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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스위스 데뷔 '이름값·희소성' 한몫 친숙한 브랜드, 리테일 투자자 선호…금리·규모 신기록

한희연 기자공개 2012-06-07 13:42:12

이 기사는 2012년 06월 07일 13: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의 스위스 채권시장 데뷔전은 화려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전자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스위스프랑화 채권 발행에 나서 동일 신용등급 중 최저 금리로 최대 규모의 투자자를 끌어 모으는 개가를 올렸다.

안팎으로 상황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때마침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그렉시트), 스페인의 구제금융 가능성 등이 부각되면서 유럽 현지의 금융시장은 혼란스러웠다.

LG전자의 스마트폰 부문은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려 여전히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국제 신용등급 역시 BBB급이어서 높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유럽 시장에서 LG전자의 인지도는 대단했다. 투자자설명회(넌딜 로드쇼)를 시작하자 친숙한 브랜드의 가전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는 점이 부각됐고, 이는 여지없이 채권투자 수요로 이어졌다.

◇ 국제금융시장 악화에도 불구, 규모와 금리 면에서 성공적으로 데뷔

LG전자는 5일 2억1500만 프랑 규모의 스위스프랑화 표시 채권 프라이싱을 완료했다. LG전자는 지난 1997년6월 스위스시장에서 7500만 달러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한 적이 있지만 일반채권(SB)으로는 이번이 첫 발행이다.

LG전자는 이번 발행을 위해 올해 초부터 시장을 주시, 지난 4월 크레디트스위스·바클레이즈·BNP파리바를 주관사로 선정했다. 지난달 29일과 30일에는 제네바와 취리히에서 투자자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지난달 SK텔레콤의 스위스프랑화 채권 데뷔 발행이 LG전자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프라이싱 전부터 깔려 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일 미국 비농업고용지수가 발표된 후 미국 등 국제 주식시장이 일제히 폭락하기 시작했다. 투자자 미팅 후 프라이싱 날짜를 저울질 하던 LG전자에게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다만 상대적으로 스위스시장이 대외 악재에 늦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였다.

LG전자는 5일오전 프라이싱에 착수, '스위스프랑 미드스왑금리+185bp근처(area)'의 가이던스에서 북-빌딩(book-building)을 시작했다. 당초 목표 발행금액은 1억5000만 프랑이었지만, 북-빌딩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목표액이 차자 증액을 결정했다. 결국 2억1500만 프랑으로 최종 발행금액이 결정됐다.

2억1500만 프랑은 BBB급 한국기업으로서는 최대 규모다. LG전자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Baa2, S&P로부터는 BBB-의 등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캐피탈도 스위스프랑화 시장의 주요 이슈어지만 단일 만기로는 LG전자의 이번 채권이 가장 규모가 크다.

2%의 쿠폰금리 또한 BBB급 기업으로 최저금리에 속한다. 지난달 SK텔레콤이 5년만기 채권을 쿠폰금리 1.75%에 발행했지만 SK텔레콤의 국제신용등급이 S&P기준 A-, 무디스 기준으로는 A3다. 업종과 등급이 달라 두 기업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BBB급 기업군으로 놓고 봤을 때 LG전자의 발행금리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 '이름값·희소성·스위스 특수성'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

LG전자가 스위스 채권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할 수 있었던 것은 이름값과 희소성, 스위스시장의 특성 등 '삼박자'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위스프랑화 채권 시장은 리테일 투자자들의 입김이 큰 시장이다. 직접 소비자의 입장에서 많이 접해본 기업이 유리하다. 실제로 스위스에서도 TV 등 가전제품 부문에서 'LG'라는 브랜드 파워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할 때도 처음 들어본 기업보다 친숙한 기업에 손이 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 셈이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금융권보다는 일반기업으로의 투자 수요가 생겨나는 것도 LG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스위스투자자들이 투자다변화 측면에서 일반기업을 선호하고 있고, 특히 전자업종의 경우 상대적으로 희귀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아시아계 전자업종 기업이 스위스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한 것은 1996년 소니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충격에 스위스 시장이 느리게 반응한다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유럽 재정위기 해결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달러 등 채권시장은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스위스시장은 유럽 이슈가 상대적으로 절연돼 있는 게 사실이다. 국제금융시장이 나빠질 때는 늦게 나빠지고 좋아질 때도 느리게 좋아지는 것이 스위스시장의 특징이라는 평가다.

이번 채권의 납입일은 오는 7월2일이다. 만기는 4년6개월이다. 만기 포트폴리오 분산이라는 회사 측의 이유와 투자자 선호 만기 등이 맞아떨어져 4년6개월 만기가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리테일 투자자가 적어도 50%를 넘어 5~6년이 넘어가는 채권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번 LG전자 건까지 올 들어 발행한 한국기업의 스위스프랑화 채권은 총 6건을 기록하게 됐다. 2월 현대캐피탈(2억), 3월 한국석유공사(3억), 5월 한국산업은행(1억8000만), 6월 SK텔레콤(3억), 기업은행(1억5000만) 등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발행된 스위스프랑화 채권이 6건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올해에는 연초부터 한국물 발행이 많이 이뤄진 편이다.

국제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올해 스위스시장에서 한국물이 많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 만기 돌아오는 것들도 있었고 데뷔 이슈어도 추가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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