일 원고측의 소송 이유가 미약하다면 소송은 '기각' 또는 '각하'된다. 또 하나의 쟁점인 '제척기간의 도과여부'를 따져보기도 전에 소송의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서로의 논리를 입증하기 위한 여러 증거가 제출될 가능성이 크고 하나의 증거물을 둘러싼 양측의 열띤 사실관계 규명 작업이 예상된다. 피고측 주장 대로라면 특검 조사 결과 4조원대 이병철 차명주식으로 알려졌던 주식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게 돼 원고측의 입증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실관계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이건희가 실명전환한 주식 내역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건희는 대외 기록에 의하면 모두 세차례 차명주식을 실명전환 했다. 1999년 삼성자동차 처리 방침을 발표하기에 앞서 삼성생명 차명지분을 실명으로 전환했다. 실명전환으로는 첫번째다. 2008년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특검 이후 2008년말과 2009년초 각각 삼성생명 차명지분과 삼성전자 차명지분을 실명으로 바꾼게 그 다음이다. 실명전환은 그렇게 3번 외부에 알려졌다.

1999년 삼성생명 지분변동 현황

여기서 1999년의 지분변동 사실은 이번 소송과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인다. 참여연대는 당시 "이병철 창업주가 이건희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삼성생명 일부 주식은 임직원 이름을 빌려 위장 분산시켜 놓았고, 이건희가 실명전환했다"며 "상속세 납부과정에서 탈세를 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식은 혹 참여연대측 주장대로 이병철의 상속재산이었다 할 지라도 '10년(침해가 있은 날로부터)·3년(침해를 안 날로부터)'이라는 상속소송 제척기간이 도과했으므로 이맹희 등 공동상속인이 소송을 제기할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

해당 주식은 당시 대부분 삼성차 부채처리를 위해 이건희가 채권단에 증여하기도 했다.

문제는 2008년말과 2009년초 실명전환한 삼성생명 주식과 삼성전자 주식이다.

이건희 2008년 2009년 실명전환 주식 내역

이건희는 삼성전자의 차명 주식을 2009년 2월 실명으로 전환해 지분율이 1.86%에서 3.38%로 변동했다고 공시했다. 이건희는 이에 앞서 2008년 12월말 삼성생명 주식 명의신탁을 해지해 지분율이 4.54%에서 20.76%로 변동했다고 공시했다. 2008년 4월17일 이건희가 총 486명 명의의 1199개 계좌를 통해 약 4조5373억원 규모의 차명 주식을 보유했다고 밝힌 특검팀의 수사 결과 이후 전환된 주식이다.

그러나 이건희는 삼성전자 주식을 '실명전환'이라고만, 삼성생명 주식을 '명의신탁 해지'라고만 지분변동 이유로 설명했을 뿐이다.

주식의 원소유주를 확실히 밝히지 않은 셈이다. 당시 특검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자금원을 명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이 회장 쪽은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을 관리하고 있는 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만 발표했다.

결국 '아버지가 남긴 상속재산'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원고측은 특검조차 밝혀내지 못한 재산의 자금출처를 밝혀 내야할 막중한 부담을 안게 됐다. 이건희가 실명전환한 주식이 아버지의 재산이었다는 점을 밝혀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아버지의 상속재산에서 파생된 자금으로 형성된 재산임을 입증해 내야 한다. 이맹희측은 또 어떤 깜짝 증거를 내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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