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하이마트 경영권 지분 매각을 위한 구속력 있는 입찰이 오는 20일에 실시된다. 유진그룹과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의 경영권 분쟁으로 지난해부터 시작된 하이마트 이슈가 반년 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새로운 인수자를 찾으며 마무리될지 시장의 관심이 높다. 유진과 선 전 회장, H&Q AP, 농협 등 매각 측은 이번 매각을 성공시켜 그동안의 문제를 해결할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이번 딜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인수 후보들에 대한 점검과 몇 가지 매각 이슈를 짚어보기로 한다.
이 기사는 2012년 06월 14일 14: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 그룹은 정용진 부회장 주도 아래 미국 전자제품 양판체인 베스트바이(Bestbuy)와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 중이다. 신세계가 최근 하이마트, 전자랜드 인수 딜 모두에 뛰어든 것도 이 제휴와 무관치 않다. 가전 양판사업 진출로 그룹 후계자로서 역량을 검증받으려는 양, 정 부회장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주변 관계자들은 전한다.정 부회장은 오너 경영인 2세로 그룹의 혁신을 이끌 신사업을 도맡아 왔다. 미국 유학시절 경험을 토대로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를 들여와 성공을 거뒀고, 월마트코리아 인수와 프리미엄 아울렛 사업 신세계첼시 출범에도 깊이 관여했다. 최근에는 의정부역사 상권조성과 도매형 할인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확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
신세계의 아이디어뱅크인 정 부회장은 전자제품 양판업 진출에도 상당한 의지를 갖고 있다. 이 사업이 그룹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 여기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자신 스스로가 스마트 기기로 트위터를 애용하는 얼리어답터라 관련 디바이스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전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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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는 주력 계열사 이마트를 내세워 하이마트 인수전에 나섰다. 이 그룹은 동시에 비슷한 업태의 전자랜드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5월 배타적 협상권을 확보했고 정밀 실사와 가격협상에 나선 상태다. 신세계가 쥐고 있는 두 가지 옵션은 모두 정 부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한국형 베스트바이' 사업 개시를 위한 중도전략으로 분석된다.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둘 중 하나를 택해 관련 인프라를 확보하고 미국 베스트바이가 성공시킨 사업모델을 적용해 관련 비즈니스를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신세계는 외연상 두 마리 토끼를 쫒고 있지만 일단 무게중심은 하이마트보다는 전자랜드에 쏠리고 있다. 하이마트에 앞서 롯데와 전자랜드를 두고 물밑경쟁을 벌였고 정 부회장이 직접 나서 협상 우선권을 확보한 만큼 좀 더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다는 해석이다. 정 부회장은 홍봉철 전자랜드 회장을 독대해 거부하지 못할 조건을 제시하고 두 달 시한의 배타적 협상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전자랜드 용산점을 홍 부회장 측과 공동으로 재개발하는 전략을 내보였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내 최대 전자제품 판매지역이 최근 소매상들의 난립과 저개발로 인해 외면 받고 있는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이를 최신식으로 개발하면서 신세계그룹의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용산 지역에는 이미 현대백화점그룹이 코레일과 공동으로 역사를 재개발해 아이파크몰을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정 부회장의 최신식 전자제품 스토어 재개발전략은 백화점업계의 경쟁사를 견제하면서도 수요자들에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홍봉철 회장은 현금 유동성이 부족해서 전자랜드를 매각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 부회장의 계획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회장은 부친인 홍종렬 고려제강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적잖은 부를 물려받았고 이를 새롭게 운영할 수 있는 사업 파트너를 찾기 위해 이번 매각을 검토했다는 게 자문사들의 설명이다.
일단 전자랜드를 한 손에 쥔 신세계는 하이마트를 부가적인 옵션으로 검토하는 모양새다. 유통업계의 숙적, 롯데가 하이마트 인수전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라이벌 견제 차원에서라도 순순히 포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2가지 옵션이 고민스러울 만하다. 전자랜드는 전국 100여 개 판매점을 가졌고 100% 지분 인수(비상장)에 2000억 원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회사는 적자를 내고 있다. 하이마트는 전국 300여 개 지점을 통해 지난해 3000억 원에 가까운 상각 전 이익(EBITDA)를 냈지만 65.25% 경영권 지분 인수에 적어도 1조5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작은 걸사서 키우느냐, 한번에 1등이 될 것이냐를 두고 기로에 선 것이다.
문제는 자금 동원력이다. 이마트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521억 원, 기타 단기금융자산 및 유동자산은 각각 442억 원, 610억 원 수준이다. 조 단위의 인수합병(M&A)에 나서기에는 취약한 재무 상태를 엿보이고 있다.
일부에선 이마트가 보유 유가증권인 삼성생명보험 지분(7.4%, 유동화 시 1조4000억 원 가치)을 매각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지만 처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삼성생명 지분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친척 오너 일가와 협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처분해야 할 사안으로도 평가된다. 신세계의 독립적 의사결정 사안인 것은 분명하지만 최근 삼성가(家) 일가의 삼성생명 차명 지분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일방적인 처분은 삼성과 신세계 사이의 두터운 신뢰를 흔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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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이와 별개로 예상치 못했던 돌발변수도 나타났다. 인천시가 인천종합터미널 부지를 갑작스럽게 매물로 내놓으면서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의 영업권에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재정난으로 인해 인천시가 내놓은 이 땅은 시외버스터미널·백화점, 주차장 등으로 이용 중인 24만 여㎡의 부지다.
신세계는 인천시와 2017년까지 임차권 계약을 맺고 상권을 조성했는데 이 부지를 롯데와 이랜드, 현대백화점 등이 인수할 경우 어렵게 조성한 1조 원대의 지역 상권을 고스란히 뺏길 것으로 우려된다. 신세계는 인천터미널 부지 인수전에 뒤늦게 뛰어들어 필사적인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 부지의 공시지가는 8000억 원이지만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최종 인수가격은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풀어야할 현안이 즐비한 상황에서 신세계가 전자랜드에 이어 하이마트까지 인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부채비율 상승을 감수하면서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켜 공격적인 확장전략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전자랜드에 대한 정밀실사 결과가 예상보다 좋지 않아 하이마트에 다시 적극적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하이마트 주가가 선종구 전 회장 일가에 대한 검찰 조사 이후 40% 이상 하락해 시가에 약간의 프리미엄을 얹은 1조 원 초반 가격에서 인수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인수전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롯데와 다크호스처럼 나타난 SK네트웍스가 버티고 있어 어느 정도의 가격경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데 설득력이 있다. 신세계가 하이마트 인수전에 끝까지 남아 호적수 롯데를 얼마만큼 견제할 지 혹은 비장한 베팅 카드를 내놓을지는 입찰일 결과가 말해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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